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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뉴스웨이브][게이트]샤페론, 매년 100억원대 순순실…자본잠식 ‘짹깍짹깍’

- 2022년 기술특례로 상장, 그 해 매출 꼭지 찍고 ‘급락’
- 유증 참여 안한 성승용 대표 지분, 올해 10월 이후 ‘향방’ 주목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임백향 기자

면역 신약개발 기업 샤페론이 연간 약 100억원대의 순순실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한된 매출 상황에서 임상이 진행되면서 1년 6개월 전 코스닥 상장으로 모집한 공모 자금 절반이 휘발됐다. 지난해 매출은 2억원에 불과하다. 현금 곳간이 바닥을 드러내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금조달에 나섰지만 당초 계획했던 자금의 3분의1 수준 모집에 그쳤다. 수년째 적자가 지속되며 자본잠식 카운트다운이 켰지만 수익성 개선 신호는 보이지 않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샤페론의 영업손실은 2021년 105억원, 2022년 110억원, 2023년 132억원으로 증가했다. 회사는 상장 당시 2023년 17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겠다고 제시했었다.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은 37억원, 같은 기간 순손실은 85억원에 달한다.

매출 규모는 작은데 연구개발(R&D) 비용이 매년 증가한 탓이다. 매출은 2021년 5억원, 2022년 20억원을 찍고 2023년 2억원으로 수직하강 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1800만원이다. 하반기 기술수출(L/O) 계약이 없다면 올해 매출은 1억원에도 미치지 못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연구개발(R&D) 비용은 2021년 51억원, 2022년 117억원, 2023년 121억원으로 꾸준히 높아졌다. 연구개발비(경상개발비)만 따로 떼어보면 2021년 45억원, 2022년 78억원, 2023년 74억원, 올해 1분기는 32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3년간 지원받던 정부보조금(2021년 6억원, 2022년 39억원, 2023년 48억원)은 올해 1분기 전액 삭감됐다.

R&D 비용이 증가하며 현금성자산은 빠르게 소진됐다. 올 1분기 말 기준 회사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63억원(단기금융상품 포함시 148억원)이다. 2022년 10월 기술성 특례 전형으로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조달한 공모액 137억원도 상당분 소진했다.

샤페론 투자설명회 표지 . 사진=샤페론

부채비율은 매년 약 10%포인트씩 높아졌다. 2021년 10.76%, 2022년 20.05%, 2023년 31.65%로 부채비율이 증가했다. 

샤페론의 주수익원은 L/O다. 하지만 2008년 회사 설립 이후 발생한 L/O 2건(경구용 알츠하이머 치료제 물질,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물질) 중 1건(특발성 폐섬유증 치료물질)이 반환되면서 매출 동력이 꺾였다.

L/O 불씨를 살릴 수 있는 카드는 샤페론이 미국 2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후보물질 ‘누겔’이다. 최근 샤페론은 누겔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산하 안전성모니터링위원회(IDMC)로부터 임상 2상을 지속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지난 5월 누겔 1차 임상 지속 권고 결정 이후 두 번째 권고다. 샤페론은 오는 11월 임상 2상의 투약을 진행해, 2026년 상반기까지 마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샤페론은 기술특례상장 기업으로 5년간 실적으로 인한 관리종목 지정 위험은 없지만 상반기 기준 자기자본 229억원에 누적 결손금 1106억원이 발생한 점을 비추어 볼 때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비슷한 규모의 손실을 낸다면 자본잠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회사는 R&D 비용과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외부 자금 조달에 손을 뻗었다. 지난 6월 20일 샤페론은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통해 127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당초 계획했던 조달 자금 350억원에 비하면 36.4% 수준이다. 

금융투자 업계는 유증 실패 배경으로 주주 부담이 큰 일반공모 방식 진행과 최대주주인 성승용 대표가 유증에 참여하지 않은 점을 꼽았다. 통상 제약바이오기업의 최대주주들은 자금이 부족할 경우 본인의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일부를 매각해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눈길을 끄는 점은 향후 성 대표의 지분 15.23%의 향방이다. 오는 10월 5일 성 대표의 주식459만주는 보호예수기간 2년이 종료되면서 매각이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