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잦은 금융사고, 이달 350억원 부정대출 사건 적발
- 전임 회장의 친인척 연루, 조 행장 연임에도 영향 미칠 전망
- 조 행장, 재발 방지 다짐하며 조직의 결속 강조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임백향 기자
우리은행이 지난 6월 100억원대 규모 횡령에 이어 이달 350억 부정대출이 잇달아 드러나며 회사 전반에 만연한 내부통제 부실이 도마에 올랐다. 금융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할 때마다 쇄신책을 내놓고 있음에도 감시 체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 손태승 우리금융 전 회장의 친인척(처남댁 및 처조카 등) 관련 법인과 개인사업자에 특혜 대출이 적발되며 연말 임기 만료가 다가오는 조병규 우리은행장 연임에 걸림돌이 될거란 전망이다.
12일 금융당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최근 5년간 금융사고는 △2019년 DLF 불완전판매 △2020년 지점 고객 비밀번호 무단도용 △2021년 전주금융센터 부지점장 600억원대 횡령 △2022년 지점 8000억원대 비정상외환거래 △2022년 기업개선부 직원 8회에 걸쳐 700억원대 횡령 △2024년 김해금융센터 35회에 걸쳐 178억원대 횡령 등 6건이다. 1년에 1번꼴로 금융 사고가 터진 셈이다.
지난 11일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이 손 전 회장의 친인척들에게 내준 350억원 규모의 부적정 대출을 적발했다. 금융당국은 손 전 회장의 권력형 특혜대출로 보고 있다. 아울러 차주의 사문서위조와 사기 등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회사(전·현 대표 또는 대주주) 20개 업체에 대한 우리은행 대출규모는 616억원(42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350억원(28건)은 대출심사와 사후관리 과정에서 정상적인 절차를 따르지 않고 부당하게 진행 됐다. 이달 9일 기준 대출잔액은 16개 업체, 총 303억원(25건)이며, 이 가운데 11개 업체, 198억원(17건)은 1개월 미만 단기 연체상태이거나 부실화된 상태다. 맡긴 담보 등을 감안하면 실제 예상손실액은 약 80~16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번 사태는 전임 지주 회장이 직접적으로 관련됐다는 점에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우리은행측이 고의적으로 사건을 숨기려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우리은행 측은 고의 은폐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부정대출’ 사건은 조 행장의 리더십에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부정대출 기간이 손 전 회장 임기에서 조 행장 임기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조 행장은 지난해 7월에 취임했다. 임기 중 두 번의 금융사고가 터지며 책임론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금융권 안팎에선 조 행장이 연임이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2022년 횡령 사건의 경우 당시 행장이었던 이원덕 전 행장이 이듬해 물러난 사례가 있다.
오는 10월 열리는 정무위원회 국정감사도 조 행장 연임의 허들이다. 매년 국감에는 은행권 CEO가 증인으로 출석하는데, 우리은행 역시 소환이 유력하다.
조병규 행장은 12일 오전 은행 전 임직원에게 메일에서 “원칙에 입각한 업무 수행으로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조직의 결속을 단단하게 하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말혔다.
이어 “은행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과거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인식하고 조치를 취해야 할 부분은 반드시 명확하게 규명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은 매년 크고 작은 사고가 터질 때마다 재발방지를 약속해왔다. 하지만 이후에도 계속되는 사고에 설득력을 잃고 당국 차원의 강력한 구조개선 조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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