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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경]OK금융 주력 계열사 3곳 신용등급 일제히 강등…부실의 신호탄?

- OK저축은행·OK캐피탈·OK넥스트 등 주력 3사 일제히 강등
- 저축은행·캐피탈 부동산금융 부실 여파 그룹 전체로 전이
- 자산규모 국내 76위 그룹…‘신용위험 확대’

 

오케이금융그룹 로고와 최 윤 회장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과다한 부동산금융 취급에 따른 부실 확대로 주력기업들인 OK저축은행과 OK캐피탈 등의 신용등급이 계속 하락하면서 국내 자산순위 76위 금융전문그룹인 OK금융그룹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지난 28일 OK넥스트와 OK캐피탈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하향 조정했다.

OK넥스트(옛 아프로파이낸셜대부)는 ‘러시앤캐시’란 브랜드로 한때 국내 대부업계 1위였던 업체다. 작년 10월 대부업 철수 이후로는 대부자산을 매각한 자금으로 OK캐피탈 등 계열사 대출과 지분 투자 등을 주 업무로 바꾸었다.

OK넥스트 신용등급 강등 이유로 한신평은 과거 핵심사업이었던 대부업에서 작년 철수하면서 경상적인 현금흐름 창출능력이 크게 떨어진데다 그룹 실적 저하로 그룹 전반의 유동성 관리 부담이 확대된 점을 들었다.

앞서 한신평은 대부업 철수 직후인 작년 말에도 이 회사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하향조정한 바 있다.

오케이넥스트의 주요 재무지표

 

OK캐피탈 신용등급 하향 조정 이유로는 OK캐피탈 및 그룹 전반의 유동성 관리부담이 지속되고 있고, 영업 축소에 따라 사업 지위 및 사업 안정성이 저하됐으며, 중후순위 부동산금융자산의 부실로 인해 자산 건전성이 저하되었기 때문이라고 한신평은 설명했다.

양 사 모두 자체 실적 저하뿐 아니라 그룹 전체의 유동성 관리 부담을 공통 이유로 들었다.

한신평은 OK넥스트의 경우 PF 경기저하 등에 따른 OK캐피탈, OK저축은행의 불확실성 증대를 반영했다며 (오케이금융 계열사들이 서로) 사업적, 재무적 연계성이 높아 공통적으로 사업위험 및 재무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OK캐피탈과 저축은행에서 시작된 위험이 더 확대되면서 OK넥스트 등 다른 계열사들로까지 전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는 지난 5월 OK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한 바 있다.

오케이금융그룹의 지배구조도(한신평)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에 들어와 크게 영업 영역을 확대해온 OK금융그룹은 재일동포 3세인 최 윤 회장이 그룹 최대주주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OK금융그룹은 2023년 말 기준 16개 계열사에 자산총액 5.84조원으로, 자산기준 76위 그룹이다.

작년 계열사 합계 매출 2.64조원에 9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한국 본격 진출이후 사살상 첫 적자 기록이다.

최 회장은 자기 지분이 97.4%에 달하는 OK홀딩스대부를 통해 그룹 주력기업들인 OK저축은행(OK홀딩스대부 지분율 100%), OK캐피탈(홀딩스대부 64%, 최윤 5.7% 등), OK벤처스(홀딩스대부 100%), OK신용정보(OK캐피탈 51%) 등을 거느리고 있다.

또 자기 지분이 100%인 일본 현지 대부업체 J&K캐피탈을 통해 국내에서 OK넥스트(옛 아프로파이낸셜대부, J&K캐피탈 지분율 98.8%), OK에프앤아이대부(J&K캐피탈 지분율 100%) 등 대부업체들과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 등의 대부업체들도 거느리고 있다.

2개의 준지주회사들 중 OK저축은행, OK캐피탈 등을 자회사로 갖고있는 OK홀딩스대부의 덩치가 국내에선 아무래도 훨씬 더 크다. 16개 국내 계열사들 중 규모가 큰 곳은 저축은행업계 자산규모 2위인 대형 저축은행 OK저축은행과 OK캐피탈, OK넥스트 등 3사다.

나머지는 이 주력기업들의 부실채권들을 넘겨 받아 거래하는 대부업체들이거나 주력기업들에 의존해 먹고 사는 규모가 작은 기업들이다. OK금융그룹 국내 주력 3사가 모두 부실에 휩싸이거나 부실 전이로 신용등급이 속속 강등되고 있는 것이다.

한신평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OK넥스트 자산의 89.3%는 계열사 대여금(65.7%) 및 지분(23.6%, 전환우선주 포함)으로 구성되어 있다. 계열사 대출은 주로 OK홀딩스대부, OK캐피탈, OK에프앤아이대부 등에 집중되고 있다.

OK홀딩스대부 차입금은 모두 계열사 차입금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OK넥스트로부터 차입한 금액이 23년 기준 전체의 약 85%를 차지한다. OK홀딩스대부는 또 이 차입금을 OK캐피탈 등에 빌려주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OK캐피탈 총 차입부채 1조3955억원 중 8300억원이 계열사 차입금이다. OK홀딩스대부 4500억원, OK에프앤아이대부 3800억원 등이다.

한신평은 각 계열사간 차입금을 제외한 그룹의 총 외부차입금 규모와 보유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 등을 고려할 때 보유 자산 담보제공을 통해 일정 수준의 유동성 대응은 가능할 것으로 일단 평가하고 있다.

오케이캐피탈의 주요 재무지표

 

하지만 OK캐피탈에 대한 그룹 지원이 지속되면서 그룹의 지 원여력이 상당히 소진된 가운데 OK저축은행에 대한 지원부담까지 확대될 수 있는 점은 OK캐피탈을 포함한 계열 전반의 유동성 관리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OK캐피탈은 영업자산의 약 52.3%를 차지하는 부동산금융자산 회수가 지연되면서 만기도래하는 외부 차입금의 상당부분을 계열사 차입금으로 상환했으며, 여전히 자본시장에 대한 접근성도 약화돼 있는 상태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작년부터 부동산금융 신규취급을 중단했고, 자금조달이 어려워져 개인신용대출도 축소했다. 총자산 기준 시장점유율은 2021년 1.7%에서 2023년 1.0% 수준까지 하락했다. 부동산금융 관련 인적 네트워크도 줄면서 사업기반이 전반적으로 약화됐다.

또 분양경기 침체, 시공비 인상, 인허가 지연 등의 문제로 부동산 금융자산은 회수가 더딘 가운데 일반기업여신 및 개인신용대출은 정상 상환됨에 따라 영업자산 내 부동산금융 자산 비중이 증가하면서 자산 포트폴리오의 질적 수준도 저하됐다.

지난 3월 말 전체 부동산금융 자산은 약 1.3조원(본PF 0.3조원, 브릿지론 1.0조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178.4%에 달하고 있다. 또 이 회사의 부동산금융 내 브릿지여신 비중은 약 81%에 달하고, 중·후순위 비중도 약 77%에 육박하는 등 취급 자산의 질적 수준도 낮은 편이다.

부동산금융 자산 부실이 증가하면서 지난 3월 말 기준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이 36.2%, 연체율이 10.8%에 각각 달할 정도로 다른 캐피탈사들보다 부실자산비율도 많이 높다. 작년 말 A급 이하 캐피탈사들의 이 수치 평균은 각각 9.8%, 2.6%였다.

OK캐피탈은 올해 부실자산들을 적극 매각하면서 건전성 지표를 관리한다는 계획이나, 부동산금융 자산의 질적 수준 및 절대적인 규모를 고려했을 때 단기간 내 자산건전성 지표가 경쟁업체들 수준으로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한신평은 평가했다.

오케이저축은행의 부동산여신 건전성(저축은행중앙회 통일경영공시)

 

OK저축은행도 지난 2년간 OK홀딩스대부로부터 총 1500억원의 유상증자를 받는 등의 재무 지원을 받았으나 자산건전성과 자본적정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부동산금융자산과 개인신용대출의 대손부담이 확대되면서 수익성과 건전성 저하가 지속될 경우 추가 유상증자 및 유동성 공급 등의 지원이 발생하거나 기존 대비 큰 규모의 부실채권 매입이 이뤄질 수 있다고 한신평은 밝혔다.

OK홀딩스대부 등 OK금융 계열사들은 OK저축은행으로부터 감사보고서 기준 2022년 2922억원, 2023년 8335억원의 부실채권들을 이미 매입해주고 있다.

오케이저축은행의 올 1분기 대손상각비

 

한기평 자료에 따르면 OK저축은행의 지난 3월 말 기준 부동산PF관련 대출은 모두 2조353억원으로 총 대출의 17.3%, 자기자본대비 134.7%에 달한다.

이 중 본PF대출은 9498억원, 브릿지론은 1조855억원으로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은 브릿지론 비중이 높다. 브릿지론은 부동산 경기 저하시 사업지연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더 높고, 부동산 경기 연착륙을 위한 정부정책의 수혜를 받을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본PF대출도 시공사가 대부분 중소형 건설사로 구성되어 있고, 오피스텔 및 근린생활시설 비중이 약 40%로 높아 준공리스크와 분양리스크가 높은 수준이다.

오케이저축은행의 올 1분기 영업이익과 분기순이익(단위 원)

 

이 때문에 지난 3월 말 기준 부동산PF관련대출의 요주의이하여신비율, 고정이하여신비율, 연체율은 각각 83.1%, 20.2%, 18.0%로, 2022년 말의 72.2%, 3.2%, 3.9% 대비 크게 높아졌다.

이로 인해 대손충당금 신규 전입 등 대손상각비는 올 1분기 1627억원으로 전년동기 1099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작년 1분기 462억원에 달했던 OK저축은행의 영업이익은 올 1분기 6.9억원에 그쳐 간신히 영업적자를 모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