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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브][현미경]롯데관광개발, 제주 드림타워의 ‘희망 고문’ 끝 없어…‘1조 빚 허덕’①

- 제주 드림타워 기대와 달리 주가 저조, 과도한 부채 부담 지속
- 카지노 실적은 개선, 호텔 부문은 부진…전반적인 재무 상태 악화
- 전환사채 상환 압박, 회사 경영에 위기 초래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사진=롯데관광개발]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롯데관광개발과 이 회사 최대주주 김기병 회장에게 제주도 드림타워 복합리조트는 이제 ‘희망 고문’이 되고 있는 것일까?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작년 8월 중국의 해외 단체관광이 허용되면서 드림타워리조트의 매출과 이익도 폭발할 줄 모두 알았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실적은 기대만큼 나아지지 않으면서 주가는 여전히 바닥을 기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 드림타워는 롯데관광개발이 중국인 관광객, 이른바 ‘유커’들을 노려 10여년 간 1조4000억원 안팎을 투입해 천신만고 끝에 만들어낸 야심작이다.

자체 자금이 모자라 대부분 빚을 동원하는 바람에 지금도 회사 총차입금은 1조원이 넘는다. 김기병 회장 일가와 계열사들까지 줄줄이 만신창이가 될 정도로 총동원된 사업이었다.

리조트 중 호텔(그랜드하얏트제주호텔)은 2020년 12월, 외국인전용 카지노는 2021년 6월 각각 문을 열었다. 문제는 하필이면 그 때가 코로나가 한창이던 때라는 점이다. 유커들이 올 리가 없었고, 회사와 오너 일가는 더 휘청거렸다.

다행히 작년 8월 중국의 해외 단체관광 허용 소식이 전해지면서 직전 9000원대를 맴돌던 주가가 한때 1만7000원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주가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유커들이 다시 늘기는 했지만 기대 만큼 ‘폭발적’이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롯데관광개발의 연결 영업실적(단위 백만원)


그래도 계속 꾸준히 늘어난 유커들 덕분에 올 1분기에는 드디어 실적 턴어라운드에도 성공했다. 올 1분기 롯데관광개발의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25%나 늘었고, 영업이익도 작년 1분기 334억원 적자에서 올 1분기에는 88억원 흑자전환했다.

특히 카지노가 실적 개선을 리드했다. ‘드림타워 카지노’는 올 1분기 개장 후 처음으로 70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1분기 드랍액은 3847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무려 68% 증가했고, 홀드율은 18.2%로 전년 대비 11%포인트나 껑충 뛰었다.

드랍액은 카지노에서 고객이 베팅한 총금액을 말한다. 홀드율은 드랍액 중 카지노가 게임에서 이겨 카지노가 갖게되는 금액의 비율을 뜻한다. 드랍액과 홀드율이 높을수록 카지노 영업실적이 늘게 된다.

또 올들어 제주도 외국인 입도객 숫자도 코로나 팬데믹 전인 2019년 대비 97% 정도의 회복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제주특별자치도 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제주도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72만7000명에 달한다.

작년 전체 관광객 약 15만명보다 무려 5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제주도-해외 직항노선 확대 등의 호재들도 계속 나오고 있다.

제주드림타워리조트의 호텔및 카지노 영업실적

 

 

그러자 많은 언론과 증권사들은 롯데관광개발에 대해 ‘퀀텀 점프’ 수준의 도약이 기대된다며 다시 장밋빛 전망 일색의 기사와 보고서들을 쏟아냈다.

지난 5월 키움증권은 롯데관광개발의 목표주가를 1만9500원으로 제시했고, 6월 SK증권은 목표가를 2만5000원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지난 13일 현재 주가는 여전히 9000원도 안된다. 지난 5월 이후 주가가 1만원선을 간신히 넘긴 날도 손에 꼽을 정도다. 입도객도 예전 수준으로 거의 회복됐고, 회사 실적도 점점 개선 추세인데도 주가는 왜 계속 이 모양일까?

많은 업계 관계자들은 우선 유커가 많이 돌아왔다지만 코로나나 사드 사태 이전 같은 ‘폭발적 회귀’는 아직 아니고, 또 과거처럼 돈을 마구 뿌리지 않고 있는 점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중국 경제가 여전히 침체 상태인 점과 시진핑 주석의 정책 영향도 큰 것으로 알려진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단체 관광객 중심의 면세점 쇼핑 등이 활황이었다면, 오늘날 제주도를 찾는 외국인들은 개별 관광객의 비중이 크고 실속 있는 소비를 추구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짚었다. 

개별 관광객, 특히 카지노 VIP고객들의 제주도 접근이 더 용이해지면서 그나마 카지노의 실적 개선이 눈부신 이유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호텔 부문 실적은 내국인들의 제주도 기피까지 겹쳐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호텔및 카지노 부문 매출비중 변화

 

실제 카지노 부문 매출(연결기준)은 2022년 436억원에서 지난해 1524억원, 올해 1분기 700억원 등으로 계속 급증 추세다. 반면 같은 기간 호텔부문 매출은 1177억원, 925억원, 169억원 등으로 계속 감소 추세다.

전 매출에서 호텔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64%, 29.5%, 15.9% 등으로 더 하락폭이 가파르다.

호텔 부문이 이렇게 죽을 쑤는데다 과다한 차입에 따른 금융비용까지 겹쳐 지난 1분기 영업흑자 전환에도 불구, 당기순이익은 384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물론 작년 2023억원 적자에 비해서는 적자폭이 많이 줄어든 것이기는 하나 당기순익까지 완전 흑자체제로 전환하려면 카지노 쪽이 더 폭발적이든가, 호텔이 다시 살아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24년1분기 롯데관광개발의 금융비용

 

일본인 관광객이 많은 인천 파라다이스 카지노의 홀드율(11%안팎)에 비해 유커가 거의 대부분인 드림타워 카지노 홀드율(18%대)이 과해 보인다는 지적도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한 카지노업계 관계자는 “드림타워 카지노의 실적 급등은 시진핑 정부가 중국 고위관료 등 VIP들의 마카오행을 직간접적으로 통제한 영향도 있다고 듣고 있다”며 “중국 상류층이 제주도에서 돈을 마구 뿌리고 있다는 소문이라도 귀에 들어가면 시진핑 정부의 제주도 정책도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영업실적이 카지노를 중심으로 턴어라운드했다지만 이처럼 실속은 아직 없다보니 과다한 빚 부담에 따른 롯데관광개발 및 계열사들과 오너 일가의 고통(?)은 계속 되고 있다.

우선 이 복합리조트를 짓기 위해 들어간 엄청난 차입 부담이다.

롯데관광개발은 2020년 11월 다수 금융기관들로부터 금리 4.05~5.9%에 3년 만기로 7000억원을 빌렸다.

당시 업계 4~5위 수준의 여행사(롯데관광개발)와 사드 및 코로나사태로 이미 신음 중이던 계열사 동화면세점, 서울 광화문빌딩 관리업체인 동화투자개발 등 소그룹이 감당하기엔 너무 벅찬 금액이었다.

 

만기가 돌아온 작년 11월, 금융기관들은 만기를 다시 1년 연장하는데는 동의했지만 금리를 크게 올렸다. 올린 금리는 7.1~10%로 거의 2배 가까이 올렸다.

이 차입금에는 김기병 회장 보유 롯데관광개발 주식 1741만주(지분율 23.8% 해당)와 롯데관광개발이 보유한 자회사 엘티엔터테인먼트 주식 400만주, 지분 100% 전체와 드림타워 토지 및 건물 등이 담보로 잡혀 있다.

그런데도 계속된 적자에 자본잠식 상태인 기업을 믿을 수 없다는 듯 금융기관들은 금리를 가차없이 큰폭 올렸다.

2023년말 롯데관광개발의 단기차입금 구조

 

 

이 7000억원은 리조트 건설에 들어간 것이다. 여기에 리조트가 벌어들이는 수익이 거의 없다보니 리조트 운영을 하려면 또 차입을 계속 해야 했다.

적자 상태인 리조트에 후하게 금리를 줄 금융기관은 없었다. 2022년 발행, 만기가 내년 8월인 회사채 150억원의 금리도 연 9%에 달했다.

이것도 모자라 그후 전환사채(CB)를 틈만 나면 발행했는데, 그 조건들도 좋을 리 없었다.

2019년 9월에 발행한 해외전환사채 600만달러(현 잔액 970억원)의 만기는 2023년 9월이었고, 원래 발행금리는 5%였다. 하지만 작년 9월 만기를 다시 2025년 9월로 연장하면서 금리는 무려 15%로 치솟았다.

 

 

2019년 발행한 해외CB의 현재 달라진 발행조건들


그 이후에도 국내 CB를 2021년에 3차례(1642억원), 작년에 4차례(513억원)나 발행했다. 작년 발행분들의 만기보장수익률은 모두 8%에 달했다.

CB와 회사채를 포함한 이 회사의 총차입금은 지난 3월 말 1조50억원으로, 부채비율이 무려 5443%에 달한다.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회사의 부채비율이라고 보기 어렵다.

금융기관들 말고 김기병 회장(156억원)과 계열사들인 동화투자개발(50억원), 엘티엔터테인먼트(388억원) 등도 롯데관광개발에 돈을 빌려주고 있다. 복합리조트 건설과 운영에 전 계열사 및 오너 일가의 거의 모든 재산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차입금 금리가 이렇게 높다보니 금융비용만 올 1분기에 418억원이 지출됐다. 이중 365억원이 이자다. 올 1분기에 벌어들인 영업이익 88억원으론 금융비용도 감당이 안돼 결국 38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봐야만 했다.

 

차입금은 그나마 올 11월에 또 고금리 만기연장을 하고 이자는 일단 번 돈으로 부담하면 된다. 그러나 CB들의 조기상환청구(풋옵션) 및 만기가 속속 돌아오는 점은 거액을 계속 지출해야 하는 문제다.

CB는 주식전환 청구시기가 닥쳐 보유자들이 주식으로 바꾸기만 해도 발행 회사로선 당장의 자금 부담이 없다. 이자 지급이나 만기 상환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식전환가격은 모두 1만1000원대를 넘는데, 현 주가가 1만원도 안되다보니 주식전환 물량이 아직 적다. 전환된 물량은 작년에 99.79억원, 올 1분기에 40.5억원에 각각 불과하다.

2021년 발행 CB들의 풋옵션 시기는 지난 2월부터 이미 시작됐고, 2023년 발행분은 오는 12월부터 시작된다. 이들 모두 조기상환을 요구하면 여유자금이 아직 거의 없고, 온통 빚 뿐인 롯데관광개발이 어떻게 막을지 의문이다.

롯데관광개발 측은 사채권자가 조기상환권을 행사하는 경우 신규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상환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CB 돌려막기로 일단 대응하겠다는 얘기다. 

만약 주가가 많이 올라도 고민거리가 있다. 주가가 많이 올라 CB 대부분을 주식으로 바꿔버리면 지분율 20%가 넘는 신주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온다. 김 회장을 비롯한 기존 대주주들의 지분율이 크게 떨어져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

기존 소액주주들 역시 지분율 하락과 신주 급증에 따른 주가하락 등으로 불만이 고조될 것이다. 기업 실적이 아주 좋아져 주가가 너무 올라도, 주가가 너무 떨어져도 모두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2024년3월말 기준 롯데관광개발의 전환사채 현황

 

아무튼 계속 적자가 누적되면서 지난 3월말 이 회사의 연결기준 누적 결손은 1조113억원에 달한다. 자기자본(자본총계)은 314억원으로, 자본금 380억원보다도 적다. 이른바 부분 자본잠식상태다.

또 이 회사가 1년 안에 갚아야하는 유동부채(연결)는 지난 3월말 기준 1조2417억원에 달하는 반면, 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은 861억원에 불과하다. 무려 1조1555억원이나 모자란다.

이 역시 정상기업이라면 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외부감사인이 감사보고서에서 “이런 상황은 계속기업의 가정에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함을 의미한다”고 밝힐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