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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뉴스웨이브][게이트]삼성SDI, 순차입금 폭증…캐즘이 뇌관?

- 순차입금 올 상반기 67.28% 증가, 재무 부담 가중
- 영업활동 현금흐름 100억원 이하로 하락
- 차입 늘리며 생산능력 확충과 R&D 투자 집중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황유건 기자

삼성SDI의 순차입금이 6개월 새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순차입금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2조4514억원이 늘어났다. 전기자동차에 대한 수요 정체 현상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영업현금창출력이 악화되자 차입으로 매운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2분기 별도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00억원을 하회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SDI의 올해 상반기 말 순차입금은 6조94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3조6433억원) 대비 67.28% 증가했다. 2021년 말 2조1852억원, 2022년 말 2조590억원에 머물던 순차입금은 이듬해 3조원을 돌파했다. 순차입금은 2021년말부터 올해 6월말까지 2년6개월간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순차입금은 이자를 내야 하는 부채의 총액에서 기업이 보유 중인 현금및현금성자산 등을 제외한 것으로 기업의 재무 부담을 알 수 있는 대표적 지표다.

최근 3년 간 삼성SDI의 별도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2022년 말 1조2379억원, 지난해 말 1조4792억원 등으로 1조원을 웃돌다가 올해 6월 말 98억원으로 곤두박질 쳤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전환을 가까스로 비껴갔다. 삼성SDI의 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이 100억원 미만을 보인 건 이례적이다.

삼성SDI 로고

순차입금 증가와 영업활동현금흐름 추락의 배경엔 1년 가까이 계속된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이 자리한다. 캐즘 상황이 계속되면서 올해 2분기 공장 가동률이 50%대까지 하락했다. 같은 기간 연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조4501억원, 28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37.8% 떨어졌다. 

삼성SDI는 차입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실제로 2022년, 2023년 연이어 4000억원의 순상환을 보이던 재무상태는 올해 6월 이후 1조5000억원 순차입으로 바꿨다.

이병주 전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 조 단위의 시설투자(CAPEX)를 계속하고 있다”며 “자금 투자가 집중되는 시기와 실적 개선에 제약이 있는 시점이 맞물려 재무 안정성 저하가 나타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삼성SDI는 실적이 고전하는 가운데 인재 채용과 R&D(연구개발) 투자 비용을 계속 늘리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회사는 최근 소재 사업 투자 재원을 마련키 위해 편광필름 사업을 1조1210억원에 매각한다. 지난달 28일엔 삼성SDI는 제너럴모터스와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을 확정했다. 

삼성SDI의 행보는 캐즘에도 전기차 시장의 중장기 성장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 역시 전기차 시장의 성장속도가 느려진 것일 뿐 규모가 축소되거나 작아진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향후 시장이 성장했을 때를 감안해 과감한 투자를 선행 감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