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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뉴스웨이브][IPO]루닛, 기술특례상장 3년차…비전은 신기루 였을까?

- 한때 시가총액 3조원 돌파, 현재 시총 2조 ‘증발’
- 지난해 매출, 추정치 VS 실제 절반에 못미쳐
- 주가 하락세에 투자자들 사이 논란 중심에 서


[편집자주] 코스피·코스닥 시장은 랠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기업공개(IPO) 시장 투자심리는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대어급 종목들이 차가운 시장 분위기에 IPO 레이스를 완주하지 못하고 공모를 철회했다. 증시는 한 나라 경제의 바로미터다. 한국 증시가 만년 천수답에서 벗어나려면 투명한 IPO를 활성화해야 한다. 뉴스웨이브는 IPO 준비기업의 가려진 시간과 이로 인한 사업·지배구조 개편·배당정책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임백향 기자

루닛 주가가 끝 모를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9월 정점을 찍은 주가는 하락세를 걸은 끝에 시총 2조원 이상이 사라졌다. 2022년 상장 당시 4000억원을 못 미치던 루닛의 시가총액은 1년 뒤 3조원대를 돌파하며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원대한 비전을 앞세워 유지됐던 기업가치가 현실과 괴리가 발생하며 투심 동력을 상실한 것으로 풀이된다.

5일 루닛은 전일 대비 200원(0.43%) 오른 4만6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9월 11일 연중 최고가인 13만4942원 대비 65.61%가 빠졌다. 올랐던 주가가 내리면서 시가총액도 3조원대에서 1조3320억원으로 축소됐다. 약 열 달 만에 2조 원 이상이 휘발된 셈이다. 

루닛은 2022년 7월 공모가 3만원에 상장했다. 상장 당시 시가총액은 3637억원(공모주식 포함)에 불과했다. 이후 회사는 AI 기반 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개발 업체로 비전을 선포했다. 10년 뒤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5조원을 거둘거란 청사진도 함께 발표했다. 구체적인 숫자로 실적 전망치가 제시되자 주가는 뛰었다. 지난해 9월 시총은 3조원이상 치솟았다. 

줄곳 치솟던 주가는 같은 달 12일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몇 번의 반등을 시도했지만 우하향세를 보였다. 기술특례상장 상장 당시 목표한 실적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을 보여준 점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루닛 CI


루닛은 기술특례상장 요건으로 상장하며 성장성에 IR초점을 맞췄다. 

회사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의 실적 추정치와 실제 실적을 비교해 보면 ▲2022년 매출 추정치 207억원, 실제 138억원, 영업이익 추정치 –475억원, 실제 -507억원 ▲2023년 매출 추정치 517억원, 실제 251억원, 영업이익 추정치 –241억원, 실제 –422억원이다. 지난해의 경우 실제 매출은 추정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영업손실은 두 배 가까이 컸다. 이에 회사는 최근 투자자들 사이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2024년 매출과 영업이익 추정치는 각각 916억원, 86억원이다. 지난 1분기 매출 51억원, 영업손실 128억원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올해 흑자전환은 어려워 보인다.

공동 창업자 6인 중 1명이 올 초 회사를 떠나며 우려를 키우는 모양새다. 장민홍 최고사업책임자(CBO·Chief Business Officer)는 올해 1월 5일 사임했다. 장 전 이사의 퇴사로 생긴 빈자리는 지난해 12월 인수한 미국 기업인 볼파라의 테리 토마스 최고경영자(CEO)가 대신한다. 장 전 이사는 카이스트 대학 동기로 만나 2013년 루닛을 창업한 6명 중 한명이다. 

회사는 암 진단 솔루션인 루닛인사이트와 AI 바이오마커 루닛 스코프로 실적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루닛인사이트는 볼파라를 통해 미국 시장을 개척한다는 전략이다. 루닛스코프는 빅파마 신약개발에 이용되면서 이미 매출이 발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