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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림]김동관의 꽂놀이패 ‘한화에너지’...전 주인에게 2040억 어치 ‘전기’ 팔아

[편집자주] 기업의 궁극적 목표는 계속기업이지만, 대다수 기업인들의 최대 화두는 지배구조와 경영권 승계다. 특히 승계는 기업규모가 클수록 경제 및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승계를 진행중인 기업들이 시장에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는 이유다. 하지만 공정한 방법으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일감 몰아주기와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 논란 등과 같은 오점을 남길 수 있다. '대물림'은 주요 기업의 경영권 승계 과정을 집중 분석해 그 의미를 되짚어 보는 코너다. 승계의 흐름에 담긴 배경, 지배구조의 암호를 뉴스웨이브가 풀어본다.

뉴스웨이브 = 임백향 기자

전기 공급사인 한화에너지가 지난해 한화솔루션에 2040억원 규모의 전기를 팔았다. 한화에너지의 전기 발전시설은 과거 한화솔루션 소유였다. 사업 분할과 매각 과정을 거치며 결과적으로 총수 3형제 지분 100% 회사인 한화에너지 품에 안겼다. 오너가 대주주로 있는 기업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사세를 키워서 승계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시장에선 기회유용 논란이란 지적이다. 이에 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1일 한화그룹 계열 법인 내부거래 집계 결과, 한화에너지의 지난해 말 기준 법인 단일 거래액이 2437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 내 비금융 법인 단일 내부거래 규모로는 가장 큰 액수다. 이중 83.70%에 해당하는 2040억원은 화학·소재 회사인 한화솔루션과 상품·용역 거래에서 발생했다.

한화에너지는 자체 보유한 여수와 군산 열병합발전시설을 통해 계열사에 전기, 운영·보수(O&M) 등을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수발전시설은 한화솔루션에 전기를 대고 있다.

당초 열병합발전 시설은 한화솔루션 소유였다. 사업 분할·매각을 통해 한화에너지로 넘어갔다. 2007년 한화솔루션은 열병합발전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여수열병합발전을 설립했다. 한화솔루션은 여수열병합발전을 김동관 한화 그룹 부회장 지배하에 있는 군장열병합발전에 매각했고, 2012년 11월 두 회사는 합병하며 회사명을 한화에너지로 바꿨다.

이후 한화솔루션은 한화에너지로 부터 전력을 사 오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한화솔루션이 총수일가 회사로 알짜사업권을 넘겨줬다는 기회유용으로 보는 시각이 짙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총수 일가 보유 지분이 20% 이상인 법인 그리고 동 법인이 지분을 50% 초과 보유한 법인의 내부거래 금액, 현황 등을 별도 집계하고 있다. 한화에너지의 경우 김승현 회장 아들 3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로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규제 대상에 속한다. 

한화에너지의 최대주주인 김동관 부회장. 그래픽=뉴스웨이브 배건율 기자

한화에너지 지분율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 부회장 50%, 김 부회장의 동생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로보틱스 부사장이 각각 25%씩을 보유한 가족회사다. 

한화에너지의 전신은 한화에스앤씨(한화S&C)다. 1990년대 초 한화의 정보사업팀으로 출발해 자산총계 11조원, 순자산총계 5조원의 회사로 성장했다. 삼성 화학사와 빅딜, 한화오션 딜, 열병합발전 등이 성장의 지렛대가 됐다. 특히 열병합발전사업은 안정적으로 현금 곳간을 채우는데 크게 기여했다. 

한화에너지는 김 부회장의 한화그룹의 소유·경영권 승계의 중요한 퍼즐로 꼽힌다. 김 부회장은 현재 한화솔루션,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표이사와 한화오션의 기타비상무이사 등을 겸직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그룹 지주회사격인 ㈜한화의 지분율은 4.91%에 불과하지만,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한화에너지 법인 김승연 회장(지분율 22.65%)에 이어 ㈜한화 9.7%를 보유한 2대 주주다. 

한화에너지(당시 한화S&C)는 2007년 최상위 지배기업인 ㈜한화의 보통주 165만주(2.2%)를 취득했다. 이후 2019년과 2020년 한화에너지(당시 에이치솔루션)는 ㈜한화의 지분을 추가 취득하면서 지분율 4.24%까지 끌어올렸다. 2021년엔 에이치솔루션 역합병하면서 ㈜한화 지분9.7%를 거뭐쥐었다. 내부거래로 성장한 한화에너지가 그 원천으로 ㈜한화의 지분을 사들였고 결과적으로 지배구조 상단에 이르렀다.

현금창출력이 높은 한화에너지가 향후 김 회장의 지분 약 4660억원어치를 직접 매입할 경우 ㈜한화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다. 김 부회장이 사재를 들이지 않고도 승계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가장 매력적인 시나리오라고까지 평가받는다.

한화에너지는 1990년대 초 한화의 작은 팀으로 출발해 2001년 한화S&C이란 법인명으로 설립됐다. 그룹 계열사 전산 시스템통합(SI) 사업을 독점해 외형을 키웠다. 2005년 한화S&C 대주주는 김 회장에서 아들 3형제로 바꿨다. 내부거래 비율이 50%를 웃돌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제재를 받자 2018년 한화시스템과 합병해 사익편취 규제 기준을 20% 이하로 낮췄다. 

한화시스템과 합병 전까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성장했다는 의혹으로 공정위의 조사를 받았다. 2020년 8월 무혐의 결정 받고 사건은 일단락됐다. 당시 공정위는 “한화S&C의 내부거래 수혜는 대주주인 총수일가들에게 직결됐지만 정상거래가격 범주를 벗어난 근거 등을 찾지 못했다”고 발표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