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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뉴스웨이브][게이트]‘블랙홀’ SK온…SK E&S 활용안 솔솔

- 3년간 투자로 20조원 빨려들어
- 1Q 영업손실 3315억, 매출 ‘반토막’, 순차입금 15조5900억
-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엔 KKR 동의 얻어야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황유건 기자

SK온의 순차입금 규모가 2년 만에 약 13조원 불었다. 연결 기준 순차입금 규모는 2021년 말 약 2조9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15조6000억원 규모로 증가했다. 대규모 투자 재원을 확보를 위해 전방위로 자금을 조달한 결과다.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재무 부담이 전이되자 SK E&S 합병 등 사업 전반의 재조정(리밸런싱)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온의 올해 1분기 말 연결 기준 총차입금(리스부채 포함)은 19조496억원이다. 같은 기간 이자비용(리스부채 이자비용 포함)으로는 780억원의 현금이 유출됐다. 지난해 이자비용은 4739억원이었다. 

SK온은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10월 배터리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출범 당시 순차입금은 2조9046억원에서 이듬해 7조2801억원, 지난해 말 12조9510억원, 올해 1분기 말 15조5900억원으로 뛰었다. 순차입금은 전체 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금융 상품 포함)을 뺀 것이다. 영업현금흐름 적자 상황에서 투자가 계속되다 보니 차입금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SK온이 최근 3년간 투자로 쏟아부은 돈은 약 20조원에 이른다. 올해 계획한 설비투자액은 7조5000억원이다. 이미 올해 1분기 CAPEX로 2조3000억원이 유출됐다. 

다행히 조달을 다각화하며 재무건전성이 급격히 나빠지는 건 막았다. ▲2022년 말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와 이스트브릿지 컨소시엄·2023년 5월 MBK파트너스 컨소시엄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로 2조8000억원 ▲지난해 초 SK이노베이션의 2조원 유상증자 ▲올해 2월 3000억원 원화 회사채 발행 ▲올해 3월 스탠다드차타드를 주관사로 한 신디케이티드론(중장기 집단 대출) 11억달러(1조5000억원) ▲조인트벤처 블루오벌SK에 대한 포드의 자본 납입 5조2000억원 등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부채비율은 2023년 말 기준 190%로 전년 말(258.1%) 보다 개선됐다.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는 50%로 전년(50.9%)과 비교해 0.9%포인트 하락했다. 

SK온 CI

하지만 최근 자본적지출(CAPEX)과 실적 악화로 재무부담 재차 확대될 조짐이다. SK온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 331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1조6836억원)은 전년 대비 49.1% 감소하며 반토막 났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은 15조5900원으로 2021년 말(2조9046억원) 대비 5배가량 증가했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53%로 전분기 보다 3%포인트 상승했다. 

SK온의 순차입금이 늘자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재무 부담도 가중됐다. 올해 1분기 SK이노베이션 차입금은 31조9244억원에 달한다. 전 분기보다 3조원가량 늘었다. 

일각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알짜 회사인 SK E&S를 활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SK그룹 지주사인 SK㈜가 각각 36.2%, 90%를 보유한 중간지주사다. 

현금창출력이 좋은 SK E&S를 합병하면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높일 수 있고, SK E&S가 보유한 3조2465억원(올해 1분기말 연결 기준)의 현금성자산도 이용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을 먼저 하고, SK온에 SK E&S의 나래에너지서비스 등 발전 자회사와 LNG 중개·판매업체인 프리즘에너지를 합치는 방안이 유력시 거론된다. 

다만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은 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동의 과정을 거쳐야 할 확률이 높다. KKR이 SK E&S 상환전환우선주(RCPS) 3조1350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KKR의 통상 RCPS는 표면적으로 상환권이 없지만 합병 등 기업가치에 변동이 발생할 경우 인수자가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풋옵션)를 넣는다. 

KKR은 SK E&S가 2021년 11월(2조4000억원), 2023년 1월(3675억원) 10월(3675억원) 발행한 RCPS를 전액 인수한 곳이다. E&S의 올해 1분기말 별도 자본총계가 6조1696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회사 자본 절반(50.8%)을 KKR가 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