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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뉴스웨이브][게이트]고금리에 물거품 된 DL의 꿈 "홈플러스 점포 매각 제안 받았다"

- 2021년 5곳 7000억원에 매입…금리 인상에 재무부담 커져
- 지배구조 최상위 ‘대림㈜’까지 수혈 나서자 경고음
- DL측 "삼정KPMG가 마케팅 영업 차원에서 제안한 것"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정민휘 기자

DL그룹이 2년 전 디벨로퍼 전략의 일환으로 7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인수한 홈플러스 5개 점포를 모두 파는 방안을  삼정KPMG로 부터 제안 받았다.

고금리 장기화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손실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DL그룹 내부에서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DL그룹은 홈플러스 5개 점포에 대한 매각을 삼정KPMG로 부터 제안 받았다. 매각 대상은 ▲의정부점 ▲울산남구점 ▲인천인하점 ▲대전문화점 ▲전주완산점 등이다.

DL그룹은 2021년 1월 유경PSG자산운용으로부터 홈플러스 의정부점·울산남구점 등 두 개 점포를 3475억원에 매입했다. 같은 해 8월 이지스자산운용으로부터 홈플러스 인천인하점·대전문화점·전주완산점 등 3개 점포를 3500억원에 추가로 사들였다.

인수 자금 대부분은 DL그룹이 설립한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자산유동화증권 등을 발행해 마련했다. 5개 점포의 소유회사는 ▲울산의정부프로젝트PFV ▲디엘인천인하PFV ▲디엘대전문화PFV ▲디엘전주완산PFV 등 4개 사다. 인수 과정에서 대림㈜(전 대림코퍼레이션)이 총수익 토탈리턴스와프(TRS) 계약으로 채권의 원리금 상환을 보장하는 장치 등도 병행했다. 

해당 점포들은 중도해지가 불가능한 10년 이상 장기 임대차 계약이 맺어진 만큼 PFV의 안정적인 캐시플로우(현금흐름)로 평가받았다. 대부분 점포 토지가 2종 주거지역 성격이라는 점도 디벨로퍼를 추구하는 DL그룹 입장에서는 매력적이다. DL그룹은 임대차 계약 기간 종료 후 주거시설 개발에 나설 계획이었다. 이해욱 DL그룹 회장은 디벨로퍼로서 역량 확장을 위해 힘을 실어 왔다.  

DL그룹CI. 사진=DL

하지만 홈플러스 5 곳에 대한 재개발을 추진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남은 상태에서 임대료의 상승률은 매년 2%로 고정된 반면 금리는 크게 뛰면서 이자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점포 매각 등 다양한 제안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DL그룹 관계자는 “홈플러스 5개 점포에 대한 매각을 검토한 적이 없으며, 회계 경영컨설팅 업체인 삼정KPMG가 마케팅 영업 차원에서 제안을 하려고 했던 내용”이라고 말했다.

최근 유동화증권 차환 재무 부담이 늘자 DL그룹 지배구조상 최상위 회사인 대림㈜가 나서 자금을 수혈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말 대전문화PFV, 전주완산PFV, 인천인하PFV는 이사회를 통해 각각 285억원, 162억원, 456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는데. 유상증자에 대림㈜와 DL이앤씨(전 대림산업)가 참여해 각 PFV에 약80억~230억원의 자금을 수혈했다.

이어 7월에도 대림㈜는 홈플러스 의정부점과 울산남구점 인수 때 유동화 구조로 빌린 자금 일부를 차환하기 위해 8%+α의 금리로 1년 만기의 800억~1000억원 단기 자금 조달을 추진했다. 울산의정부프로젝트PFV가 후순위채권을 기초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하고, 대림㈜가 원리금 상환을 책임지는 신용공여를 제공하는 구조로 파악된다.

대림㈜는 단기 신용등급은 A2+로 최우량 등급인 A1의 한 단계 아래로 우량한 신용도를 보이고 있다. 2021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1%대로 3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했지만, 건설업종 리스크 등이 반영되면서 높은 금리로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행업계 관계자는 "건설부동산산업의 경우 대외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탓에 지난해부터 금리 부담이 더 커졌다"라고 말했다.

대림㈜는 DL그룹의 지주사인 DL㈜의 지분 42.28%(886만723주)를 가진 최대주주다. DL㈜와 DL케미칼을 종속회사로 두고 있다. 이 회장은 대림㈜의 지분 52.3%(550만1679주)를 단독으로 보유하고 있다. DL㈜는 DL이앤씨 지분 23.15%, DL케미칼 88.9%, DL에너지 70%, DL모터스 100%를 각각 보유한 최대주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