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지홍 부회장, 지분 저가 취득 의혹…공정위에 ‘과제 남겨’
- 72억 투입 “경영권 강화 차원 매수” 해석
- 상호출자 등 복잡 난제 해결…대관식 ‘서막’
- 사조시스템즈·사조산업 합병설 ‘모락모락‘
[편집자주] 기업의 궁극적 목표는 계속기업이지만, 대다수 기업인들의 최대 화두는 지배구조와 경영권 승계다. 특히 승계는 기업규모가 클수록 경제 및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승계를 진행중인 기업들이 시장에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는 이유다. 하지만 공정한 방법으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일감 몰아주기와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 논란 등과 같은 오점을 남길 수 있다. '대물림'은 주요 기업의 경영권 승계 과정을 집중 분석해 그 의미를 되짚어 보는 코너다. 승계의 흐름에 담긴 배경, 지배구조의 암호를 뉴스웨이브가 풀어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지난해 주지홍 부회장이 사조시스템즈 지분을 8년 만에 크게 늘린 것과 관련, 사조시스템즈 감사보고서를 잘 들여다 보면 계열사 등으로부터 사조시스템즈가 취득한 자사주의 취득단가는 주당 2만8739원이었다.
주 부회장이 부친 및 계열사로부터 사조시스템즈 지분을 매입 또는 증여받았을 때 사조시스템즈도 같이 자사주를 매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자사주 취득단가는 주 부회장 주식거래에도 같이 적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증여없이 이 취득단가로 주 부회장이 지분 전량을 샀다면 약 71억8000만원 정도가 투입됐을 것이다. 반대로 주 회장은 이 정도 금액을 지분매각 수입으로 잡았을 것이다.
사조시스템즈는 1000억원에 가까운 이익잉여금이 쌓여 있어 작년 말 순자산(자본총계)만 1253억원에 달하는 회사다.
주당 순자산가치(BPS)로 따지면 5만1617원 정도다. 비상장 일반기업 주식평가방법에 따라도 4만1293원(주당순자산가치의 80%)은 받아야 한다.
그런데도 주당 2만8739원에 거래되었다면 주 부회장이 시가보다 저렴하게 샀다는 얘기가 나올 법 하다.
그러나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조그룹이 터무니없는 저가로 이 거래를 진행했다고는 아직까지 믿지 않는 모양새다. 사조측도 나름대로 공정한 평가방법을 동원했을 것으로 믿는다. 정확한 판단은 국세청이나 공정위가 언젠가 할 것이다.
이보다 더 궁금한 것은 굳이 지분율을 더 늘릴 필요가 없는데, 왜 주 부회장이 72억원이나(매입했다면) 들여 8년만에 준지주사 지분율 50%선을 넘겼을까 하는 점이다.
그룹 장악력을 더 높일 의도라면 이 돈으로 이 지분보다 다른 상장 계열사 지분들을 더 사모으는 게 실리적이다.
다른 상장 계열사 지분을 조금이라도 더 사두면 나중에 ‘3%룰’ 방어나 사조시스템즈와 다른 계열사와의 합병 등 때도 유리해질 수 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의 논란과 비판을 모두 잠재우고 당당하게 경영권을 물려받는 ‘화려한 대관식’을 위한 사전정지작업의 일환이 아니겠느냐”고 진단했다.
주진우 회장의 올해 나이는 75세, 주 부회장은 47세다. 회장 직까지 물려주기에는 아직 이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주 부회장의 지분 장악을 통한 경영권 승계가 사실상 완료된 만큼 대관식은 이제 시간 문제일 뿐이다.
대관식 때까지는 그동안의 논란거리나 고질적 문제들을 가급적 깨끗이 해놓는게 중요하다. 편법승계 문제는 이미 몇 년 전에 끝난 과거사라 이제 되돌리기도 어렵고, 공정위나 국세청 등이 철퇴를 가한다면 맞을 도리 밖에 없다.
대신 복잡하게 얽힌 계열사 간의 상호출자나 순환출자, 지주회사 설립 등의 문제들은 대관식 때까지 하나씩 차근차근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들이다. 물론 이를 해결 안하고 대관식을 치를 수도 있지만 이런 과제들을 놔두고 기업 확장만 계속하다간 더 복잡하고 치명적인 문제들에 봉착할 수 있다.
올들어 진행 중인 2건의 대형 M&A(인수합병)가 완료되면 사조그룹의 총자산은 5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자산 5조원이 넘으면 공정위가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룹 계열사들의 모든 현황을 깨알같이 공시해야 되는 것은 물론 일감몰아주기나 사익편취, 사업기회 유용 등에 대한 규제도 본격적으로 받게 된다.
과거 있었던 편법승계나 일감몰아주기 등에 대해서도 불법 등이 없었는지 공정위가 더 세밀히, 적극적으로 살펴볼 가능성도 높다.
그룹이 더 커져 자산이 10조원 정도를 넘으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된다. 여기에 지정되면 공시대상기업집단 규제들에다 신규 상호출자 및 순환출자 전면금지와 채무보증 제한 등의 규제까지 가해진다.
사조그룹은 계열사간의 상호출자가 그 어느 중견그룹보다도 심한 그룹이다. 계열사들끼리 서로서로 출자해주는 관계가 아주 복잡하게 얽혀 있다.
상호출자와 순환출자는 적은 자본으로 문어발식 기업 확장에 악용된다고 해서, 또 계열사간 채무보증은 IMF사태 같은 유사시 금융기관과 재벌 계열사들의 연쇄도산 가능성을 높인다고 해서 그룹 규모가 커질수록 정부 규제가 강해지는 것이다.
실제 공정거래법은 자산 10조원 정도가 넘으면 신규 상호출자나 순환출자, 계열사간 채무보증을 전면 금지하고 기존의 상호출자 또는 순환출자, 상호 채무보증도 일정 기간안에 모두 해소하도록 하고 있다.
이 해소작업이란게 만만치 않다. 구조가 복잡할수록 엄청난 자금이 들어가고 세금 문제 등도 복잡해진다. 이런 규제들을 당하지 않으려면 총자산이 5조원이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방법도 있다. 실제 그런 움직임을 보이는 중견그룹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주지홍 부회장이 최근 대형 M&A 등을 맹렬히 추진하는 모습을 보면 성장세를 관리한다는 생각은 없어 보인다.
이 때문에 일부 IB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복잡한 문제 해결책의 1단계로 사조그룹과 주 부회장이 사조시스템즈과 사조산업의 합병을 생각하고 있는게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
사조대림 등 다른 많은 계열사들을 직간접 장악하고 있는 사조산업과 주 부회장 지분이 많은 사조시스템즈를 합병시켜 그룹 지주회사를 정식으로 만들면 2단계 상호출자 및 순환출자 해소작업까지 한결 쉬워질 수 있다. 그룹 관리나 지배도 더 수월해진다.
지주회사 승인을 받으려면 우선 상장 계열사 지분은 30% 이상, 비상장사 지분은 50% 이상씩을 확보해야 한다. 이 과정에 당연히 돈이 많이 들어간다.
사조시스템즈의 작년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억7000만원에 불과하고 자기자본(순자산)도 1253억원 정도다. 단독으로 지주사를 추진하기보다는 자산규모(연결)가 5배에 가까운 사조산업과 합병시킨 후 지주사 전환작업을 추진하면 자금 동원력부터 크게 확대될 수 있다.
또 사조시스템즈는 현재 사조산업 주식 29.1%와 사조대림 9.8%, 사조씨푸드 0.3%, 캐슬렉스 제주 45.5%씩을 갖고 있다.
반면 사조산업과 사조산업의 종속 자회사들이 보유중인 지분들을 합하면 사조대림 28.28%, 사조동아원 28.32%, 사조씨푸드 57.42%, 사조오양 9.72%, 부국사료 35%, 캐슬렉스서울 99.5%, 사조원 35.17%, 사조농산 10%, 농업회사법인 동화농산 95.12%, 사호축산영농조합법인 99.87%, 일우파이낸스대부 80%, 사조시스템즈 10%(상호출자), 사조비앤엠 49%에 각각 달한다.
사조산업의 계열사 지분 보유 폭과 금액이 훨씬 크다. 두 회사를 합병해 지주사로 만들면 다른 계열사 지분 30%(비상장사 50%) 이상을 확보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합병을 했는데도 자금여력이 모자라면 합병회사를 더 키운 후 서서히 지주회사화를 추진해도 된다.
문제는 두 회사 합병시 주지홍 부회장의 합병 지주사 지분율이다. 합병비율 산정에 중요한 순자산(자기자본)을 보면 사조시스템즈가 작년 말 1253억원, 사조산업이 6623억원(연결기준)으로 5배가 넘는다.
주 부회장 지분은 사조시스템즈에는 많지만 사조산업에는 6.8%밖에 없기 때문에 사조산업과 합병하면 아무래도 지분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주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사조시스템즈도 사조산업 지분 29.08%를 갖고 있어 합병하면 주 부회장의 지분 장악력 하락을 많이 막아는 주겠지만 그래도 지분율이 사조시스템즈때보다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합병 시의 지분율 하락을 최대한 막으려면 합병 때까지 사조시스템즈를 계속 더 키우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사조시스템즈가 그동안 계열사들의 일감몰아주기로 크게 성장해온 것이 이미 만천하에 드러나 크게 비판받아 왔기 때문에 이 방법을 더 이상 동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여러 상황을 감안, 아직 주가가 비상장이고 쌀 때 사조시스템즈 지분을 더 늘려 놓자는게 주 부회장의 의도가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이번에 사조시스템즈 지분율을 39.7%에서 50.01%로,정확히 50%선을 넘긴 것도 이 정도면 추후 합병시 합병 회사에서도 최대주주 지위를 충분히 유지할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하에서 지분투자를 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물론 이런 치밀한 계산보다 단순히 자금 여력이 생겼기 때문에 이번에 주 부회장이 사조시스템즈 지분을 더 늘렸을 가능성도 있다.
어찌됐든 그 어느 중견그룹들보다 고질적이고 복잡한 사조그룹의 상호출자 구조는 언젠가 꼭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 무턱대고 기업 확장을 계속하다간 더 치명적인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단순한 양사 합병만 하면 당장은 돈이 별로 들지 않지만 그 다음 지주회사화와 3단계 상호출자 및 순환출자 해소까지 가려면 엄청난 자금이 들어간다. 이 과정 모두에 대비하기엔 아직 사조그룹 계열사들의 자금력이 많이 모자라 보인다는것도 문제다. 당장 올해 진행중인 2건의 M&A도 자체 자금으로 모자라 대규모 차입을 동원하고 있다.
화려한 대관식을 하려면 계속 그룹을 확장하는 그림이 좋은데, 그러려니 더 큰 난제들이 도사리고 있고, 난제 해결에는 엄청난 자금이 들어가고.... 주 부회장의 고민이 이러저리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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