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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뉴스웨이브][게이트]AK홀딩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내…AK플라자·제주항공 지원에 ‘휘청’

- 대한항공發 메가 LCC 탄생 임박…2위로 밀려나는 제주항공
- AK플라자, 코로나19 이후 실적 개선無…영업손실 41.83% 증가
- AK홀딩스, 배당금 2019년 98억원 → 2023년 26억원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이재근 기자

AK홀딩스가 주요 계열사인 AK플라자와 제주항공에 자금을 지원하며 차입금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AK홀딩스의 차입금은 5년 전과 비교해 5배 이상 증가 했다. 이자 비용 부담이 가중되면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상황에 직면했다. 배당금마저 줄여온 AK홀딩스는 최근 자회사인 AK플라자 재무구조 개선에 600억원을 출자하며 차입으로 인한 재무 악화가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AK홀딩스의 별도 기준 차입금은 올해 3분기 말 4961억원이다. 차입금은 2019년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2019년 915억원, 2020년 1537억원, 2021년 2255억원, 2022년 3084억원, 2023년 4252억원 순으로 급증했다. 

AK홀딩스의 차입금이 늘어난 배경은 코로나19로 인해 재무가 악화된 AK플라자외 제주항공에 자금을 수혈한 영향이다. AK홀딩스는 계열사 수익구조 정상화를 위해 자체 현금과 차입을 일으켜 자금을 수혈했다. AK홀딩스의 수익원이 ▲계열사에서 올라오는 배당금 수익 ▲상표권수익 ▲경영자문수수료 등으로 극히 제한되는 탓에 자원 자금은 차입금 비중이 높았다. AK홀딩스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AK플라자와 제주항공에 약 4000억원가량을 투입했다. 

백화점 자회사인 AK플라자의 재무구조가 본격적으로 악화하기 시작한 건 코로나19 시기부터다. 2019년 자본잠식률은 54% 수준에서 이듬해(2020년) 80%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억3000만원에서 마이너스(-)221억원으로 적자전환 했다. 부채비율도 195%에서 592%까지 늘어났다.

문제는 코로나19 종료 이후에도 AK플라자의 적자 폭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2023년 기준 매출액(2476억원)은 전년 대비 0.11% 소폭 증가한 반면, 영업손실은 지난 2022년 191억원에서 2023년 269억원으로 40.83%(78억원) 늘어났다. 같은 시기 영업활동 현금흐름 역시 -387억원을 나타냈다. 영업활동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현금을 벌어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빠져나가고 있다는 의미다.

애경그룹 홍대 통합사옥, 지주회사인 AK홀딩스와 주요 계열사가 입주해 있다. 사진=애경그룹

AK플라자의 최근 3년간 당기순손실 추이를 살펴보면 ▲2021년 292억원 ▲2022년 314억원 ▲2023년 440억원으로 그 규모가 지속 확대되고 있다. 시장점유율도 감소 중이다. 시장점유율은 2020년 3.9%에서 매년 꾸준히 감소하며 올해 3분기 기준 2.9%까지 떨어졌다.

AK홀딩스는 지난 12일 AK플라자 유상증자에 601억원을 추가로 출자했다. 이번 유상증자까지 AK홀딩스가 AK플라자에 출자한 자금은 총 2405억원이다.

또 다른 주력 계열사인 제주항공의 올 3분기 말 기준 결손금 3221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더해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종지부를 찍으며 메가 LCC(저비용항공사) 탄생이 임박한 상황도 불안 요인이다. 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이 3사 합산 보유 항공기는 58대로 지난해 총매출은 2조4785억원이다. 현재 LCC 선두인 제주항공(42대, 매출 7000억원) 제치고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서는 구도다. 

단일 기종·단거리 전략으로 효율성에 집중해 온 제주항공이 여객이나 화물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LCC 인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현재의 애경그룹 금융비용(이자비용) 규모를 감안하면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19년 17억원이던 AK홀딩스의 이자비용은 지난해 324억원까지 치솟았다. 2023년 말 기준 AK홀딩스의 영업이익은 272억원이다. 영업수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AK홀딩스는 수년간 배당금을 줄여 지출을 최소화했다. AK홀딩스 배당금 지급액은 2019년 98억원(배당수익률 2.2%, 배당성향 52.3%)에서 2020년 52억원, 2021년부터 2023년 사이는 26억원을 배당했다.

지난 12일 AK홀딩스는 기업가치 제고계획(밸류업 계획)을 발표하며 2025년까지는 배당수익률 2.5%, 배당성향 35% 이상을 목표치로 제시했다. 2019년 이후 기업 가치 하락 및 배당 정책에 대한 압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밸류업 계획 발표 6일 후, 애경그룹은 AK플라자와 AK홀딩스 대표 교체 카드도 꺼내 들었다. AK홀딩스 대표이사(부사장)에는 고준 전 AK플라자 대표이사를, AK플라자 대표이사(상무)에는 이강용 전 AK플라자 상품본부장을 신규로 선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