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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뉴스웨이브][게이트]한국자산신탁, 순익 60% 낙하…차입형·책준형 리스크 ‘노출’

- 주요 재무 지표 악화, 건전성 ‘빨간불’
- 신탁계정대여금과 대손충당금 증가…재무 부담
- 부동산 침체로 신규 수주 감소, 수익성 회복 어려움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이재근 기자

부동산신탁업체인 한국자산신탁의 주요 건전성 지표가 일제히 하락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줄어든 가운데 신탁계정대여금과 대손충당금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년간 공격적으로 수주했던 차입형 토지신탁(차입형)과 책임준공확약형 관리형 토지신탁(책준형)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영향이 컸다. 

한국자산신탁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영업수익)은 전년 동기(1302억원) 대비 9.87% 감소한 1173 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07억원, 314억원으로 전년(영업이익 596억원, 당기순이익 854억원) 대비 31.56%, 63.16% 줄어들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3년째 손실 영역을 맴도는 중이다.

수익성이 감소한 배경에는 부동산경기 저하에 따른 미준공, 미분양, 미입주 리스크 속 ‘차입형’과 ‘책준형’의 자금 수요가 자리한다. 차입형과 책준형 사업장의 난항으로 고유자금을 투입되면서 재무부담이 높아진 탓이다. 그간 한국자산신탁은 책준형·차입형 약정 제공 대가로 수수료를 받고 신탁보수를 키웠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PF 등 개발 사업비를 신탁사가 직접 조달하는 방식이다. 신탁사가 사실상 대주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대규모 유동성이 요구된다. 자금력이 부족할 경우 외부 차입을 통해 자금을 투입하기 때문에 수익성 악화와 개발사업 실패에 따른 리스크에 직접 노출된다.

책준형 토지신탁은 사업지의 시공사(건설사)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신탁사가 고유자금인 신탁계정대 등을 투입해 공사를 마무리하거나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구조로 차입형과 함께 고위험 사업영역에 속한다. 

한국자산신탁 로고

회사의 수익성 감소는 증가한 신용손실충당금(대손충당금)에 기인한다. 올해 6월 말 기준 신탁계정대 대손충당금 증가율은 작년 6월 말 대비 29% 늘어났다. 최근 2년간 대손충당금 증가율은 더 높다. 2021년 454억원에서 지난해 814억원으로 79.3% 늘었다. 대손충당금은 자산신탁사가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예상되는 채권을 미리 비용으로 처리하는 회계 계정이다. 충당금을 많다는 것은 그만큼 미래 예상 부실 규모가 커졌다는 얘기다.

신탁사가 외부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사업장에 빌려준 돈인 신탁계정대는 지난해부터 상승 추세다. 2021년 2615억원, 2022년 2240억원 등 2000억원대에 머물렀으나 지난해 말 4688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 1분기 말은 5520억원, 2분기 말엔 6049억원으로 증가했다. 신탁계정대는 신탁사가 사업 과정에서의 발생한 손실을 충당하기 위한 자금이다보니 차입형 사업장을 많을수록 신탁계정대 상승 우려가 높다.

한국자산신탁의 올해 상반기 말 ‘고정’ 이하 자산은 6개월 새 46% 증가한 6057억원을 기록했다. 부동산신탁사는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정상 → 요주의 → 고정 → 회수의문 →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분류해 건전성을 관리한다. 

최근 국내 부동산신탁사 책준형·차입형 사업장에서 시공사 여러 곳이 부도 처리되고, 신탁사가 시행을 맡은 차입형 사업에서도 미분양이 다수 발생하는 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병주 전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몇 년 간 부동산신탁사들 수주가 차입형·책준형 위주로 급격히 늘었는데, 올해는 해당 신규 수주가 거의 없었을 정도로 수주 자체가 줄어들었다”라며 “부동산 PF를 축소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당분간 신규 수주에 따른 신탁 보수 규모는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