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까지 2600억 어치 만기 기다리고 있어...현금성자산 대응력 80%
- 남은 공모 회사채 8200억, 최대주주 변경시 즉시 상환요청 가능성↑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정민휘 기자
국내 렌터카시장 2위 업체인 SK렌터카가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로 매각 절차가 진행되는 가운데 연말까지 약 26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다. 올해 1분기 말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으로는 연내 만기 도래 회사채 대응이 어렵다. 그룹사 계열에서 PEF로 주인이 바뀔 경우 시장의 비우호적인 투심이 예상됨에 따라 차입금 상환에 사전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이다.
28일 SK렌터카의 회사채 집계 결과, 2590억원어치의 회사채가 올해 만기를 맞는다. ▲8월 공모사채 290억원 ▲9월 공모사채 900억원, 사모사채 500억원 ▲10월 공모사채 700억원, 사모사채 200억원 등이 만기를 앞두고 있다. 이 공모채와 사모채들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발행한 물량들이다.
통상 회사채는 만기가 되면 발행 회사는 여윳돈으로 원금을 갚거나 같은 금액의 회사채를 새로 발행해 막는다. 하지만 SK렌터카의 현금성자산은 올해 1분기 말 연결기준 2076억원으로 올해 만기 회사채의 80.15%만 대응이 가능하다.
회사채를 새로 발행하더라도 최대주주 변경 이슈는 투심에 걸림돌이다. SK그룹이 SK렌터카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반면, PEF는 투자회사의 가치를 높여 수익을 출자자에게 배분하는 설립목적상 회사채 수요자의 기대치와 차이가 있다.
현재 최대주주인 SK네트웍스는 지난 20일 SK렌터카 지분 100%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를 선정했다. 매각 가격은 8200억원 안팎이다. 주식매매계약 체결은 1개월 내, 주식 매각은 오는 11월 28일이다.
통상 회사채는 원리금 지급 의무 이행이 완료시까지 인수합병(M&A)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채관리계약을 체결한다. 지배구조 변경 및 최대주주 변경은 기한이익상실(EOD)에 부합할 수 있다. 이 경우 내년 이후에 만기도래하는 회사채까지 상환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 SK렌터카의 회사채 발행잔액은 총 8200억원으로 자칫 유동성 우려를 키울 수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PEF로 주인이 바뀌면서 크레딧 리스크가 부상하는 모양새다”라며 “조기상환 물량이 현실화되면 회사 전체 재무시스템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신용평가사 3사들이 일제히 SK렌터카 신용등급 강등 검토에 들어갔다. 현재 SK렌터카의 신용등급은 A+다. 현재 신용등급은 SK그룹의 후광효과가 크다. 2018년 4월 AJ그룹 AJ렌터카(AJ네트웍스 산하) 시절 발행한 공모채가 발행액 대비 약 3배(발행액 500억원, 주문액 1520억원)의 매수주문을 받았다면, SK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뒤 2019년 4월 발행한 공모채는 발행액 대비 13배(발행액 1000억원, 주문액 1조3400억원) 이상의 매수주문이 몰렸다. 유사시 계열사에 대한 재무적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매수세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SK렌터카는 지난해와 올해도 각각 1조원 이상의 투자 모집에 성공했다. 신용등급이 낮은 '비우량 기업'에 속하지만 SK 간판 덕에 여러 자본시장 악재에도 물량이 소화 됐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매각에 따른 신용등급 영향은 1노치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SK렌터카의 지난해 말 별도 영업이익은 1207억원이다. SK네트웍스 전체 매출액의 15.3%, 영업이익의 35.9%를 담당했다.
그룹 차원의 사업 구조 재편이 속도를 내면서 올해 SK그룹 계열사들이 인수합병(M&A) 시장에 줄줄이 등장하는 모양새다. SK렌터카에 앞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11번가 등이 매물로 나왔다. 각 계열사들도 투자했던 지분을 매각하며 현금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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