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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뉴스웨이브][게이트]고려제약에 드리운 ‘세 그림자’…리베이트·퇴출·추징금

- 의사 1천명에 리베이트 수사, 업계 ‘스모킹건’ 부상
- 주력 사업인 CNS 매출 타격…106억 증발
- 추징금 85억 납부…순손실 49억 발생 ‘적자 전환’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임백향 기자

감기약 ‘하벤’으로 알려진 고려제약에 세 가지 대형 악재가 연쇄적으로 터지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회사는 불법 리베이트 사건으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주 불법 정황이 확인됨에 따라 다수의 의사가 입건되고 주요 품목들에 대해 판매정지 처분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려제약은 지난해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던 뉴로메드가 판매 중지를 당하며 전체 매출의 약 15%가 증발한 상태다. 이어 그해 법인세 세무조사로 85억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24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고려제약 압수수색 결과 현금을 직접적으로 받거나 가전제품, 골프 접대 등과 관련한 불법 리베이트 정황을 확인했다. 경찰은 금품을 제공받은 경위를 확인하는 작업을 곧 시작할 것을 예고했다.

지난 17일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한 제약사의 문제라고 보기엔 적절하지 않은 면이 있어 더 들여다봐야 해 세무당국과 협의해 수사를 확대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제약사로까지 리베이트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이 언급되며 고려제약이 제약업계의 '스모킹건'으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이번 수사가 공익 신고를 받은 국민권익위원회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회사에 불만이 있는 임직원의 제보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고려제약의 불법 리베이트 정황이 구체화됨에 따라 급격한 실적 저하가 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통상 제약사가 불법 리베이트로 처벌을 받을 경우, 리베이트 품목이 판매정지 되거나 보험약가가 대폭 인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연루된 의사 입건 숫자가 확대된다면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쓸 수도 있다.

지난 4월 29일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서울 강남구 고려제약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의사 14명과 고려제약 관계자 8명을 약사법 위반, 배임증재 등 혐의로 입건해 조사한 바 있다. 

서울 강남구 고려제약 본사. 사진=뉴스웨이브 배건율 기자

고려제약은 반의약품과 간질, 뇌졸중, 파킨슨 등 중추신경계(CNS) 질환을 중심으로 전문의약품을 판매하는 제약사다. 2018년을 제외하곤 최근 10년 간 안정적인 성장과 견조한 수익성을 내왔다. 

특히 2019년부터 2022년 구간에 고성장했다. ▲2019년 매출 555억원, 영업이익 34억원, 당기순이익 39억원 ▲2020년 매출 668억원, 영업이익 110억원, 당기순이익 74억원 ▲2021년 매출 745억원, 영업이익 113억원, 당기순이익 90억원 ▲2022년 매출 800억원, 영업이익 143억원, 당기순이익 118억원 순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CNS 등 시장 진입장벽이 높은 품목 중심으로 사업을 펼친 전략이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CNS 제품인 뉴로메드(뉴로메드정·뉴로메드정400mg·뉴로메드시럽)가 시장에서 퇴출되며 홍역을 치렀다. 지난해 2월 21일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은 ‘옥시라세탐’을 제제로 하는 ‘뉴로메드’ 품목 판매중지 및 회수·폐기 명령을 내렸다. 영업정지금액은 2021년 매출 기준 106억원(2021년 총매출 744억원 대비 14.33%)에 달한다. 

CNS는 건강기능식품 품목과 함께 고려제약 매출의 한축이다. 총 매출액 대비 비중은 지난해 기준 CNS 25%(197억원), 건강기능식품 28%(228억원)이다. 뉴로메드가 빠진 CNS 사업 크게 위축됐다. 2022년까지만 해도 매분기 7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던 CNS는 지난해 1분기 43억. 2분기 47억, 3분기 50억, 4분기 58억원어치를 팔며 전년 실적을 밑돌았다. 

뉴로메드 퇴출 두 달 뒤엔 이천세무서로부터 85억원 규모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법인세(2019년~2021년) 통합조사 결과에 따른 조치다. 추징금은 자기자본(2022년 12월 31일 기준)의 9.99%에 해당한다. 추징금은 기타영업외비용으로 녹아들며 그해 순이익에도 직격탄을 가 했다. 지난해 매출 814억원, 영업이익 180억원을 올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추징액을 납부하면서 당기순손실 49억원이 발생했다. 코스닥 상장 이후 첫 적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