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진 회장, 코스닥 상장사 두 곳 연달아 인수
- 피피아이 지분 140만주를 70억 매입, CB 조달
- 두 회사 모두 재무 상태 악화, 인수 후 시너지 의문 제기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황유건 기자, 임백향 기자
과감한 M&A 행보로 시세차익을 챙겨왔던 김병진(1977년생) 메타플렉스 회장이 시장에서 활동을 이어갈 무대로 코스닥 상장사 딥마인드플랫폼㈜(딥마인드)와 ㈜피피아이를 낙점했다. 메타플렉스는 김 회장이 100% 소유한 개인회사다. 현재 진행 중인 M&A가 완료되면 메타플렉스 → 딥마인드 → 피피아이의 지배구조가 완성될 전망이다.
27일 투자은행(IB)에 따르면 딥마인드는 김진봉 피피아이 대표와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양수도 대상은 김진봉 피피아이 대표 지분(지분 211만2072주) 중 140만주다 매각가는 70억원이다.
통상 코스닥 상장사 매각가 기준에서는 다소 싼 가격으로 보일 수 있지만 악화된 피피아이의 재무 상황과 김 대표가 남겨둔 주식 71만여 주를 감안하면 낮다고 말하기 어렵다. 피피아이는 실적 부진으로 2020년, 2021년 각각 65억원, 11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2년 흑자전환 했지만 지난해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17억원이다. 같은 기간 현금성 자산은 11억원인 반면 결손금은 122억원에 달한다.
피피아이 자력으로는 정상화를 이루기 어려운 상황이다. 매출 역시 꾸준히 하락세다. 자본총계도 꾸준히 감소하고 있어서 적자가 더 지속될 경우 자본잠식으로 번질 수 있다.
피피아이에 대한 양수도 계약금 14억원은 지난 2일 납입완료 됐다. 잔금 56억원은 딥마인드가 전환사채(CB) 발행으로 메우기로 했다.
이달 21일 딥마인드는 60억원 규모의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이 중 56억원이 피피아이 증권 취득(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으로 활용된다. 나머지 4억원을 운영자금으로 쓸 계획이다.
전환사채의 표면이자율은 3.0%, 만기이자율은 5.0%로 설정됐다. 납입일은 지난 26일, 만기일은 2027년 8월 26일이다. 전환가액은 3177원이다. 전환청구기간은 2025년 8월 26일부터 2027년 7월 26일까지다.
잔금 지불 방식을 두고 IB 관계자들은 메자닌 활용과 M&A에 능통한 김 회장이 특기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20대 때 창업에 뛰어들어 벤처기업을 일궜다. 배너광고회사 애드바 창업으로 시드머니를 쥐었다. 이후 활발한 M&A를 진행했다. 상장사 한주에이알티(옛 일야), 빌리언스, 경남제약 등이 그의 손을 거쳐 갔다. 특히 경남제약의 경우 김 회장 지배하에서 발행한 CB가 300억원을 돌파하며 자본시장에서 이름을 날렸다.
경남제약은 2021년 -77억원, 2022년 -34억원, 2023년 -67억원 등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실적 악화가 장기화되면서 결손금은 2019년 34억원에서 올해 1분기 465억원으로 불어났다. 지난 2019년엔 최대주주의 잦은 변경과 배임, 횡령, 경영권 분쟁 등으로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렸다.
김 회장은 개인 회사를 기반으로 회사를 인수하고 매각하면서 차익을 남기는 방식의 M&A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는 딥마인드와 피피아이를 중심으로 판을 짜는 모양새다.
피피아이는 지난 4월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신상이다. 복수의 원매자와 협상이 이루어졌지만 딜이 진전되지 않았다. 당초 투자유치를 노렸으나 딥마인드와 협상과정에서 경영권 매각으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진다.
피피아이의 재무 사정을 보면 자금 수혈이 이뤄져야 하지만, 딥마인드플랫폼의 자금 사정 또한 여유롭지 않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28억원, 결손금은 733억원에 달한다.
딥마인드플랫폼의 전주(속칭 쩐주)는 최대주주인 메타플렉스(31.13%) 외 4인(33.33%)이다. 이들은 총 64.46%의 지분을 들고 있다. 당초 최대주주는 블레이드엔터테인먼트(현 빌리언스) 외 3인이었으나 메타플렉스가 90억원 유상증자에 참여해 딥마인드의 최대주주가 됐다.
메타플렉스는 올해 5월 17일 경남제약의 최대주주인 블레이드엔터테인먼트의 지분(30.87%)과 경영권을 휴마시스에 480억원에 매각했다. 이때 확보한 돈은 딥마인드 인수에 쓰였다.
김 회장은 딥마인드가 안정화되자 피피아이 인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딥마인드와 피피아이가 M&A 전문가 손에서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지 의문점이 따라 붙고 있다. 두 상장사가 각각 영위하는 사업의 형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배구조는 기존 ‘김 회장→메타플렉스→블레이드엔터테인먼트→딥마인드’ 에서 ‘김 회장→메타플렉스→딥마인드→피피아이’로 변화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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