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반기 현금 지난해 말比 1200억원 감소
- 자회사 이수건설 부실 심화, 부채비율 급증
- 이수화학, 계열사 채무보증에 2254억원 제공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정민휘 기자
이수화학의 현금성자산이 6개월 만에 48%나 급감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반짝’ 증가했던 자산총계도 다시 감소로 돌아섰다. 실적 부진 중 계열사 지원에 따른 현금 유출이 주요 원인이다.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차입금을 늘리며 부채비율이 올랐다. 계열사의 부실이 모회사인 이수화학으로 전이되는 모양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수화학의 현금성자산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1290억원으로 전년 말의 2492억원 대비 48% 줄었다. 이수화학은 지난 2020년 현금성자산을 1900억원 후반대로 늘린 뒤 2022년을 제외하고는 지난해 말까지 2000억원 중후반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6개월 만에 현금성자산이 1200억원 이상 감소하며 1300억원대가 무너졌다.
이수화학의 현금성자산이 줄어든 것은 석유화학 업황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된 가운데 자회사 출자와 채무보증 등 계열사 지원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수화학은 자회사인 이수건설에 장기간 자금을 수혈해 오고 있다. 2013년부터 최근까지 투입한 자금은 3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2013년 1760억원, 2018년 600억원, 2021년 700억원을 출자했다.
이수건설은 2년 연속 영업손실을 이어오고 있다. 영업손실은 2022년 9억3000만원에서 지난해 415억원으로 영업 적자폭이 44배 뛰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순손실은 2290억원에 이른다. 올 상반기 순손실은 233억원을 기록했다. 이수건설의 자본이 129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위험한 재무상태다.
이수건설은 매입채무‧장·단기 차입금이 급증하면서 최근 3년간 부채비율이 급증했다. 매입채무는 향후 거래처에 갚아야 할 부채(빚)를 의미한다. 2021년 297%였던 부채비율은 이듬해 361%로 뛰더니 지난해 817%를 찍고 올 상반기 2209%에 이르렀다.
이수건설은 지난달 10일 사모시장에서 신종자본증권(영구채) 200억원 규모를 발행해 대응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이수화학은 이수건설 영구채에 지급보증을 제공했다. 이수건설이 영구채를 상환하지 못하면 이수화학이 대신 갚아준다는 약정이다. 이수건설은 지난해에도 800억원 규모의 30년 만기 영구채를 발행했다. 다만 영구채는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식된다.
이수화학의 계열사 채무보증액은 2254억원이다. 이수건설 외에도 이수엑사켐의 차입금에 보증을 섰다.
계열사에 돈을 대면서 현금이 감소하자 유동성 확보를 위해 차입을 늘렸다. 통상 석유화학사는 불황과 안팎의 불안한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일정 이상의 현금성자산을 유지한다.
이수화학의 총차입금은 2022년 4542억원에서 지난해 4962억원로 증가했다. 올 6월 말까지 941억원을 상환하며 상반기 총차입금(4021억원)은 다소 낮아졌다. 같은 기간 이자비용은 124억원을 집행했다. 차입금 일부 상환으로 이자가 전년 동기보다 10억원가량 감소했다.
최근 3년간 부채총계를 살펴보면 2020년 6831억원, 2021년 7771억원, 2022년 7825억원, 지난해 8328억원 순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올 상반기 말 부채총계는 6821억원이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271.6%로 집계됐다.
이수화학은 올 상반기 매출 9825억원, 영업손실 10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분기엔 매출 5065억원, 영업손실 27억원을 냈다.
지난 6월 한국기업평가는 이수화학의 수익성 악화 요인을 들어 신용등급을 BBB로 유지하면서 등급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이수화학은 지주사 이수가 24.4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수는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이 지분 100%를 가진 이수엑사켐이 지분 73.4%를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이수엑사켐→이수→이수화학·이수스페셜티케미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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