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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뉴스웨이브][게이트]LX세미콘, 3Q 전 분기比 실적 뚝!…‘DDI 물량 급감’

- 2021년 LG그룹에서 LX그룹 사업회사로
- LG디스플레이의 협력사 다변화에 ‘유탄’
- 전기比 매출·영업이익·당기순이익 악화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황유건 기자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인 LX세미콘이 계절적 성수기 효과를 보지 못하고 3분기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주요 실적 지표가 전 분기 대비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고객사인 LG디스플레이 물량 급감한 탓이다. 그동안 LX세미콘은 LG디스플레이에 디스플레이구동칩(DDI)을 독점 공급해 왔지만, 최근 LG디스플레이는 대만 회사인 노바텍에도 생산 주문을 넣고 있다. LG디스플레이향 DDI에 대한 독점 공급의 틀이 깨지면서 성수기 ‘대목 장사’는 옛말이 됐다. 

LX세미콘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4198억5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다고 12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129.6% 늘어난 342억7800만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253억59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2% 증가했다.

하지만 전기 대비로 살펴본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3.4%, 38.9% 감소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전기 대비 42.8% 줄었다. 3분기가 계절적 성수기 분류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통상 7~9월은 애플이 신제품(스마트폰)을 선보이는 기간으로 관련 산업의 실적도 함께 오른다. 지난해의 경우 아이폰15 시리즈 출시 일정이 3분기에서 4분기로 밀렸지만 이때(4분기)도 애플 효과로 좋은 실적을 보였다. 

이에 따라 실적 발표 전 시장은 LX세미콘의 3분기 매출을 4333억원, 영업이익 238억원으로 내다봤다. 실제 영업이익은 전망치보다 높았지만 매출은 예상보다 낮게 나왔다.

계절적 성수기에 전 분기보다 실적이 감소한 이유는 주요 매출처인 LG디스플레이의 DDI 주문 물량이 줄어든 영향이다. 올 상반기 기준 LX세미콘의 매출 중 약 90%는 DDI에서 나온다. DDI는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디스플레이의 각 화소(픽셀)에 적절한 양의 전압을 공급해 색과 밝기를 조절하는 시스템 반도체다. 

LX세미콘 회사 전경. 사진=LX세미콘

과거 LG그룹에서 LX그룹이 계열분리 해 나간 뒤 LX세미콘과 LG디스플레이의 관계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서도 적자가 장기화되자 원가 절감을 위해 공급사 다변화(멀티 벤더)를 정책을 취하고 있다. 

그동안 LX세미콘은 LG디스플레이에 DDI 전량을 공급해 왔지만 최근 글로벌 DDI 시장 2위 기업인 대만의 노바텍도 LG디스플레이에 DDI 공급하고 있다. 두 DDI 공급사의 물량 비중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LX세미콘의 물량이 줄어든 만큼 노바텍이 가져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LX세미콘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LX세미콘은 영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LG디스플레이의 경쟁사인 삼성디스플레이에 손을 뻗쳤는데 이를 두고 LG디스플레이가 불편해했을 거란 후문이다. 

1999년 11월 11일 설립된 LX세미콘(옛 실리콘웍스)은 2021년 LG로부터 LX그룹이 계열분리하며 핵심 사업회사가 됐다. 디스플레이 패널을 구동하는 핵심부품의 설계 및 제조, 판매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매출은 2020년 1조1612억원, 2021년 1조8988억원, 2022년 2조1193억원 순으로 늘었다. 지난해 실적이 꺾이며 보릿고개를 지냈다. 2023년 연결기준 누적 매출 1조9014억원, 영업이익 1290억원을 올렸다. 전년 대비 매출은 10.3%, 영업이익은 58.5% 감소했다, DDI 매출 중에서도 절반을 차지하는 모바일DDI 출하량이 줄어든 영향이다. 회사는 DDI 매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아직 성과가 미비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