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상장폐지 결정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 영업활동 현금 창출 ‘제로’ 유상증자로 유지
- 리젠성형외과, 퀀타피아, 초록뱀미디어와 등과 인연 눈길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황유건 기자
3년 전 거래정지를 당한 무궁화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MIT)가 지난달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회사 측이 법원에 상장폐지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상장폐지 절차는 중단된 상태다. 16년간 적자를 낸 MIT는 지난 14년 동안 영업 활동으로 현금을 창출하지 못했다. 2021년을 제외하고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거의 매년 유상증자로 연명해 왔다. 이때마다 복잡한 자금흐름이 나타나며 새로운 최대주주가 등장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IT는 상장폐지결정 등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지난달 9일 법원 냈다. 이에 따라 법원의 결정까지 상장폐지 절차(정리매매 등)가 보류됐다. 이번 가처분 신청 지난달 9일 한국거래소는 상장폐지 결정에 대한 MIT의 대응이다. 한국거래소는 MIT에 9월10일부터 23일까지 7매매일간 정리매매를 진행하고, 24일 상장폐지를 고지했다.
상장폐지의 도화선은 3년 전이다. 당시 MIT는 2021년 3월 감사의견 거절(계속기업의 불확실성)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면서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이후 회사는 주권 거래정지 상태다. 감사의견 거절은 외부감사인이 재무제표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어 제대로 된 감사를 하지 못할 때 나온다.
MIT는 지난해 5월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 심의 당시, 의결을 통해 12개월의 개선기간을 부여받았지만, 올해 7월26일 기업심사위원회는 MIT 주권의 상장폐지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MIT는 이의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지난달 상장폐지 결정을 받았다.
커패시터 제조업체인 MIT는 최근 14년 간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입이 전무하다. 16년째 적자 상태다. 최근 8년간 당기순손실 추이를 살펴보면 2016년 117억원, 2017년 129억원, 2018년 8억원, 2019년 90억원, 2020년 133억원, 2021년 83억원, 2022년 43억원, 2023년 4억원을 나타냈다. 올해 상반기 순손실액은 30억원을 기록했다.
막대한 누적적자에도 살아남은 비결은 유상증자다. 2012년부터 활발한 유상증자로 신규자본이 유입되며 영업현금흐름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재무구조가 자리 잡았다.
유상증자 과정 중 새로운 개인 또는 법인이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사명 변경도 이뤄졌다.
MIT가 그간 사용해 온 사명은 다양하다. ▲2009년 디지털텍, 대영디티 ▲2010년 디지텔텍 ▲2012년 쓰리원 ▲2014년 에이치에이엠미디어, 리젠 ▲2017년 유씨아이 ▲2022년부터 무궁화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MIT)란 상호를 유지하고 있다.
최대주주 변경 이력을 살펴보면 김우정(리젠성형외과 대표원장), 에이도스1호조합, 머큐리어드바이저, 판토스홀딩스, 이큐셀, 천지인엠파트너스, 나반홀딩스 순으로 바뀌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유상증자로 새로운 최대주주가 됐다는 점이다.
최대주주 중 눈길을 끄는 두 곳은 에이도스1호조합과 머큐리어드바이저다.
에이도스1호조합의 최대 출자자(52%)인 오렌지옐로우하임(현 리튬코리아)은 이성재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비상장사로 2022년 10월에 사명을 리튬코리아로 바꿨다. 최근 한국거래소가 상장폐지를 결정한 퀀타피아가 리튬코리아의 전환사채를 인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현재 리튬코리아의 총자산은 90억원, 부채는 98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머큐리어드바이저는 최대주주(100%)가 김병양 대표로 2014년 MIT(당시 리젠)의 최대주주였던 김우정 대표원장이 운영하는 리젠성형외과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2016년 9월 전해액업체인 리켐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는데, 이 회사는 알이피(2019년), 스카이이앤엠(2020년), 초록뱀이앤엠(2022년), 티엔엔터테인먼트(2023년 8월) 등으로 상호를 변경해 왔다. 흥미로운 점은 2020년 초록뱀미디어가 이 회사를 인수했는데, 초록뱀미디어의 최대주주는 자본시장에서 유명한 원영식 회장이 소유한 더블유홀딩컴퍼니다.
MIT 소액주주들은 대주주를 경찰과 금융감독원 등에 형사고발, 민원제기 조치를 취한 상태다.
소액주주들은 대주주가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상장사를 골라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통해 헐값에 지분을 늘리고 이사회를 장악한 뒤 가치를 부풀려 엑시트 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거래정지 전후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들의 MIT 지분율은 증가했다. 거래정지 전 MIT 주가는 1233원이다. 그로부터 8개월 후인 2021년 11월 회사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며 66.7% 무상감자를 단행, 주식수는 1247만주에서 173만주로 줄었다.
이때부터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들의 지분율은 늘어나기 시작했다. ▲2022년 12월 관천지인엠파트너스는 1주당 500원에 1100만주 ▲2023년 2월 나반홀딩스 역시 같은 가격에 신주 1000만주 ▲같은 해 7월 개인 오 모씨가 800원에 375만주 ▲올해 5월엔 광명전기가 1010원에 594만주의 신주의 신주를 배정받았다. 천지인엠파트너스는 무궁화신탁의 관계사이고, 나반홀딩스는 오 모씨가 지분 60%를 보유하고 있는 법인(유한회사)이다.
'게이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스웨이브][게이트]KT&G, 영업이익 17% 증발 ‘무슨 일?’ (5) | 2024.10.07 |
---|---|
[뉴스웨이브][게이트]롯데지주, '이자'로 허리 휜다…영구채 이자 190억 ‘추가’ (4) | 2024.10.05 |
[뉴스웨이브][게이트]두산, 세미파이브 인수한다…‘1000억원대 딜 임박’ (6) | 2024.10.04 |
[뉴스웨이브][게이트]이수화학, 계열사에 돈을 대느라 휘청...현금성자산 급감 (3) | 2024.10.03 |
[뉴스웨이브][게이트]제노포커스, CB 조기상환청구 ‘쇄도’…현금 마르자 자회사 지분 매각 (3) | 2024.1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