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업 메리츠증권, 메리츠캐피탈 유상증자 2천억원 참여
-메리츠캐피탈 자산 3334억원과 951억원, 메리츠증권과 외부펀드가 각각 매입 추진
-메리츠캐피탈, 신종자본증권도 500억원 발행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메리츠금융지주 산하 메리츠캐피탈이 과다한 부동산PF 대출 등으로 부실이 급증하면서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하자 최근 6785억원에 달하는 긴급 자금수혈을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상증자 참여와 자산 매입 방식으로 모회사 메리츠증권이 5334억원을 지원하고, 메리츠캐피탈 자체 신종자본증권 발행 500억원, 그리고 외부펀드의 자산매입 등이 총동원되는 방식이다.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는 이로 인한 재무안정성 개선은 긍정적이지만 최근의 자산건전성 저하 추세가 여전히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다면서 이런 대규모 자금수혈에도 불구하고 메리츠캐피탈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11일 메리츠금융지주와 메리츠캐피탈 공시, 나신평 등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지난 7일 이사회를 열어 100% 자회사 메리츠캐피탈이 추진하는 20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의결했다. 납입예정일은 오는 17일이다.
이와함께 메리츠캐피탈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대출참가계약 방식의 자산 매각으로 지난 3월말 기준 3334억원(대출원금 기준)을 메리츠증권에, 또 951억원을 외부 펀드에 각각 매각할 것으로 파악된다고 나신평은 밝혔다.
나신평은 매각 대상 자산은 건전성 분류 상 대부분 ‘요주의’ 및 ‘고정’으로 분류된 자산으로, 부동산PF대출과 브릿지대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전했다.
매각자산들의 사업성은 저조하지만 대부분 선순위 대출이어서 자산매각에 따른 메리츠캐피탈의 매각손실은 5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했다.
나신평은 또 메리츠캐피탈이 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신종자본증권은 보통 만기 5년 이상으로, 금리가 비싼 대신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자본 보강과 자본적정성 강화 등을 위해 많이 발행한다.
한 캐피탈사의 재무구조 개선과 자본적정성 강화를 위해 이처럼 단기간에 6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그것도 2022년 말부터 시작된 부동산PF발 자금 경색 등에도 끄덕없이 잘 버티고 있는 메리츠금융지주 산하 캐피탈사여서 그렇다. 그만큼 메리츠캐피탈 상황이 급한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캐피탈의 올 1분기 보고서를 보면 실제 장기 연체 등으로 사실상 떼이거나 떼일 가능성이 높아진 돈을 뜻하는 무수익여신 잔액은 지난 3월말 4512억원으로 전체 여신의 6.93%에 달했다. 2022년 말만 해도 이 비율은 1.14%에 그쳤으며, 작년 말은 4.41%였다. 올들어 3개월 동안 이 비율이 크게 치솟은 것이다.
이 회사의 전체 자산 연체율도 22년 말 1.80%에서 작년 말 7.92%, 지난 3월 말 10.14%로 계속 치솟고 있다. 이중 특히 대출금 연체율은 같은 기간 2.45%, 11.30%, 14.48% 등으로 오름폭이 더 가파르다.
이에따라 대출 부실 급증에 따른 대출채권 대손충당금 전입액 등 대손상각비가 작년 1분기 161억원에서 올 1분기 304억원으로 급증하면서 영업이익 악화의 주범 노릇을 했다.
메리츠캐피탈은 카드사나 캐피탈사 중에서도 유달리 높은 초고금리 영업으로 유명한 곳이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신용카드 및 캐피탈사들의 5월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메리츠캐피탈로 19.62%에 달했다.
메리츠캐피탈 다음으로 높은 곳은 한국캐피탈(18.61%), JB우리캐피탈(17.58%), 현대캐피탈(16.17%), 롯데카드(15.76%), 롯데캐피탈(15.30%) 등의 순이다. 법정최고금리에 거의 근접한 19%대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메리츠캐피탈이 전 신용카드 및 캐피탈사들 중 유일하며, 다른 곳들과의 평균금리 격차도 크다.
고금리를 목표로 위험을 다소 감수하고 저신용자에 대한 가계대출과 부동산PF 등에 대출을 많이 늘렸다가 부실과 손실을 많이 입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동산금융이 많은 계열사 메리츠증권, 메리츠화재 등과의 연계영업이 많다 보니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부동산PF 등에서 많은 연체나 부실이 생긴 것으로 관련업계는 추정했다.
나신평 자료를 봐도 메리츠캐피탈의 지난 3월말 기준 1개월 이상 연체율과 요주의이하자산비율은 각각 9.7%, 14.0%로, 2022년 말 이후 빠르게 악화됐다. 메리츠캐피탈은 공매 진행 등을 통해 부실여신 회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회수 대비 발생 부실여신 규모가 더 커 연체자산이 계속 증가하는 모습이다.
나신평은 이번 자산매각 등이 마무리되면 메리츠캐피탈의 자산건전성 분류상 고정이하 자산은 지난 3월말 4512억원에서 1821억원으로 2691억원 감소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고정이하자산비율도 6.9%에서 3.0%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요주의이하자산비율 역시 같은 기간 14.0%에서 8.7%로 하락하는 효과를 나타내 자산건전성 지표가 상당폭 개선될 전망이다.
하지만 나신평은 최근의 지표 저하가 부동산 PF 및 브릿지대출 자산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고,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부동산 PF정상화 방안’에 따라 PF 사업장에 대한 사업성평가가 세분화되고 이에 따른 자산재분류도 예상되고 있어, 건전성 변화 추이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자산재분류로 부실이 다시 늘어나면 건전성지표가 다시 악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나신평은 대규모 자금지원을 하는 메리츠증권과 관련, 메리츠캐피탈로부터 매입한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한 후 유동화회사에 매입확약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입한 부동산PF 자산(본PF 및 브릿지론)의 대부분이 관련 사업장의 사업성과가 저조하고, 기존 요주의이하자산으로 분류되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에 이번 자산 매입은 메리츠증권의 자산건전성비율을 저하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도 했다.
또 자본적정성 비율 측면에서는 채무보증 규모 증가에 따라 총 위험액이 증가하고, 자회사 증자 금액은 영업용순자본 차감항목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이번 지원에 따른 부담이 메리츠증권 연결기준 순자본비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메리츠증권의 자기자본대비 우발부채 비율(2024년 3월 말 기준 102.4%) 및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익스포져비율(24년 3월 말 기준 122.0%)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나신평은 그러나 메리츠증권이 IB 부문에서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증권 산업내에서 우수한 경쟁지위와 우수한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고, 3월 말 기준 조정순자본비율이 164.4%, 순자본비율도 1,391.9%에 각각 달해 이번 메리츠캐피탈 지원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손실완충력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런 점들을 종합 고려할 때 이번 지원이 메리츠증권의 신용등급에 즉각적인 영향을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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