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무보증합계, 2년 새 절반 이상 줄여…해외 위험 관리 ‘포석’
- 매입확약 및 우발채무 규모 큰폭 감소
- 해외부동산투자 리스크는 ‘진행형’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자기자본 기준 국내 증권업계 1위 업체인 미래에셋증권이 지급보증과 매입확약, 매입약정 같은 우발채무들을 작년 이후 크게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발채무는 현재는 부채가 아니지만 언제든지 부채로 바뀔 수 있는 잠재 부채를 보통 의미한다. 최근 증권업계나 건설업계는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과거 호황기때 체결했던 부동산PF 관련 매입확약이나 매입약정 같은 과다한 우발채무들이 부채로 현실화하면서 실적 악화 등 상당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20일 미래에셋증권이 후순위사채 발행을 위해 금융당국에 보고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우발채무 중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크다는 채무보증 합계는 2021년 말 1조7308억원에서 22년 말 2조1671억원으로 계속 증가세를 보이다가 작년 말에는 1조5159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지난 3월 말에는 9680억원으로 석달만에 36%나 더 격감하면서 1조원 밑으로까지 떨어졌다. 22년 말 대비로는 절반 이상(55%) 줄었다.
연결기준 자기자본(11.29조원) 대비로는 8.48%에 불과한 수치다. 채무보증에 미사용한도 대출 등 대출약정까지 포함한 전체 우발채무 규모는 2조7915억원으로, 자기자본대비 24.7% 정도다.
물론 국내 60개 증권사의 전체 우발채무 합계도 작년 말 39.13조원으로, 22년 말 39.63조원, 21년 말 42.6조원에 비해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하지만 전체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은 작년 말 평균 47.98%로, 미래에셋증권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미래에셋증권이 2022년 말 이후 부동산PF발 부실위기기 고조되자 다른 증권사들보다 훨씬 빠르고 과감하게 우발채무들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의 우발채무 중 채무보증을 내역별로 보면 매입확약을 포함한 지급보증 잔액은 2021년 말 4954억원에서 22년 말 1조2309억원으로 크게 늘었다가 23년 말 1조113억원, 24년 3월 말 4572억원으로, 감소폭이 전체 우발채무 감소폭보다 훨씬 크다.
매입약정은 부동산경기가 좋았던 21년 말 1조2354억원으로 피크에 달한 후 22년 말 9361억원, 23년 말 5045억원으로 역시 계속 줄다가 지난 3월 말에는 5107억원으로, 작년 말 보다 소폭 증가했다.
지급보증이나 매입확약은 특정 채무자(피보증인)가 지급기일에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 보유자가 입은 손실을 대신 보상해주는 것이다. 이중 매입확약은 PF대출의 연체, 대출금 미회수 등이 발생할 경우 증권사가 유동화증권을 매입하면서 손실을 대신 떠안는다고 미리 약속하는 것을 말한다.
과거 건설경기가 호황이었을 때는 대출 연체 등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매입확약이 현실화하는 경우가 드물었는데, 작년 이후 국내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매입확약이 현실화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많은 증권사들이 실적과 재무구조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전체 증권사들의 매입확약은 2023년 말 기준 약 34.1조원 수준으로, 증권사 전체 우발채무의 87%나 차지하고 있다.
매입약정은 기업어음 및 전자단기사채의 발행일 및 이후 차환 발행일에 해당 전자단기사채의 일부 또는 전부가 시장매출이 되지 않아 대금납입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기초자산에 대한 보증기관 등의 일정한 신용등급 유지 조건 등이 충족한다면 해당 전자단기사채를 약정을 선 증권사가 매입해야하는 유동성공여약정이다. 매입확약 등에 비하면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미래에셋증권은 우발채무 비중이 다른 증권사들보다 낮아 국내 부동산PF시장 우발부채 현실화에 따른 채무 불이행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지만 해외 부동산 등 해외대체투자 리스크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 추산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해외투자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3.5조원 안팎으로, 전체 증권사들 중 가장 많은 편이다.
다음은 메리츠증권(2.8조원 안팎), 하나증권(2.5조원안팎) 순이다.
자기자본대비 해외익스포저 비중은 메리츠증권이 80%에 육박해 가장 높으며, 다음은 히나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순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이 비중은 30%대 중반이다.
미래에셋증권은 투자설명서를 통해 2021년 9월말 기준 국내외 고위험자산[PI성 투자자산(집합투자증권, 대출금) 및 우발채무(출자약정 포함)] 규모는 모두 12.9조원(연결 기준, LOC 포함)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중 상대적으로 신용위험수준이 높은 해외자산(해외기업 포함) 익스포저는 4.5조원을 상회,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이후의 정확한 통계는 밝히지 않고 있다.
한기평 추산이 맞다면 미래에셋증권의 그 이후 해외 익스포저 절대액 역시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 투자설명서는 “해외자산이 국내자산 대비 위험도가 절대적으로 높다고 판단하기 어려우나, 해외자산의 경우 자산별 투자규모가 크고, 만기가 길어 신용집중위험과 자산가치 변동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또 “투자 대상 국가의 법령, 제도, 거래관행 등에 대한 노하우가 불충분하고, 사후관리가 어렵다는 점에서 신용 이벤트 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면서 “이 때문에 연결기준 영업용순자본/총위험액 지표를 150%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4년 3월 말 기준 이 수치는 151.3%다. 이 비율이 100% 밑으로 떨어지면 당국의 시정조치가 있게 된다. 순자본비율과 함께 금융당국의 주 감독대상인 레버리지비율(총자산/자기자본 비율)도 미래에셋증권은 작년 말 695%로, 당국의 시정조치 개입선인 1100%를 훨씬 밑돌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주로 국내 요인들인 우발채무를 크게 줄여 국내 부동산투자 위험도를 미리 크게 낮추는 것도 이같은 해외 대체투자 위험요인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한쪽이라도 위험도를 미리 낮추어 전체 위험도를 줄이자는 의도로 추정된다.
'게이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스웨이브][게이트]‘블랙홀’ SK온…SK E&S 활용안 솔솔 (0) | 2024.06.25 |
---|---|
[뉴스웨이브][게이트]고려제약에 드리운 ‘세 그림자’…리베이트·퇴출·추징금 (0) | 2024.06.24 |
[뉴스웨이브][게이트]효성, 자금 이동의 종착지는 ‘총수 지분 비상장사’ (0) | 2024.06.19 |
[뉴스웨이브][게이트]‘상폐’ 카운트다운 쌍용C&E, 3개월 새 차입금 급증 배경은? (0) | 2024.06.17 |
[뉴스웨이브][게이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연체율·부동산PF 부실 ‘비명’ (0) | 2024.06.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