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만에 OCF 3분의1 토막…1000억 못 채워
- 21개월새, 부채비율 증가폭 246.5%
- 자회사 여천NCC 영업적자 3867억, 폴리미래 순손실 146억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황유건 기자
DL그룹의 석유화학 계열사인 DL케미칼의 부채 규모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영업현금흐름은 둔화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진행한 대규모 인수합병(M&A)과 석유화학 업황 침로 탓에 올해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현금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DL케미칼의 올해 3분기 총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129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를 마감한다고 해도 누적 OCF는 1000억원대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DL케미칼의 OCF가 연간 3000억원 규모였던 것과 비교하면 3분의1 이상 크게 쪼그라든 수치이다. OCF는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재원으로 기업의 현금창출력을 가늠하는 핵심지표 중 하나다.
현금창출이 위축되면서 잉여현금흐름(FCF) 역시 마이너스(-) 4024억원을 나타냈다. FCF는 세금, 영업비용, CAPEX 등을 제외하고 남은 돈을 의미한다. DL케미칼의 FCF는 2021년 1431억원에서 2022년 –3245억원,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4024억원으로 마이너스 폭이 점차 확대됐다.
FCF이 줄어든 데는 크게 늘어난 자본적지출(CAPEX)과 배당금 집행이 무관치 않다. 회사는 CAPEX와 배당금으로 3542억원, 600억원을 집행했다.
아울러 자회사로부터 해마다 받던 배당 수익이 줄어든 것도 FCF 음수 전환에 한몫을 했다. DL케미칼의 수익원은 자체사업과 자회사 배당금으로 나뉘는데, 배당 규모가 큰 자회사로는 여천NCC와 폴리미래가 있다.
여천NCC는 석유화학 원재료인 나프타(납사)를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의 중간 재료로 분해해 석유화학 기업에 공급한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나프타분해시설(NCC)을 분리해 설립했고, 현재 두 회사가 지분을 절반(50%)씩 들고 있다. 폴리미래는 DL케미칼이 2000년 글로벌 화학업체 라이온델바젤과 합작해 설립한 법인이다. DL케미칼의 지분은 50%다.
DL케미칼은 여천NCC로부터 2020년까지만 해도 1700억원을 배당금으로 수령했지만 올해는 배당을 받지 못했다. 폴리미래에서도 전년 대비 80% 감소한 100억원을 배당받는데 그쳤다.
더욱 문제는 여천NCC 손실 발생과 폴리미래 수익률 저하가 DL케미칼 지분법이익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분법손실은 투자회사가 피투자회사의 당기순손실 발생분에 대해 투자회사의 지분율만큼 손실로 인식하는 금액을 말한다. 투자회사가 직접 또는 지배·종속회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피투자회사의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20% 이상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반영된다.
계열사들의 순손실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시장에서는 DL케미칼의 현금흐름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천NCC는 지난해 3867억원의 영업적자에 이어 올해도 3분기 말까지 1679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연이은 적자에 증설 부담까지 겹치면서 차입금이 불어나 신용도가 악화하는 추세다. 올해 들어 신용등급이 A와 A2(단기신용등급)로 한 계단 하락했다. 폴리미래는 지난해 14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도 상반기에 순손실 79억원을 냈다.
DL케미칼의 부채비율은 올 3분기 말 기준 288.9%이다. 지난해 미국의 석유화학 회사인 크레이튼 인수에 3조원을 쏟아부으면서 부채비율이 급증했다. 부채비율은 2021년 78%에서 지난해 239.6%로 161.6%포인트(p) 확대됐다. 크레이튼의 주력 제품은 스타이렌블록코폴리머(SBC)로 미국과 유럽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크레이튼은 올해 1분기 매출액 6629억원, 영업이익 90억 원을 거뒀다.
결국 DL케미칼은 ▲크레이튼 인수 ▲불어난 CAPEX ▲배당금 등 여파로 유입 현금은 적고 부채 규모는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회사의 차입금의존도는 2021년 말 31.3%에서 올 3분기 기준 55.4%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은 1조2501억원에서 4조3312억원으로 늘었다.
DL케미칼의 올 3분기 기준 차입금(단기차입금+유동성장기부채)은 7997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말(6074억원) 대비 31.7% 증가한 수치다. 이와 비례해서 1년 내 갚아야 하는 차입금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회사의 차입금 규모가 커지자 장기차입금 중심으로 차입을 일으켜 우선 유동성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인 나온다. 신용평가업계에서도 DL케미칼의 신용등급을 주목하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폴리부텐(PB)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라는 우수한 시장지위에도 불구하고 수익창출능력 약화와 높은 재무 부담 등을 고려했을 때 신용등급 하향이 검토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DL케미칼은 공격적인 사업확장으로 외형 성장세는 유지되고 있지만 실적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사들이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업종 여파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주력인 폴리부텐 부문의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달 2만 톤(t) 규모의 PB 공장 증설과 4분기 크레이튼이 실적 개선에 나설 계획이지만 실적에 반영되기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DL케미칼은 DL그룹(2023년 기준 공시대상기업집단 18위) 산하 계열사다. 타 케미칼 기업들이 캡티브 마켓(captive market·내부 시장)의 이점을 갖고 있는 그룹 계열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회사의 경쟁력은 우수한 편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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