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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칼럼]바이든 후보교체 현실화되면 트럼프에 오히려 독이 될수도

이용웅 뉴스웨이브 주필

 

 

“바이든은 정책대결이 아니라 말하는 태도, 활력을 유지하는게 중요하다.”

힐러리 클린턴 전 대통령 후보는 미국 대통령 선거 토론 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글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결과론적으로 말하자면 클린턴은 이미 바이든의 패배를 직감한 것처럼 보여진다.

클린턴은 이번 첫 TV 토론을 지켜볼 수많은 시청자들에게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관전 포인트'가 있다고도 했다. 아무래도 바이든을 믿을 수 없는 클린턴은 국민들에게 토론의 겉모습만 보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후보자가 정책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지 주목하고, 허세를 꿰뚫어봐야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대통령 후보 본인이 아니라 유권자들의 냉철한 시선을 강조한 것은 패배적 사고에 다름아니다.

27일 밤 9시(미 동부 표준시간)부터 90분 동안 진행된 미국 대선 후보간 첫 TV 토론회를 주최한 CNN이 공개한 토론 규칙에 따르면 상대방이 발언할 때 자신의 마이크는 음소거가 된다. 발언 도중에 끼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CNN의 이같은 결정은 결국 바이든에게 독이 되고 말았다.

차라리 토론이 난장판이 되었으면 바이든의 노쇠함은 감춰졌을 것이다. 하지만 토론이 차분하게 진행되면서 트럼프의 거짓말보다는 말을 더듬거리고 뭔가를 잊어버리고 당황하는 듯한 바이든의 모습만 유권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말았다.

미국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건 대통령 후보의 건강은 가장 큰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바이든에게 “활력있게 발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을 한 힐러리 본인도 과거 2016년 트럼프와 붙었던 대선에서 건강이상설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은 선거운동 당시 뉴욕에서 열린 9·11 테러 추모행사에 참석했다가 휘청거리며 차량에 실려 간 적이 있다. 이후 주치의는 클린턴이 폐렴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클린턴은 68세로 70세였던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보다 두 살이나 어렸음에도 고령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금 바이든은 81세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데이비드 샤이너는 워싱턴포스트(WP)에 “미국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라며 “비행기도 70년, 68년이 되면 45년, 50년 됐을 때만큼 작동하지 못한다. 안 좋은 일이 발생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 미국 유권자 72% “바이든 대선 출마 포기해야”...바이든 부부는 완주 의지

“민주당이 거짓말로 정의된 후보를 패배시킬 수 있는 가장 명확한 길은 미국 대중을 진실되게 대하는 것이다. 즉, 바이든 씨는 자신의 경쟁을 계속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11월에 트럼프 씨를 이기기 위해 자신의 자리에 설 수 있는 더 유능한 누군가를 선택하는 프로세스를 만들 수 있다.

국가의 영혼을 트럼프의 악의적 왜곡으로부터 보호할 절호의 기회이다. 그건 2019년 바이든이 대선에 출마한 명분이었다. 그리고 이는 바이든 씨가 오랫동안 고결하게 봉사해 온 국가에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봉사이다.”

뉴욕타임스가 편집위원회 이름으로 지난 28일 내놓은 사설은 이렇게 결론을 냈다. “조국을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경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게 뉴욕타임스의 주장인 셈이다.

심지어 로이터통신은 주요 민주당 후원자들이 최근 며칠 정치 전문가들을 접촉해 다음달 19∼22일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나 그 전에 바이든 대통령을 강제로 교체할 수 있는 규정에 대해 문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30일(현지시각) CBS가 발표한 유고브와의 여론조사 결과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해서는 안 된다는 응답이 72%에 달했다. 출마해야 한다는 응답은 28%에 불과했다.

민주당 지지자들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출마해야 한다는 응답은 55%로 물러나야 한다 45% 보다 많았으나 격차가 크지 않았다.

민주당 일부에서는 바이든의 영부인 질 바이든이 남편을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강조했는데, 질 바이든은 남편의 대선 완주를 독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언론에 따르면 바이든 여사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TV 토론에 대한 혹평이 쏟아진 28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진행된 유세 현장에 'VOTE'라는 문구가 도배된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나타났다.

전날 TV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논란이 다시 불붙으며 후보 교체론이 번지는 상황에서 바이든 여사의 이날 의상은 확고한 완주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언론들은 평가했다.

문제는 지지율이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 매체 더힐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여론조사 업체 레거와 뉴욕포스트가 28일 실시한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50%)보다 8%포인트 낮은 42%의 지지율을 얻었다. 

트럼프와의 격차가 계속 벌어지면 바이든의 완주 의지와는 별도로 교체 여론이 비등해질 수 있다.

트럼프가 온갖 구설수에도 미국 정가에 재등장하게 된 배경은 바로 바이든 임기 동안 전개된 인플레이션이었다.

물가폭등이 트럼프를 재소환한 것이지 바이든의 노쇠함이 트럼프를 다시 불러들인 것은 아니다. 트럼프 역시 78세로 바이든 못지 않은 고령자이다.

경제자문기관 옥스퍼드이코노믹스가 미국 대선과 물가와의 관계를 설명하는 시나리오를 보면 흥미로운 대목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3.4%를 기록한 미국 소비자물가(CPI)가 3·4분기에 3.8%까지 오를 경우 바이든이 간신히 이길 수는 있으나 4%까지 상승한다면 트럼프가 펜실베이니아주를 가져가면서 근소한 차이로 이길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지난 5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3.3%로 다소 진정되는 수준을 보였다.

높은 물가가 트럼프를 소환하기는 했지만 아직은 집권 민주당이 견딜만한 수준이라는 분석도 가능한 수치이다.

때문에 민주당 일각에서는 바이든만 아니면 트럼프를 이길 수 있다는 확신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 바이든 후보 교체가 현실화되면 고령화 논란은 트럼프에 집중될듯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책사'인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는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의 3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배넌은 “트럼프의 TV 토론은 ‘피로스의 승리’(손실이 커 실익이 없는 승리)였다. 크게 이길 수 있는 사람(바이든)이 제거된 셈이다”고 말했다고 한다.

배넌은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부진한 토론 성적이 그를 대선 레이스에서 탈락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답변을 반복하고 생각의 흐름을 잃은 듯한 바이든 대통령의 TV토론 모습이 살아남기 어려울 정도로 여론조사 수치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예측이다.

배넌은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에서 사퇴한다면 현직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것을 전제로 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캠페인은 오히려 큰 곤경에 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넌은 토론회에서 트럼프가 적당히 이겨야 하는데 너무 격차를 벌려놓았다고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공화당 경선 주자였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역시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바이든을 계속 후보로 둔다면 민주당은 살아남을 방법이 없다”면서 “민주당이 바이든을 더 젊고 활기찬 후보로 교체할 가능성을 공화당이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에서 바이든 대타로 등판할 후보로는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J 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 등이 언급되고 있다.

흑인 혼혈 여성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대통령 유고 시 승계 1순위이긴 하지만 지지율이 바이든 대통령보다도 낮아 하마평에서는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때문에 일부 중도적인 유권자들은 바이든 유고시 해리스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할 것으로 우려해 트럼프를 찍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어쨌든 민주당에서 보다 젊은 후보를 바이든 대신 내세운다면 트럼프에 고령화 논란이 집중될 것은 분명해보인다. 미국 대선 레이스에서 큰 반전이 이뤄지는 것이다.

대통령 후보 교체라는 유례없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선택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용웅 뉴스웨이브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