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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림]사조그룹, 주지홍 부회장 편법승계 의혹…‘뒷말 무성’①

 

- 3세 주지홍 부회장으로 ‘경영권 승계’ 사실상 끝나

- 각종 잡음과 편법 승계 논란…의혹 해소는 '오리무중’

- 준지주사 지분율 높인 주 부회장, M&A 광폭 행보

 

사조그룹 오너2세인 주진우회장(왼쪽)과 3세 주지훙 부회장

 

[편집자주] 기업의 궁극적 목표는 계속기업이지만, 대다수 기업인들의 최대 화두는 지배구조와 경영권 승계다. 특히 승계는 기업규모가 클수록 경제 및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승계를 진행중인 기업들이 시장에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는 이유다. 하지만 공정한 방법으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일감 몰아주기와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 논란 등과 같은 오점을 남길 수 있다. '대물림'은 주요 기업의 경영권 승계 과정을 집중 분석해 그 의미를 되짚어 보는 코너다. 승계의 흐름에 담긴 배경, 지배구조의 암호를 뉴스웨이브가 풀어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사조그룹은 동원그룹과 함께 우리나라 원양어업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1971년 설립된 사조는 적극적인 인수-합병으로 현재 국내외 26개 계열사를 거느린 자산 4조3000억원이 넘는 중견그룹으로 성장했다.

상장기업만 사조산업, 사조대림, 사조오양, 사조씨푸드, 사조동아원 등 5개다. 참치캔, 맛살, 어묵, 밀가루제품, 식용유, 김 등을 많이 팔고 있어 소비자들에게도 친숙하다.

사조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는 사조시스템즈라는 회사가 있다. 사조그룹 계열사들의 전산관리와 경비 및 청소, 부동산 위탁관리, 구매대행, 물류창고 같은 부동산 임대 등으로 운영되는 회사다. 작년 말 자산 2403억원에 작년 매출 160억원, 당기순이익 20억원 정도를 각각 올렸다.

2013년말 사조시스템즈이 주주 구성

 

 

이 회사는 2013년 말까지만 해도 주진우 현 사조그룹 회장(75)의 차남 주제홍씨가 최대주주(53.3%)인 작은 계열사였다. 옛 한나라당 국회의원 출신인 주 회장과 사조그룹 주력기업인 사조산업도 각각 지분 15.3%, 31.4%씩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2014년 제홍씨가 러시아 출장 중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제홍씨 지분은 모두 바로 위 친 형이자 주 회장의 장남인 주지홍 현 사조그룹 총괄부회장(47)에게 넘어갔다. 차남 지분은 장남 뿐 아니라 부모나 다른 자녀들에게도 같이 상속되어야 할텐데, 장남에게 모두 간걸로 보아 부모가 상속을 포기하고 장남에게 지분을 몰아줬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 부회장은 상속세 부담 때문에 일부 지분을 사조산업에 매각하고 일부는 또 주식으로 물납했다. 물납한 사조시스템즈 주식은 주식 경매가 5차례나 유찰되자 2년 후 6차 입찰에서 주 부회장을 대신해 사조시스템즈가 자사주로 싸게 되사들였다.

주 부회장은 또 자신이 최대주주이던 사조인터내셔널을 2015년 역시 자기회사가 된 사조시스템즈에 흡수 합병시켰다.

2015년 말 사조시스템즈이 주주 구성

 

2015년 말 통합 사조시스템즈의 주요 주주 구성은 주지홍 39.7%, 주진우 11%, 사조산업 10%, 사조해표 16%, 사조화인코리아 5.2%, 취암장학재단 4.6%, 기획재정부 7.1%, 자사주 3.7%로 바뀌었다. 주지홍의 이 지분율은 2022년말까지 그대로 유지됐다.

문제는 그냥 작은 계열사이던 사조시스템즈가 주지홍 부회장이 최대주주가 된 이후부터 계열사들의 도움으로 급격하게 몸집을 불리면서 여기서 생긴 자금력과 차입금 등을 동원, 그룹 주력기업이던 사조산업 지분을 계속 사모으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2014년 말까지만 해도 사조산업의 최대주주는 주진우 회장(30.94%)이었고, 주지홍은 1.87%, 주지홍이 최대주주이던 사조인터내셔널이 6.78%, 사조시스템즈가 1.97%를 각각 갖고 있었다.

2015년8월 사조시스템즈이 사조산업 주식 매입 현황 공시

 

하지만 2015년에 들어서면서 사조시스템즈는 주 회장(10%)과 다른 계열사들이 보유 중이던 사조산업 지분 59만8330주를 주당 6만6000원씩 모두 395억원에 인수했다.

또 같은 해 사조인터내셔널과 합병, 사조인터내셔널이 보유 중이던 사조산업 지분까지 보태지면서 사조시스템즈의 사조산업 지분율은 15년 말 18.75%까지 높아졌다.

이후에도 사조시스템즈는 계속 주 회장과 다른 계열사들이 보유중이던 사조산업 지분을 틈만 나면 사모아 2016년 말부터 사조산업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2018년 이후에는 장내매수도 많이 했다.

지난 3월말 기준 사조시스템즈의 사조산업 지분율은 29.08%. 주 회장과 주지홍 부회장도 각각 14.24%, 6.80%씩 갖고 있다. 세 곳 지분을 모두 합하면 50.02%. 주진우-주지홍 부자와 사조시스템즈가 사조산업을 확실히 장악한 셈이다. 사조시스템즈는 또 주지홍부회장이 최대주주이므로 주 부회장이 사조산업을 사실상 장악했다고 볼 수 있다.

2024년3월말 사조산업의 최대주주및 특수관계인 현황

 

사조산업은 그룹내 최대 주력 계열사인 사조대림과 사조씨푸드, 캐슬렉스서울의 최대주주이고, 사조대림은 사조오양과 사조동아원의 최대주주다. 사조그룹 계열사들은 서로 얽히고 섥힌 상호출자 및 순환출자 관계다.

사조시스템즈는 사조산업의 최대주주가 됨으로써 전체 그룹 계열사들을 모두 장악할 수 있게 됐다. 사조시스템즈의 최대주주이자 오너3세인 주 부회장이 그룹 전체 경영권을 사실상 승계 완료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또 하나 궁금증은 2014년에만 해도 매출 125억원에 당기순이익 11억원, 보유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117억원에 불과하던 사조시스템즈가 무슨 돈으로 자기보다 덩치가 몇 배나 큰 사조산업 지분을 계속 사 모을 수 있었느냐는 점이다.

2014년 말 사조시스템즈이 이익잉여금, 매출, 영업이익 등

 

사조산업 공시들을 보면 2015년 이후 지금까지 사조시스템즈가 사조산업 지분율을 29.08%까지 올리는데 들어간 돈은 모두 합쳐 730억원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또 2014년 말 595억원이던 사조시스템즈의 장단기 차입금은 2023년말 908억원까지 늘어났다. 이걸로 볼 때 소요자금 최소 730억원 중 200억~300억원 정도는 차입금으로 조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는 어떻게 조달했을까? 기업을 급격히 키우면서 거기서 번 돈으로 수시로 지분을 사모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실제 2014년 125억원이던 사조시스템즈의 매출은 2017년 한때 345억원까지 커졌고, 이익이 쌓여 회사에 모아둔 이익잉여금(사내유보)도 14년 말 87억원에 불과하던 것이 작년 말에는 927억원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이렇게 회사가 급성장하게 된 비결은 사조 계열사들이 사조시스템즈의 매출을 백방으로 도왔기에 가능했다는 게 IB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2014년 이후 사조시스템즈 전체 매출 중 사조 계열사 또는 관계사들이 올려준 매출의 비중은 2022년 한해만 빼고 모두 50%를 넘었다. 2017년에는 75%에 달하기도 했다.

당연히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될 만한 정황이다. 계열사가 매출을 올려준다고 무조건 일감몰아주기가 되는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연간 매출 200억원 이상인 기업의 계열사 매출의존도가 12%가 넘고, 정상거래보다 거래 우대율이 7%가 넘을 경우 일감몰아주기로 간주한다고 한다.

사조그룹은 총자산이 아직 5조원이 안돼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이 아니다. 하지만 자산 5조원이 안되더라도 일감몰아주기 정황이 심하면 공정위가 직권으로 단속에 들어갈 수 있다. 공정위가 이미 들여다봤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정확한 판정은 공정위와 국세청 등만 내릴 수 있다.

내부거래비중이 절정이었던 2017년 사조시스템즈의 내부거래현황

 

이렇게 전 그룹을 사실상 승계 완료하는 과정에서 주지홍 부회장이 들인 자금은 동생 사망후 부담한 상속세 뿐이다. 이 상속세도 계열사에 상속지분을 매각한 돈과 주식 물납으로 대부분 때운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오래 전부터 많은 언론과 시민단체 등은 "주지홍 부회장이 부친및 그룹의 총력지원과 사조시스템즈를 이용해 수조원대 그룹을 세금 몇푼 내지 않고 지배하게 됐다"면서 ‘전형적인 편법승계’라고 비판해 왔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사조그룹 측은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면서 묵묵부답 입장만 언론에 밝혀왔다.

이런 사조의 모습은 일부 재벌그룹들이 2000년대 초반 이전까지 많이 써먹던 편법 상속증여 수법이다. 총수 일가 지분이 많은 시스템통합이나 물류관련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승계 자금을 마련하거나 지배구조의 정점으로 올리는 방법을 많이들 사용했다.

많은 중견그룹들도 이들을 뒤따랐다. 2017년 경제개혁연구소 자료를 보면 오뚜기, 농심, 한미사이언스, 넥센, 풍산, SPC, 한일시멘트, 고려제강, 영원무역, 녹십자홀딩스, 동서, 한샘 등 자산 5조원 미만의 웬만한 중견그룹들도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여론의 거센 비판과 각종 정부 규제가 쏟아지자 최근 들어선 확실히 이런 현상이 주춤해지고 있는게 사실이다. 하더라도 최소한 조심이라도 하는 척하는 모습들을 보인다. 방법이 더 교묘해지고 있다는 얘기들도 많이 들린다.

사조그룹의 경우 뒤늦게 이 대열에 뛰어든 케이스에 속한다. 대부분 탈출(?)하고 난 다음 뒤늦게 뛰어들었다가 더 여론의 표적이 되어버린 경우라고나 할까.

이후에도 사조그룹의 각종 편법 논란은 이어졌다.  주 부회장이 2020년 말 사조산업 소유의 골프장 캐슬렉스서울과 자신의 사실상 개인회사인 캐슬렉스제주의 합병을 추진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합병안을 놓고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이 대대적으로 반발하자 이 카드는 결국 접었다.

2021년에는 개정 상법에서 도입된 ‘3%룰’을 피하기 위해 보유 지분을 쪼개고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섰다가 적지 않은 논란을 빚기도 했다. 3%룰은 이사회 내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보유 지분이 아무리 많더라도 최대 3%까지만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총력 방어막에도 불구하고 사조오양의 사외이사 감사위원에 소액주주들이 추천한 인사가 정식 입성하자 사조그룹 5개 상장사들은 최근까지도 지분 쪼개기와 특수관계인들의 추가지분 확보 작업을 계속 확대했다.

3%이하 계열사 주주가 많은 사조오양의 최대주주및 특수관계인 현황

 

주 부회장부터가 최근까지도 사조산업 등 주력 상장사 지분들을 틈만 나면 계속 조금씩 사모았다. 사실상 승계를 완료한 마당에 굳이 안해도 될 자금투입이었다. 다른 오너 일가나 계열사들도 계속 이 대열에 동참 중이다.

이 때문에 사조산업의 경우 소액주주와의 충돌이 없었던 2020년 말 56.17%였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합계가 지난 3월 말에는 66.03%로 크게 높아졌다. 같은 기간 사조대림도 47.43%에서 58.50%, 사조오양은 60.53%에서 70.67%, 사조씨푸드는 56.30%에서 66.12%, 사조동아원은 52.19%에서 55.30% 등으로 모두 크게 높아졌다.

지분율은 적지만 새로 상장 5사 주주로 등장한 사조 계열사들 숫자도 많이 늘어났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5%룰’ 방어막 구축 목적이 가장 크다고 IB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이런 속도로 오너일가와 계열사들이 총동원돼 상장5사 지분을 조금씩이라도 계속 사모으다가는 결국 사조 상장5사들이 모두 상장폐지의 길로 가는게 아니냐는 얘기들도 없지 않다”고 꼬집었다. 상장기업의 경우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등이 전체 주식의 95%만 확보하면 상장폐지가 가능하다.

소액주주들과 일부 시민단체 등은 사조 오너일가가 소액주주 등과의 대결에 골몰하다보니 상장사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추거나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같은 주주환원정책도 게을리 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도 자주 제기한다. 

계열사들이 상장 5사 등의 지분을 계속 매입하다보니 안그래도 심했던 사조그룹 계열사들의 상호출자와 순환출자 구조도 더 심해지고, 더 헝클어지고 있다. 자산 10조원이 넘으면 상호출자규제대상 기업집단이 되어 상호출자와 순환출자 규제를 강하게 받게 된다. 주 부회장과 사조 수뇌부도 모를리 없을텐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이런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결국 국세청은 2022년 사조그룹에 대한 특별세무조사에 들어갔다. 국세청이 조사 목적을 밝히진 않았지만 일감몰아주기와 편법상속을 포함한 모든 논란거리가 조사 대상에 포함된게 아니냐는 관측들이 당시에 많았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은 아직 없다.

푸디스트 인수 관련 최근 공시

 

아무튼 이런 논란속에서도 주 부회장은 지난 2022년 부사장에서 부회장으로 2단계 특진(?)까지 했다. 아버지 대신 그룹을 잘 관리하고 잘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올들어선 오랫 만에 2건의 대형 M&A(인수합병)를 주 부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해 성사시켰다. 지난 2월에는 3,840억원을 들여 사조CPK(옛 인그리디언코리아)를 인수했고, 최근에는 식자재 유통기업 푸디스트를 2,520억원에 또 인수했다.

작년 말에는 2015년 이후 계속 변동이 없던 준 지주사 사조시스템즈의 지분구조에도 갑자기 큰 변화가 생겼다.

2023년말 사조시스템즈 주주 현황

 

주지홍 부회장의 사조시스템즈 지분율은 2014년 말 51%에서 상속세 납부 등으로 39.7%로 떨어진 후 2022년 말까지 계속 39.7%를 유지했다. 나머지 지분은 모두 부친과 계열사들 및 그룹재단 보유이거나 자사주였다. 비상장사여서 소액주주 걱정도 할 필요가 없어 이 정도 지분이면 그룹 장악에 충분했다.

그런데도 돌연 주 부회장은 작년 말 사조시스템즈 지분율을 50.01%로 크게 높였다. 8년만의 지분 확대였고, 그것도 공교롭게 50%선을 0.01% 넘긴 수준이었다. 사실상 그룹 지주회사를 놓고 어느 누구와도 표 대결을 벌여도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집념으로까지 읽힌다.

사조시스템즈 주주들 중 주 부회장과 자사주의 지분율은 늘었고, 주진우 회장과 사조대림, 취암장학재단의 지분율은 모두 줄었다. 주 회장 지분 감소량과 주 부회장 지분 증가량이 공교롭게도 25만주씩인 것을 두고, 주 회장이 장남에게 지분을 증여한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비상장사여서 확인되지는 않는다.

상장 5사 지분 사모으기에도 여력이 빠듯할텐데, 굳이 그냥 두어도 아무 문제가 없을 사실상 지주사 지분까지 왜 또 확 늘렸을까?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