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실 경영으로 인해 관리종목 지정
- 회계감사인, 경영 지속 가능성 의문 제기 의견 거절
- 최대주주 지분율이 급격히 줄어 경영권 유지 위기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주가조작 혐의 등으로 최근까지 국회에서도 논란이 됐던 삼부토건이 16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서 주식거래가 중지됐다. 관리종목 지정 사유는 ‘반기검토의견 거절’이다.
앞서 삼부토건은 지난 14일 공시에서 회계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 통보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삼부토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이 회사의 연결기준 매출은 2045억원, 영업손실은 409억원, 당기순손실은 515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말 연결기준 누적결손은 2567억원으로, 작년말 2043억원보다 6개월 사이에 524억원 더 늘었다.
지난 6월 말 자본총계도 616억원으로, 자본금 2120억원보다 적어 3년 연속 부분자본잠식 상태를 지속했다. 여기에다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도 1712억원에 달했다.
이에 대해 삼일회계법인은 이 회사의 경영이나 재정상황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 등이 존재하는 경우 기한 이익상실을 사유로 채권자가 요구하는 경우 (이 단기차입금은) 즉시 상환되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삼부토건이 지난 4일 보유 중인 일부 용지를 13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나 계약 체결일로부터 1년 6개월 이내에 해당 용지에 대한 도시개발법상 실시계획인가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삼부토건은 매수인에게 용지매매대금에 이자비용 등을 가산한 금액을 반환해야 한다면서 이런 상황은 계속기업가정에 중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요인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에 경영진에 계속기업가정의 적정성을 평가하기 위해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경영진은 해당 자금수지분석에 사용한 자금조달계획에 관한 충분하고 적합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반기보고서에 대해 검토 의견을 거절한다고 설명했다.
회사 실적 자체가 적자 지속에 누적 결손, 부분 자본잠식 상태인데다 이 실적 자체도 믿기 어려워 관련 회계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제출하지 않아 반기보고서에 대한 검토의견을 거절한다는 것이다.
시공능력평가 71위 중견 건설사인 삼부토건은 작년부터 주가조작 의혹을 많이 받아왔다. 작년 5월 1000원대(액면가 1천원)였던 주가가 2개월 만에 5000원대까지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전쟁 후 복구 지원을 약속했는데, 관련 포럼에 삼부토건이 초청되면서 이 회사도 전후 복구사업에 참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했던 영향이었다.
올들어 최근에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지난해 5월 단톡방에서 두 차례 삼부토건을 언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다시 문제가 크게 불거졌다.
이 전 대표가 지난해 5월 14일 ‘삼부토건 주가를 확인하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메시지를 단체대화방에 남긴 후 정부가 본격적으로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 사업을 추진하면서 삼부토건 주가가 폭등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야당은 “정부의 외교국방 정책 정보가 주가조작에 활용됐다”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와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에서 파상공세를 이어간 바 있다.
이후 제자리로 돌아갔던 이 회사 주가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졌던 지난달 한때 1800원선을 다시 넘기도 했다. 역시 우크라이나 재건 수혜주 기대 탓이었다.
미국 대선 판세가 다시 바뀌면서 주가도 다시 떨어졌지만 지난 14일에는 관리종목 지정 및 거래정지 직전인데도 외국인들이 대량 순매수하면서 반짝 상승하기도 했다.
한편 삼부토건은 1948년 고 조정구·조창구·조경구 3형제가 서울에서 '삼부토건사'를 개업하면서 처음 세워졌고, 1965년 건설부로부터 토건공사면허 1호를 땄다.
경인·경부 고속도로, 서울 지하철 1호선, 강남권 개발사업 등 굵직한 토목 공사를 중심으로 성장해 1960~1970년대에는 도급순위 3위에 오르기도 했다.
1993년 조정구 회장이 사망하면서 창업주 2세인 조남욱 회장이 삼부토건 대표이사에 올랐다. 하지만 조남욱 회장이 삼부토건 대표이사로 재임하던 2011년, 서울 서초구 헌인마을 재개발 사업이 좌초되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화로 자금난에 빠져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서울 역삼동 라마다 르네상스호텔(현 조선팰리스 서울 강남)을 담보로 채권단의 자금지원(7500억 원)을 받았지만 경영정상화에 결국 실패하고, 2015년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 검사 시절부터 조남욱 회장과 자주 만났고, 여기에 김건희 여사도 등장한다는 점 때문에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미 한때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삼부토건은 2017년 DST로봇(현 휴림로봇) 컨소시엄에 매각되면서 회생절차를 졸업했다. 이후 지난해 화장품 업체 디와이디에 다시 넘어갔다.
올해 6월 말 현재 디와이디가 지분 11.49%로, 여전히 최대주주이지만 반기보고서를 보면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장내매도로 디와이디의 지분율은 4.98%로 크게 줄었다. 최대주주라고 하기엔 민망한 수준의 지분율이다.
반면 6월 말 현재 소액주주수는 13만7653명에 달하고 소액주주들의 소유주식비율도 91.88%에 이른다.
지난 14일 삼부토건 공시에 따르면 과거 디와이디의 삼부토건 주식 매입 때 주식담보대출을 해줬던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등이 시가 하락으로 담보비율이 하락하자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반대매매를 실시, 디와이이디의 지분율이 이처럼 크게 줄었다.
국회 논란과 감사의견 거절, 관리종목 지정 조치까지 받은 상황에서 5%도 안되는 지분율로 경영권 유지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디와이디 역시 지난 14일 최대주주 이일준 회장에게 주식담보대출을 해줬던 상상인증권의 반대매매 실행으로, 이 회장의 보유주식수(499만3331주)가 기존 2대 주주인 상상인증권(636만2602주)보다 적어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하지만 상상인증권이 전문투자자로서 투자를 목적으로 디와이디 주식을 소유하고 있음이 확인됐고, 이에 따라 최대주주 산정시 상상인증권 소유주식은 소유주식수에서 제외된다며 여전히 최대주주는 이일준 회장(62)이라고 16일 디와이디가 공시했다.
디와이디 역시 적자 지속으로 누적결손에 부분 자본잠식 상태에 있는 기업이다. 현재 세계대한태권도연맹 부총재 직함도 갖고 있는 이 회장은 삼부토건-디와이디 회장에 대양산업개발 회장직도 겸하고 있다.
이일준 회장 지분이 40%인 대양산업개발은 작년 말 자산 141억원, 이익잉여금 50억원, 자본총계 65억원 정도인 소규모 건설업체다. 2022년 이후 매출은 아예 없고, 작년 5억원의 영업손실만 기록했다.
또 디와이디는 현재 서울법대-검사 출신의 정창래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김덕배 전직 국회의원(16대), 이재홍 전 파주시장 등 정치인 출신들이 사외이사로 들어와 있다.
상상인그룹 소속사들인 상상인증권, 상상인저축은행,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도 과거 최대주주의 불미스런 사건들로 금융당국이 최대주주 지분매각을 명령했다가 현재 법정분쟁화하고 있을 정도로 안좋은 일에 여러번 연루됐던 금융회사들이다.
2017년 회생절차 졸업 후 연이어 삼부토건을 인수한 기업과 최대주주의 면면, 인수기업들의 재무상태, 관련 금융회사 등을 종합해볼 때 삼부토건이 기업사냥꾼 또는 주가조작세력의 놀이터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관련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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