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조그룹 주지홍 부회장, 올해 대형 M&A 2건의 직접 주도
- 인수 자금은 주로 차입으로 조달, 계열사들 재무적 부담 급증
- 부채비율 급증 높이면서 M&A 집행하는 이유 ‘주목’
[편집자주] 기업의 궁극적 목표는 계속기업이지만, 대다수 기업인들의 최대 화두는 지배구조와 경영권 승계다. 특히 승계는 기업규모가 클수록 경제 및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승계를 진행중인 기업들이 시장에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는 이유다. 하지만 공정한 방법으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일감 몰아주기와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 논란 등과 같은 오점을 남길 수 있다. '대물림'은 주요 기업의 경영권 승계 과정을 집중 분석해 그 의미를 되짚어 보는 코너다. 승계의 흐름에 담긴 배경, 지배구조의 암호를 뉴스웨이브가 풀어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이미 경영권을 사실상 승계받은 주지홍 사조그룹 부회장은 올들어 오랫 만에 2건의 대형 M&A(인수합병)를 직접 진두지휘해 성사시켰다.
지난 2월에는 3840억원을 들여 미국계 전분당 기업이던 사조CPK(옛 인그리디언코리아)를 인수했고, 최근에는 식자재왕으로 많이 알려진 식자재 유통기업 푸디스트를 2520억원에 또 인수했다.
사조그룹은 사조산업을 주축으로 하는 식품-수산업 전문그룹이었으나 2004년 신동방 식품사업부문, 2006년 대림수산, 2007년 오양수산, 2016년 동아원과 한국제분을 각각 인수하는 등 활발한 M&A를 바탕으로 그룹 규모를 계속 늘려왔다. 이번에 8년만에 대형 M&A를 재개한 것이다.
이번 2건의 인수를 통해서만 그룹 매출이 1조5000억원 가량 늘어난다고 한다. 주 부회장은 올해 그룹 매출 목표는 5조원이며, 향후 5년 안에 10조원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도 최근 내놨다.
사조 측은 올해 2건 M&A의 목적을 기존의 그룹 사업영역과 잘 조화시켜 시너지효과를 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6360억원에 달하는 인수금액이 사조그룹의 현금동원능력 등에 비해 너무 커 보인다는게 우선 문제다.
사조CPK를 인수했던 사조대림은 사조 계열사들 중에서 총자산이나 이익잉여금, 자기자본(순자산), 매출, 순익 등이 모두 가장 많은, 최대 계열사다. 주요 제품들 중 맛살은 국내 시장점유율 1위, 식용유는 2위다.
재무구조도 탄탄해 작년 말 장단기차입금 합계가 418억원(별도기준)에 불과했을 정도다. 작년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1565억원)도 전 계열사들 중 압도적으로 1위였다.
하지만 인수대금 3840억원 중 3300억원(나머지 540억원은 3년 분할지급)을 혼자서 부담하다보니 3월 말 현금및현금성자산은 702억원으로 급감했다. 인수대금 중 800억원 이상을 현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 기타유동금융자산도 3개월 사이에 100억원 가량 줄었다. 예금 등 단기금융상품도 많이 깬 것이다.
그래도 모자라는 인수대금 2337억원은 차입으로 막았다. 단기차입금이 작년 말 418억원에서 3월말 868억원으로 450억원 증가했고, 작년 말 0(제로)였던 장기차입금 및 사채도 3월말 1600억원으로 급증했다.
3개월 사이에 크게 늘어난 장단기차입금 2050억원 대부분이 인수자금에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모자라는 287억원은 어디서 또 조달했는지, 사조대림 장부에는 나오지 않는다.
그동안 남의 돈을 거의 빌리지 않던 회사가 이렇게 갑자기 거액의 인수대금을 감당하다보니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작년 말 불과 66%에서 지난 3월말에는 113%로 껑충 뛰었다.
지난달 인수가 결정된 푸디스트 인수금액 2520억원은 사조오양이 800억원, 사조CPK가 1720억원을 각각 부담한다고 발표했다. 사조CPK는 지난 2월 사조그룹에 인수되자 말자 넉 달만에 M&A에 차출(?)되었다.
두 회사 모두 사조대림의 종속 자회사여서 사실상 사조대림이 2건 인수부담을 모두 떠안는 구조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신고 승인 절차가 남아있어 아직 인수대금은 치르지 않은 상태다.
유한회사인 사조CPK는 작년 말 자산 2444억원, 작년 매출 4243억원에 영업이익이 131억원 정도인 회사다. 장부상 이익잉여금은 1792억원이나 쌓여있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바로 동원가능한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작년말 현재 5억5000만원에 불과하다. 단기금융자산도 없다.
이런 회사가 어떻게 1720억원을 조달할까? 사조대림 등의 보증하에 전액 금융기관에서 차입하는 방법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 금액을 현찰로 빌려줄 계열사도 없다. 다행히 이 회사도 지금까지 차입이 거의 없었고 보유 부동산도 꽤 있어 부동산 담보에 계열사 보증까지 더해지면 차입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큰 이익은 못 내도 차입 없이 탄탄하게 굴러오던 회사가 사조에 인수되자 말자 다른 기업 인수전에 곧바로 동원되면서 거액 차입까지 해야하는 꼴이 됐다.
미국계 기업으로 있던 작년 말까지만 해도 이 회사 차입금은 단기차입금 25억원 밖에 없었다. 작년 말 부채비율은 36%에 불과했다.
영업이익률 3%에 불과한 회사가 갑자기 1720억원의 빚을 직접 떠안는다면 회사 경영에 갑자기 큰 무리가 갈 것은 틀림없다.
푸디스트 인수자금 800억원을 떠안는 사조오양은 작년 말 총자산 3462억원에 작년 매출 3915억원, 당기순익 20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 회사도 지난 3월 말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이 197억원, 단기금융자산은 1688만원에 각각 불과하다. 상장사인 사조오양은 최근 공시에서 인수자금을 보유자금과 차입금으로 조달하겠다고 이미 밝혔다.
600억원 이상은 차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3월 말 기준 단기차입금 및 유동성장기차입금이 671억원, 부채비율이 아직 55%에 불과해 차입여력은 있지만 견실하던 이 회사도 갑자기 차입금이 2배 가까이 늘어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사조그룹은 계열사가 모두 44개에 달한다고 하나 최근 인수한 2개 기업까지 포함, 감사보고서 등이 공시되는 계열사들의 자산을 단순 합산하면 4조2778억원에 이른다. 작년 매출 합계는 4조879억원이지만 당기순익 합계는 1124억원 정도다. 현금및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 합계는 각각 1343억원, 144억원에 불과하다.
5개 상장사 중 사조산업과 사조씨푸드는 작년 각각 26억원과 23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흑자가 가장 크다는 사조대림의 작년 순익이 703억원 정도다. 현금동원능력 등으로 볼 때 대형 M&A를 감당할 수 있는 곳은 사실 사조대림과 그 종속기업들 정도 밖에 없다.
큰 돈은 못 벌지만 짭짤하게 이익은 보통 내고, 차입금이 별로 없어 재무상태가 비교적 탄탄하다는게 사조 계열사들의 대체적 특징이기도 하다. 차입을 못 늘릴 정도들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탄탄하더라도 차입이 거의 없던 회사에서 갑자기 수천억원의 차입을 늘린다면 아무리 사조대림과 그 자회사들이더라도 벅찬 것은 사실이다.
올들어 인수한 두 기업은 이런 큰 차입 부담까지 떠안아가면서까지 인수할만한 가치가 있는 기업들일까? 6360억원에 달하는 인수가는 적정가일까?
사조CPK의 경우 제품 수요가 광범위하고 대규모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는 장치산업인데다 영업활동에도 신규 진입장벽이 높아 다른 산업에 비해 안정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시장에선 자금력 등이 사조보다 더 우월한 CJ제일제당, 대상, 삼양사 등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2023년 시장점유율은 대상 35%, 삼양사 27%, 사조CPK 24%, CJ제일제당 14% 정도씩이다. 경쟁 때문에 독과점적 지위는 꿈도 못 꾸고 약간의 이익만 겨우 내고 있다.
2020년 103억원, 21년 37억원에 불과했던 영업이익은 22년 124억원 적자에 빠졌다가 작년 가까스로 131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그래봐야 작년 영업이익률은 3%에 불과했다. 21년과 20년 영업이익률도 각각 1%, 3.25%에 불과했다.
작년 매출 4243억인 회사에 매출채권이 492억원, 재고자산 919억원 등 운전자본이 다소 과다한데다 이 수치들이 특히 최근 수년간 계속 급증해온 점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특히 재고자산은 2020년 말 471억원에서 3년 사이에 2배 가까이 늘었다.
재고 과다나 급증은 항상 분식회계 의혹 대상이다. 기말 재고를 많이 늘릴수록 매출원가가 그만큼 줄어 영업이익을 더 낼 수 있다.
작년 영업이익보다 더 많았던 지급수수료 147억원과 로열티 169억원도 주목해봐야 한다. 로열티와 지급수수료는 작년까지 미국 지배기업에게 기술 및 용역 제공과 업무지원 대가로 지급하던 것이다.
국내 동종 경쟁업체에는 이런 부담이 없는 걸로 보아 옛 미국계 최대주주가 배당 쪼로 매년 가져간게 아닌가 추정된다. 미국 최대주주가 가져간 배당이 감사보고서가 공시되기 시작한 2020년 이후 2021년 69억원, 단 한번 밖에 없었던 점이 이런 추정을 가능케 한다.
지급수수료와 로열티 관련, 사조그룹은 지난 2월 인수 관련 공시에서 “지분양수도에 따라 지배기업이 변경되었으며 동일자로 해당 약정사항의 약정대상과 지급비율이 변경되었다고”만 밝혔다. 로열티 등이 인수협상을 통해 없어진게 아니라 지급대상과 지급비율이 변경되었다는 것이다.
최근 건강 및 칼로리 소비에 대한 관심 증가로 당 대체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점도 사조CPK로선 고민해봐야할 문제다. 중장기적으로 현 주력제품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요인들이기 때문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이런 위험 요소들이 적지 않고, 작년 말 순자산이 1792억원인 기업을 3840억원에 인수한 것은 조금 비싸다는 느낌을 준다”며 “공시지가만 모두 864억원인 부평과 이천의 수만평 공장부지 등 보유 부동산 등도 감안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조CPK는 그래도 보유 부동산이라도 적지 않지만 푸디스트는 그렇지도 못하다. 작년말 토지와 건물의 장부가는 각각 177억원, 31억원에 불과하다.
푸디스트는 전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빅파트너스 품에 안긴 첫 해인 2020년 매출 4545억원, 영업손실 125억원을 각각 기록했지만 21년부터는 매출이 급속 성장했다. 21년 매출 7894억원, 22년 9138억원, 23년 1조291억원(연결)을 각각 올렸다. 순익 규모는 아직 크지 않지만 매출 성장세가 가파르다.
그러나 높은 매출 성장세에 비해 수익성이 아직 너무 초라하다. 푸디스트의 연결 당기순익은 지난 20년 80억원, 21년 228억원, 22년 -80억원, 23년 30억원이었다. 20년과 21년은 모두 123억원, 70억원 영업적자였지만 영업외수익인 염가매수차익(20년 228억원)과 유형자산처분이익 411억원(21년 물류창고 2개 매각) 덕분에 당기순익이 간신히 흑자를 기록했다.
순자산(자본총계)도 작년 말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 1134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흑자로 늘어났다기 보다는 주로 유상증자와 유형자산(물류창고) 매각 등으로 불어난 것이다.
이 회사의 작년 별도기준 매출원가율은 무려 92%에 달한다. 원가가 높고 영업이익을 제대로 못내다보니 작년 연결기준 영업이익률은 0.7%(별도 1.56%)에 불과했다.
4대 단체급식 및 식자재기업들인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CJ프레시웨이, 현대그린푸드의 작년 영업이익률 3.5~4.6%에 비하면 아직 많이 낮다. 대형사들에 밀려 아직 소규모 저단가 위주 수주가 많은 때문으로 보인다.
또 작년 별도 매출 8936억원에 매출채권 912억원, 재고자산 115억원, 매입채무 1271억원 등 운전자본이 과다한 점도 매출이나 순익이 부풀려진게 아니냐는 의문을 낳게 한다.
푸디스트는 대형 사모펀드인 빅파트너스가 2020년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서 위탁급식·식자재 유통 부문을 1000억여 원에 사들인 뒤 기존에 약 700억원을 들여 인수했던 동종 업계 윈플러스와 합병하는 볼트온(bolt-on) 전략으로 만든 회사다.
인수대금 1,700억원에 2번의 유상증자 1200억원 등 모두 2900억원을 투입했다. 투자금 회수는 2021년 중간배당 102억원과 22년 배당 706억원, 이번 매각대금 2520억원 등 3328억원이다.
2021년 물류창고 2개를 1200억원에 매각했지만 이는 투자금 회수라기보다 회사 적자 보전용으로 봐야 한다. 빅파트너스는 4년만에 겨우 428억원만 남기고 되판 것이다. 그동안 들어간 다른 비용 등까지 감안하면 간신히 손해 안보고 엑시트(Exit)했다고도 볼 수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순익은 작지만 매출이 급증하는 회사라 빅파트너스 입장에선 더 키워 팔 법도 한데, 4년 만에 엑시트한 것을 보면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흑자전환하자말자 손해 안보고 서둘러 매각한게 아닌가 추정된다”고 말했다. 거꾸로 사조 입장에선 기업가치를 너무 과대평가하거나 너무 비싸게 산 것 아니냐는 의문 제기다.
푸디스트에 800억원 투입을 결정한 지난달 24일 사조오양 이사회에선 한 사외이사가 '총수와 일반주주 간 이해상충'을 이유로 지분투자를 반대했다고 연합인포맥스가 보도한 적이 있다.
연합인포맥스가 입수한 사조오양 이사회 의사록에 따르면 이상훈 사조오양 사외이사는 이날 이사회에서 사조대림 투자에 사조오양이 수익 대비 과도한 비용을 부담할 수 있으며, 그 결과 사조오양 주주의 부가 사조대림에 이전될 수 있다면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사외이사는 또 "그동안 낮은 주주환원율로 적립한 이익잉여금을 이번 투자에 활용하는 셈인데, 그간의 관행처럼 새로 인수한 회사에 총수 일가와 특수관계인들을 사장이나 임원으로 임명하고 배당은 종전처럼 거의 하지 않거나 매우 소량만 한다면 결국 일반주주들의 돈으로 총수 일가만 좋은 투자를 하는 셈"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사조오양의 2021~2023년 연결 현금배당성향은 평균 11.5%에 그쳤다. 이는 작년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배당법인 평균 34.31%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다른 사조그룹 상장 계열사들도 그동안 낮은 배당성향 등 빈약한 주주환원정책 때문에 여러번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사왔다. 다른 상장 계열사들의 작년 연결 배당성향을 보면 사조산업 5.19%, 사조대림은 3%에 불과하다.
사조씨푸드는 적자로 작년 결산배당이 없었고, 22년에는 8.3%를 기록했다. 사조동아원만 작년 19.69%로 20%에 육박했다. 그러나 이것도 코스피 상장법인 평균보다는 한참 낮다.
이때문인지 사조그룹 상장 5사의 주가는 최근 몇 년간 계속 낮은 수준을 맴돌았다. 최근 일부 상장사 주가가 K푸드 열풍 등에 힘입어 회복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저가에 주가 변동이 별로 없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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