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금창출 98% 금감에 8.3조 순차입
- 영업활동 3252억원, CAPEX 전년比 56% 줄여
- 부채비율, 차입금의존도 전년比 각 26%↑, 31%↑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이재근 기자
내년 경기침체 현실화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SK하이닉스의 현금창출력이 1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3분기 누적 연결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3252억원으로 전년동기(13조2704억원) 대비 98% 줄었다.
회사는 매출채권도 쌓이고 있다. 매입채무는 지난해 말 대비 올해 3분기 2695억원 줄었지만 매출채권은 3292억원 늘었다. 매출채권은 기업이 거래업체 등 외부로부터 받아야 할 돈이고, 매입채무는 반대로 기업이 갚아야 할 돈이다. 회사의 매출채권이 늘어 났다는 건 받아야 할 돈이 늦게 회수되고 있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손실은 7조7580억원이다. 지난해 4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내고 있다.
올해 극심한 반도체 불황과 주력 제품인 D램 반도체 가격이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온 영향이 크다.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현금 창출력이 감소하자 지난해 4분기부터 설비투자(CAPEX)를 축소하고, 채무상환과 운용자금 등은 차입으로 메웠다.
차입금은 9월말 연결기준 34조582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5.1% 증가했다.
회사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빌린 돈은 17조7478억원으로 집계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8%(11조3553억원) 늘어난 수치다. 상환 자금인 9조4463억원을 상계해도 순차입은 8조3015억원에 이른다.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66%(6조5208억원) 급증한 규모다.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은 5조1496억원, 장기차입금은 26조4090억원으로 전년 같은 대비 각 170.8%, 31.1% 늘었다.
부채비율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84.8%이다. 전년동기 대비 26%포인트(p) 높아졌다. 같은 기간 차입금 의존도 역시 20%에서 31%로 뛰었다.
1년 새 불어난 차입금은 이자부담을 가중시켰다. 회사가 올해 3분기까지 지불한 누적 이자비용은 1조681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3328억원)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금융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현금 유입량이 줄자 투자 등 현금 유출을 최소화하는 모습이다. 회사는 현금 지출 규모가 큰 CAPEX 부터 줄였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CAPEX는 6조5995억원이다. 전년(8조2735억원) 대비 56% 줄였다.
다만 SK하이닉스의 유동성은 양호한 상대다. 현금성 자산은 지난 9월 말 기준 8조5310억원이다. 현금흐름을 나타내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3분기 1조5400억원이다. 상각전영업이익은 회계상으로만 비용 처리되는 감가상각비를 제외한 실제 현금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다.
시장 전망 또한 긍정적이다. 기업전략 자문사인 펄스는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올해 4분기부터 회복되고 있어 내년 업황은 올해보다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D램 고정거래가격이 2021년 7월 이후 2년3개월 만에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4분기(9~12월)에 영업손익 흑자 전환, 내년엔 8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기대가 현실화 될 경우, 회사는 10조원 이상의 현금 창출력을 다시 회복하게 된다. 지난해 영업이익 6조8000억원을 낸 SK하이닉스의 영업현금흐름은 14조7805억원이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설비투자금으로 10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는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다. 당초 업계는 SK하이닉스의 살림살이가 빠듯한 만큼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긴축 경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이 품귀 현상을 보이자 투자를 큰폭으로 늘리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HBM은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용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핵심 칩이다. SK하이닉스는 AI 가속기를 생산하는 미국 엔비디아와 AMD에 HBM 4세대 제품인 HBM3를 공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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