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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뉴스웨이브][게이트]호전실업, 풋옵션 ‘봇물’…80억원 현금 유출

- 예상보다 낮은 주가, CB 투자자들 풋옵션 행사
- 조기상환 올해 78억, 지난해 174억…잔여 67억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정민휘 기자

스포츠 의류 주문자위탁생산(OEM) 업체인 호전실업이 메자닌 투자 유치 당시 예상한 주가와 멀어진 가운데, 전환사채(CB)에 대한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가 잇달아 발생하며 80억원 규모의 현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풋옵션 발생은 투자자 기대에 못 미치는 주가 때문이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전실업은 올해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CB) 조기상환으로 78억원을 집행했다. 이번 조기상환은 사채권자의 풋옵션 행사에 따른 조치다.

풋옵션이 행사된 CB는 지난 2021년 발행한 제12회, 제13회차로 올해 1월25일(13회차, 16억원), 29일(12회차, 3억원), 4월 29일(12회차, 10억원), 7월25일(13회차, 36억원), 29일(12회차, 13억원) 각각 상환을 마쳤다.

지난해 초 호전실업의 미상환 전환사채 잔액은 315억원이었다. 이중 그해 174억원을 조기상환했다. 현재 잔여 전환사채는 제11회 전환사채 포함 총 67억원이다.

풋옵션 청구가 계속된 것은 주가가 CB 발행 전환가를 밑돌기 때문이다. 11~13회차 CB 전환가액이 7000원~1만원대인 반면 현재 주가는 6900원대에 머물고 있다. 발행한 CB 모두가 표면 이자율이 0%인 것을 고려하면 투자자는 주식 전환을 통한 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투자한 것이다.

호전실업 홈페이지 갈무리

14일 장마감 기준 주가는 7000(전일 +0.85%)원이다. 이는 지난해 8월 8500원~9000원대 보다 약 2000원가량 낮은 수준이다. 호전실업 주가는 2021년 5월 31일 장중 1만7200원을 찍고 이후 줄 곳 내리막이다.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IT, 바이오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은 의류·섬유 업종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24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804억2700만원이며, 이 중 의류 OEM 생산 사업 비중이 99.98%를 차지한다. 직전 동기 대비 매출이 약 5% 감소한 가운데 원가 및 판관비 비중은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 모두 적자가 발생하는 등 부진한 수익성을 보였다.

올 1분기 이익잉여금은 1120억원에 달한다. 최근 4년간 이익잉여금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2020년 778억원, 2021년 885억원, 1008억원, 2023년 1149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기업가치 평가 지표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올 1분기 말 기준 0.4배다. 즉 기업가치가 자본총액(장부가액)보다 낮다는 의미다. 통상적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할 땐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눈 비율인 PBR을 지표로 삼는다.  

이익잉여금 비축 규모가 상당한데도 기업 가치가 저평가된 것은 이 돈이 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 재원으로 사용될 가능성을 시장이 낮게 본다는 의미다.

주요 거래처는 노스페이스, 언더아머, 아슬레타, 룰루레몬, 아크테릭스 등아웃웨어 분야 글로벌 브랜드들이다. 인도네시아 가죽가공업체(PT.DAEHWA LEATHER LESTARI)를 설립해 나이키, 아디다스 등의 신발 브랜드에도 가죽제품을 공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