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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브][이용웅 칼럼]성장판 닫히는 한국경제, 강건너 불구경 아니다

이용웅 뉴스웨이브 주필

 

뉴스웨이브 = 이용웅 주필

“(대통령으로 취임할)당시에 거시지표를 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혹독한 글로벌 복합위기 상황이었습니다. 다른 거시지표도 훨씬 어려웠지만, 그래도 2008년에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9.7%, 10% 가까이 됐기 때문에 대중 수출이라든가, 이런 측면에서는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희가 정부를 인수했을 때는 중국의 경제성장률도 많이 하락해서 바로 이러한 데에도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2008년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했습니다.”

최근 대국민담화 겸 기자회견을 가진 윤석열 대통령의 모두발언에서 나온 내용이다.

하지만 단순 수치로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보면 현 정부들어 위기적 경제상황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극복했는지 회의적인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엄습한 2008년은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겹치는데, 세계경제성장률 평균은 2.1%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3% 성장률을 기록했다.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2009년에는 세계경제가 마이너스 1.3%로 역성장을 한 반면에 우리경제는 0.8%로 플러스 성장을 유지했다.

윤 대통령의 지적처럼 코로나19 확산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엄습한 2022년은 문재인 정부와 겹치는데 세계경제 성장률은 3.1%에 달한 반면에 우리 경제는 2.7%에 머물러 세계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그리고 2023년에는 인플레이션이 기승을 부렸음에도 세계경제는 3.2%라는 견고한 성장률을 보여준 반면에 한국경제는 1.4% 성장률을 기록해 점차 세계 평균 성장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 상황이다.

◇전략자산 위치 넘보는 비트코인 시총보다 못한 한국증시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 시절에만 우리 경제가 세계경제 성장추세와 유리된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우리 경제는 2020년 마이너스 0.7%의 성장률로 세계평균 마이너스 3.1%보다 앞선 것을 빼면 항상 세계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이번 정부가 외부적 충격에 시달렸다는 것을 강조하기 보다는 고질병으로 변해가고 있는 잠재성장률 저하에 대한 극복방안을 제시했으면 훨씬 미래지향적인 내용이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달리 말하면 현 정부가 한국경제의 위기국면을 제대로 파악하고 진단하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사례일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증시는 트럼프 랠리로 뜨거운 반면에 한국 증시는 세계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트럼프 수혜를 대표하는 비트코인이 8만8000달러를 돌파해 시총이 1조7000억달러를 넘어섬에 따라 한국증시의 전체 시총을 추월했다는 뉴스 하나만 보아도 한국 증시가 얼마나 지독한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대는지 알 수 있다.

전 세계 증시의 시총을 집계하는 '매크로마이크로'에 따르면 13일 한국 증시의 시총은 1조7065억달러였다.

비트코인은 9만3000 달러선에 오른 뒤 반락해서 미 동부시간 13일 오후 4시 23분(서부 시간 오후 1시 23분)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0.06% 하락한 8만8104달러에 거래됐다.

비트코인이 트럼프 2기 정부에서 달러패권을 강화시켜주는 전략적 준비 자산으로 진화하면 비트코인 가격이 50만 달러까지 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제까지 각국 중앙은행은 달러 같은 기축통화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금 등을 보유해서 대외 결제능력을 갖추었는데 앞으로는 비트코인이 그같은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비트코인은 고사하고 가상화폐 전반에 대해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한국경제 시스템이 이같은 세계적인 추이에 무관하게 돌아가고 있음은 비단 윤석열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쯤해서 한국은행이 연초부터 랠리를 보여온 가상화폐에 대한 진단과 분석을 제대로 하고 외환보유고의 일부를 비트코인 등으로 대체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력을 한번 발휘해본다.

여하튼 우리 증시와 외환시장은 아주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흔히 위기환율 수준으로 평가받는 미국 달러화 대비 환율 1400원을 넘어섰고, 증시는 전세계와 비교해보아도 아주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코스피는 트럼프 당선과 맞물려 큰 충격을 받으면서 한국 증시는 아시아 증시와 비교하면 지극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흔히 국민주로 알려진 삼성전자는 이제 4만 전자를 눈앞에 두고 있어 곳곳에서 개미투자자들의 아우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연초 이후 각국의 주요 주가지수 상승률을 한번 보자.

지난 13일 종가기준 미국의 경우 나스닥 28.4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25.5%, 다우존스30 평균 16.51%의 상승률을 보였다. 홍콩 항셍H 역시 23.55%,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5.03%로 두자릿수 상승했다.

하지만 코스피는 -6.50%, 코스닥은 –18.01%라는 역성장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성장판 닫히는 위기의 한국경제...경제관료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국책 연구기관 KDI는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을 2.2%로 당초 전망치보다 0.3%포인트 하향 조정했고, 내년에는 이보다 낮은 2.0% 성장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전망보고서에서 “3분기 국내총생산은 전년동기대비 1.5% 증가하는 데 그쳤으며, 계절조정 전기대비로도 0.1%의 미미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면서 “경제활동별로는 제조업 증가세가 둔화된 가운데 건설업 감소폭은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최근 IMF는 미국과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반면 유로존과 일본의 경기 부진은 완화되면서 2025년 세계경제는 2024년과 동일한 3.2%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우리 경제는 세계경제 성장 전망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2%대의 성장률에 멈출 것이라고 예고한 것이다.

그동안 한국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수출 역시 심상치가 않다.

11월 1~10일 사이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무려 17.8%나 줄어들었다.

이와관련, 홍성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가율로만 보면 지난해 하반기가 좋았기 때문에 지금부터 수출 증가율은 낮아질 것이다. 특히 작년 12월 수출이 기록적으로 좋았기 때문에 11월 보다 12월 수출 결과가 나오면 다시 경제 위기론이 점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진단했다.

경기 부진은 곧바로 고용 한파로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2024년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84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8만3000명 늘었다.

취업자 증가폭은 지난 7~9월 3개월 연속 10만명대를 이어갔지만 4개월 만에 10만명 아래로 내려 앉은 것이다.

특히 도매 및 소매 분야에서는 14만8000명(-4.5%) 줄었는데, 이는 2021년 7월 18만6000명 감소한 이후 최대 감소폭이라고 한다.

내수부진으로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이 얼마나 큰 고통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이다.

내수부진은 다른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13일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인 비금융업 법인 814개사의 경영 성과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이들 기업의 전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했지만 내수기업(620개사)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9% 줄었다고 한다.

내수기업 매출이 감소한 것은 2020년(-4.2%) 이후 4년 만이라는 설명도 더해졌다.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가 이제 견딜수 없는 수준으로 들어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사람을 쓰지 못하고 혼자 영업을 하는 '나홀로 사장님'이 430만6000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6만4000명 줄었다는 뉴스도 있다.

그럼에도 책임있는 당국자들의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국정감사장에서 “올해 성장률은 2.2~2.3%으로 전망된다”며서 “경기 침체 주장에 동의 못한다”는 발언을 이어갔다.

이 총재는 경제가 멀쩡하다고 주장하는 한편 계속 강남 집값에 주목하면서 대학입시제도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경기와 무관한 주장만 반복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에 참석한 자리에서 최근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해 “위기상황이나 불안한 상황은 지나갔다”며 “위기감은 사라졌지만 그동안의 고금리나 고물가 누적 때문에 괴리감이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상목 부총리의 발언을 뒤집어보면 경기부진에서 이제 벗어나고 있는데 국민들이 과거 힘들었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심리상태라는 것이다.

매우 괴이한 진단이 아닐 수 없다.

4만 삼성전자 가능성에 개미 투자자들의 곡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한국 반도체 산업 전반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판국에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은 삼성전자 위기론에 대해 “개인적으로 크게 동의하진 않지만 삼성 내부에서 위기론이 나오니 실존하는 위기 같다”고 한가한 진단을 내리고 “하지만 삼성은 바이오 산업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니까 이제 반도체 시대는 끝났으니 그만 접고 바이오에서 살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 셈이다.

삼성전자가 바이오 기업으로 거듭나면 그동안 축적해온 반도체 역량은 이제 포기해도 된다는 말인가.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이 1%대로 주저앉았다는 경고는 그동안 꾸준히 이어져왔다.

한국은행의 한국 경제 잠재성장률 추정치를 보면 2001~2005년 잠재성장률은 연평균 5~5.2%에서 2006~2010년에는 4.1~4.2%, 2011~2015년에는 3.1~3.2%, 2016~2020년 2.5~2.7%로 낮아졌다. 이제 급기야는 1%대의 잠재성장률 전망이 나오고 있다. OECD는 이미 지난해에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을 1.9%로 예상하기도 했다.

다시말해 한국경제는 굳이 트럼프 2기 충격을 계산하지 않더라도 이미 저성장의 깊은 늪에 빠져들고 있다는 경고가 수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이런 문제를 전면에서 거론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서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 하반기 정책과제는 무엇보다도 저성장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한국경제의 성장판을 다시 열어야 하는 것이지만 지금 분위기는 그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