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속 적자와 R&D 비용 증가···재무구조가 악화
- 주가, 2021년 최고점 대비 5분의 1로 하락
- 적대적 M&A에 취약, 최승욱 대표의 낮은 지분율 약점
[편집자주] 코스피·코스닥 시장은 랠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기업공개(IPO) 시장 투자심리는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대어급 종목들이 차가운 시장 분위기에 IPO 레이스를 완주하지 못하고 공모를 철회했다. 증시는 한 나라 경제의 바로미터다. 한국 증시가 만년 천수답에서 벗어나려면 투명한 IPO를 활성화해야 한다. 뉴스웨이브는 IPO 준비기업의 가려진 시간과 이로 인한 사업·지배구조 개편·배당정책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임백향 기자
5년 전 기술특례를 통해 상장한 라닉스가 적자 탈출을 점치고 있다. 매출의 40%를 연구개발(R&D) 비용으로 투입하며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여기에 더해 올 상반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고꾸라지면서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재무제표의 숫자는 주가로 연결됐다. 현재 주가는 2021년 초 최고점 대비 5분의 1토막 난 상태다.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최승욱 대표의 지분율(24.37%)마저 높지 않은 터라 적대적 M&A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9월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입성한 라닉스가 상장 이후 영업손실을 이어오고 있다. 영업손실 추이는 2019년 200만원, 2020년 16억원, 2021년 22억원, 2022년 18억원, 2023년 30억원 순으로 적자폭이 커졌다. 올 상반기에만 28억원 영업손실을 내며 지난해 연간 손실액에 근접했다.
수년째 적자가 누적되며 곳간은 바닥을 드러냈고 부채비율은 급증했다.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022년 말(17억원) 이후 매년 급감했다. 2023년 말 13억원으로 줄더니 2024년 상반기 말엔 3억원까지 줄었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74.92%에서 올해 1분기(213.29%) 200%대에 진입했고, 올해 2분기 말엔 261.25%를 기록했다.
라닉스의 재무구조가 악화된 배경엔 R&D가 있다.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계 특성상 연구개발비용 투입이 크다. 라닉스의 R&D 비용은 매출의 40% 수준이다. 통상 동종 업계가 15~30%를 지출하는 것보다 큰 규모다.
최근 5년간 R&D 비용 지출을 훑어보면 2020년 39억원, 2021년 42억원, 2022년 46억원, 2023년 49억9000만원으로 꾸준히 우상향 했다. 향후 회복될 업황에 대비해 투자를 늦추지 않겠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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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라닉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은 3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66억원) 대비 매출은 40.9% 감소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캐즘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전기차에 들어가는 오토모티브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수요 둔화라는 악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적 악화로 주가는 크게 하락하고 있다. 실적 악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라닉스의 주가는 올해 3월 최저점(3370원) 이후 주가는 3000원 중반대를 횡보했다. 3일 종가는 36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52주 최고가(6460원) 대비 43.18% 떨어졌다. 라닉스 주가는 특례상장 이후 가격이 강세를 보이며 2021년 초 1만8450원까지 치솟았지만, 4년 만에 ‘5분의 1토막’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하락했다.
회사는 주가 하락으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무방비로 노출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적자 누적 → 실적 악화 → 주가 하락’의 악순환이 심화돼 투기자본이나 경쟁업체로부터 공격받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최승욱 라닉스 대표의 지분율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24.37%다. 특수관계인 주식을 합산(27.1%) 해도 지분율은 30%를 넘지 못한다. 71%를 웃도는 소액주주들에 비해 크게 열세인 점은 우려 사항이다. 소액주주들이 뭉쳐 이사해임 등 특별결의를 진행한다면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다. 특별결의는 출석의결권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총수 3분의 1 이상 찬성해야 한다.
사실상 오너의 경영권 방어가 제한된 지분 상황에서 투기자본 등의 공격을 받을 경우 방어할 만한 마땅한 수단이 없다. 최 대표의 지배력이 약한 만큼 외부의 공격에 회사가 쉽게 넘어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자본이 라닉스 지분을 일정 이상 사들이고 소액주주들과 연대한다면 라닉스의 경영권을 송두리째 거머쥘 수 있다”며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주식 매집 비용이 줄어들어 적대적 M&A 가능성이 한층 높아질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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