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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뉴스웨이브][게이트]배터리업계, 전기차 '주춤'에 투자 백지화·축소·연기·감원까지

- LG에너지솔루션, SK온, 고려아연 등 업계 행보 촉각
- 국내외 전기차 수요 둔화 현상 뚜렷
- 전기차 판매둔화이지 성장이 멈춘 것은 아냐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이재근 기자

전 세계 전기차 수요 둔화가 본격화하자 그로 인해 투자를 연기하거나 잠정 보류 또는 백지화하는 도미노 현상이 배터리(이차전지) 관련 업계에 나타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포드와 튀르키예 코치그룹과 맺은 배터리 합작법인(JV) 설립 계획을 철회했다. 당초 3사는 지난 2월 2026년 양산을 목표로 튀르키예 앙카라 인근 바슈켄트 지역에 25GWh 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한 상태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 1월까지 미국 미시간주 공장 인력의 13%에 해당하는 직원 170명을 내보내기로 하는 인력감축도 진행중이다.

SK온은 2026년으로 예정돼 있었던 블루오벌SK 미국 켄터키 2공장 가동 시기를 가동 시기를 재조정 중이고, 조지아주 공장의 일부 직원은 무급 휴직에 들어갔다. 최근 1조5000억원을 투입해 증설에 나섰던 충남 서산 3공장이 공사를 일시 중단하며 국내 사업장에는 한때 긴장감이 돌았다. 

고려아연은 3분기 동박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내년 상반기로 미뤘다. 작년 말 미국 전자 폐기물업체 이그니오를 인수한 고려아연은 연내 현지에 폐배터리 공장을 착공할 계획이었지만 일제히 중단했다. 폐배터리 진출 계획도 무기한 보류했다.

에코프로비엠는 올해 시설투자 비용은 1조2000억원으로 기존 예상치보다 10%가량 적게 투입했고, 앤에프도 양극재 공장 증설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이런 배터리 관련 기업들의 행보는 전방산업인 전기차 성장세와 맞물려 있다. 

최근 고금리 장기화 여파에 경기둔화 징후까지 짙어지면서 초기 구매비용이 높은 전기차 구매 회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전기차 충전인프라가 아직 완전하지 않은 점과 1회 완충 주행거리를 파격적으로 늘지는 못하고 있는 점도 구매 욕구를 떨어뜨린다.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에 위치한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법인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GM(제너럴모터스)은 2024년 중반까지 전기차 40만대를 생산하려던 계획과 일본 혼다와 진행하던 보급형 전기차 공동 개발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미시간주 전기 픽업트럭 공장 가동도 1년 연기하기로 했다. 

폭스바겐그룹도 2026년 독일 볼프스부르크 신규 공장 설립을 백지화하고 판매 저조를 이유로 전기차 생산 계획을 축소했다.

포드는 올해 말까지 60만대를 목표로 한 연간 전기차 생산량을 40만대로 낮추고 2026년 200만대 판매 목표를 무기한 연기했다. 동유럽에 건설하려 했던 배터리 공장 등 120억달러(약 16조원) 규모의 전기차 투자 지출도 연기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 세계 80개국에 새로 등록된 배터리 전기차는 966만5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36.4% 증가했다. 증가율이 2021년 115%, 지난해 61.3%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시야를 국내로 좁혀도 전기차 수요 둔화 현상은 뚜렷하다. 

지난 9월 누적 기준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 현황은 7만9313대로 전년 동월보다 9.4% 급감했다. 지난해 총 12만3천772대의 전기차가 팔리면서 전년(7만1482대)보다 73.2% 급증했던 것을 감안하면 증가세가 크게 꺽였다.

전방 산업수요 부진과 단기적인 업황 둔화로 인한 배터리와 소재업계의 성장통은 당분간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완성차업체들이 전동화 전환 속도룰 더 늦출 경우 배터리 관련 기업들의 투자 계획이 추가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커지면 모수가 커지기 때문에 성장률은 둔화될 수밖에 없다”라면서도 “현재의 전기차는 판매둔화이지 성장이 멈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