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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경]우오현 SM그룹 회장 두 딸, 잇단 기업 인수...배경은?

-3녀 우명아씨의 신화디앤디, LIS·SM중공업 잇따라 인수
-차녀 우지영씨도 올해 3개 기업 인수
-재계, SM그룹 승계 구도에 관심 집중
-최근 검찰고발, 공정위 조사 잇따라 ‘시끌’

 

우오현 SM그룹 회장.[서잔=SM그룹]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우오현 SM그룹 회장의 두 딸 우지영씨와 우명아씨가 작년 이후 사업을 계속 확장하고 있어 재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SM그룹 계열사인 SM중공업은 그동안 SM중공업 주식을 단 한주도 갖지 않았던 계열사 신화디앤디가 지분율 51.55%를 확보, SM중공업 최대주주로 올랐다고 지난 7일 공시했다. 

대신 그동안 SM중공업 대주주들이었던 에스엠하이플러스의 지분율은 32.35%에서 14.4%, 동아건설산업은 22%에서 9.84%, 삼라는 19.03%에서 8.51%, 에스엠상선은 14.06%에서 6.29%, 에스엠인더스트리는 9.95%에서 4.47%로 각각 보유지분이 줄었다.

SM중공업 최대주주 변경 관련 공시

 

SM중공업과 신화디앤디 모두 지분 매입 대금이나 매입조건 등 자세한 경위는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SM중공업은 경남 사천에 본사가 있는 기어 및 동력전달장치 제조업체다. 작년 말 기준 임직원 51명, 자산 362억원, 자본총계 252억원, 작년 매출 183억원 정도의 작은 중소제조업체다. 하지만 차입 등이 별로 없고, 작년 16억원의 영업이익과 19억원의 당기순익을 각각 낼 정도로 재무구조 등은 비교적 견실하다.

SM중공업의 매출, 영업이익 등

 

신화디앤디는 2017년 설립 때부터 우명아 대표가 100% 지분을 보유했던, 사실상 우명아 개인회사다. 본인이 설립 때부터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에 1인 사내이사를 맡고 있으며, 우 대표의 맏언니인 우연아 삼라농원 대표가 감사를 맡고 있다.

이 회사의 업종은 경영컨설팅업으로 신고돼 있다.  작년 말 자산 401억원에 유동부채와 차입금이 각각 424억원, 402억원, 자본총계가 -23억원인 자본잠식 상태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은 없었고 당기순손실만 2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이 아직 제로(0)이고, 모아둔 돈도 차입금을 제외하면 거의 없는 회사인 신화디앤디는  작년부터 돌연 확장 경영에 들어갔다.

우선 지난해 4월 레이저장비개발 및 제조업체인 LIS의 지분 93%를 300억원에 인수했다.

신화디앤디 주식소유현황

 

 

LIS는 2022년 말 자산 964억원, 22년 매출 88억원에 당기순손실이 263억원에 달하던 회생절차 기업이다. LIS 인수자금은 거의 차입으로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신화디앤디는 에스엠상선에서 531억원, 에스엠하이플러스와 우방에서 각각 130억원, 삼라에서 20억원, 경남기업에서 15억원 등 모두 865억원을 빌렸다.

이외에 농협 등 외부대출 53억원, 우명아 대표로부터 3억원 등 모두 918억원에 달하는 차입을 일으켰다.

물론 일부는 지난해 상환해 작년 말 차입금 잔액은 402억원이다. 이 차입금으로 LIS를 인수하고 회사를 운영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아무리 SM 계열사들이라고 해도 담보없이 그냥 빌려주기는 어렵다. 에스엠상선, 경남기업 등이 다른 계열사들이 대출에 담보를 서주었다. 물론 우명아 대표도 담보를 내놨다.

 

 

신화디앤디의 계열사 차입현황

 

재계 관계자들은 그룹과 우오현 회장의 도움이나 지시 없이는 이뤄지기 어려운 대규모 차입이라고 짚었다. 또 신화디앤디가 적자기업인 만큼 연리 6.5% 이상인 차입금 이자도 차입금으로 감당했을 것으로 봤다.

그런데도 신화디앤디는 이번에 또 SM중공업이라는 더 큰 중소 계열사를 인수했다. 

무슨 돈으로, 어떻게 인수했는지는 아직 공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지분을 줄인 곳들이 모두 SM 계열사들인걸로 보아 이번에도 그룹과 우오현 회장의 직간접 도움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룹 신용을 바탕으로 외부 차입이나 지원 등도 생각해볼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그룹 계열사들의 담보제공 또는 지급보증 없이는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SM중공업은 순자산(자본총계)이 252억원에 달하고, 매년 흑자도 꾸준히 내고 있다. 때문에 신화디앤디가 이번에 인수한 지분 51%를 시장가치로 제대로 산정하면 최소 수백억원은 될 것으로 보인다.

 

신화디앤디 재무현황

 

SM그룹은 공정위 지정 자산순위 30위 그룹이다. 58개 계열사들의 작년 말 합산 자산이 17조원, 합산 매출은 5.6조원에 각각 달한다. 당연히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상호출자제한대상기업집단이다. 이번 지분 인수를 두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도재계의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올해 초 SM중공업은 LIS와 합병했다. 비슷한 업종간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 합병으로 알려진다. 신화디앤디가 SM중공업 최대주주가 되기 전 진행한 사전정지 작업의 일환으로도 풀이된다.

아무튼 꾸준히 흑자를 내는 SM중공업을 이번에 인수했기 때문에 적자에 자본잠식 상태인 신화디앤디와 LIS 모두 일단은 한숨을 돌릴 전망이다. 

 

삼라마이다스 대주주 현황

 

1953년생으로 올해 만 71세가 되는 우오현 회장은 슬하에 1남4녀를 뒀다.

장녀 우연아(47) 삼라농원 대표, 차녀 우지영(46) 태초이앤씨 대표, 3녀 우명아(43) 신화디앤디 대표, 4녀 우건희(33) 코니스 대표, 장남 우기원(32) SM그룹 해운부문장 부사장 겸 삼라마이다스 사내이사 등이다. 이들 모두가 현재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위로부터 딸 셋은 우 회장과 본처인 심동임씨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우기원과 우건희는 사실혼 배우자로 알려진 고(故) 김혜란씨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김씨는 작년 9월 갑자기 사망했다.

우 회장은 본처와의 혼인관계는 아직 정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처 소생 세 딸과 김혜란-우기원 측은 그동안 우 회장을 중간에 두고 엎치락 뒷치락 경쟁하는 듯한 모습을 여러차례 보였다.

하지만 외아들 우기원씨가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한 2020년대 들어선 우기원 측 우세로 바뀌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자녀들 중 가장 먼저 경영에 참여, 한때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은 것은 맏딸 우연아 대표이다. 하지만 현재 SM그룹의 유력한 후계자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우기원 부사장이다.

우 부사장은 27세때인 2019년 12월 그룹 지주사 격인 삼라마이다스 사내이사에 선임돼 유력한 후계자 후보임을 예고했다. 우 회장에 이어 삼라마이다스의 2대주주(지분율 25.99%)에도 올라있다.

우 부사장이 삼라마이다스 2대주주가 되는 과정에서도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원래 삼라마이다스는 우 회장이 지분 100%, 우기원은 2014년 설립된 작은 계열사 라도의 지분 100%를 각각 갖고 있었다.

라도 설립 당시 우기원의 나이는 22세였다. 이 두 회사가 2021년 합병되면서 우기원은 삼라마이다스 지분 25.99%를 확보했고, 우 회장 지분은 74.01%로 낮아졌다.

우기원이 합병으로 이 정도 지분을 얻으려면 라도 덩치를 많이 키워야했다. 이 과정에 계열사들의 노골적인 지원 혹은 일감몰아주기가 있지 않았느냐는게 당시 논란의 핵심이었다.

 

상속절차 후 삼라의 최근 대주주 현황

 

 

고(故) 김혜란씨도 그룹의 또 다른 지주사 격인 삼라의 지분 12.31%를 비롯, 동아건설산업(6.22%), SM스틸(3.24%) 등의 대주주였다. 이 지분들을 우기원-건희 남매가 상속받는 절차가 최근까지 진행됐다.

상속지분 전량을 물려받은 우 부사장은 지분 중 일부를 그룹 산하 재단에 출연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그룹의 또 다른 지주사인 삼라 지분 일부(2.43%)는 계속 보유, 후계자 경쟁에서 더 유리해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반면 본처 소생들인 우연아 대표는 삼환기업(32.56%)과 삼라농원(19%), 우지영 대표는 삼환기업(21.71%)과 태초이앤씨(100%), 우명아 대표는 삼환기업(21.71%)과 신화디앤디(100%)의 대주주들이다.

이들 1남4녀는 지금도 수많은 SM 계열사들의 사내이사나 감사, 미등기임원 등을 서로 경쟁하듯 맡았다 해임됐다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명아 대표가 작년 이후 외부기업을 인수하거나 다른 계열사를 인수한 것은 재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기업 인수에 나선 것은 우명아 대표 뿐만이 아니다. 차녀 우지영 대표의 개인기업 태초이앤씨도 올들어 회생절차에 있던 부실기업들인 HN아이앤씨와 한스케미칼, 한스인데크 등 3개사를 잇따라 인수했다.

HN아이앤씨는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의 남편 회사여서 한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부실기업들을 인수하는 과정에도 에스엠상선 등 계열사들로부터 거액 차입과 담보제공 등의 전폭적 도움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우 회장의 조언과 노하우 제공 등이 있었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 재계 관계자는 "우 회장이 2020년을 전후해 몇 년간은 우기원 측을 세게 밀었다면 작년부터는 다시 본처 소생들에게도 상당한 관심을 쏟아주고 있는 모양새"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우 회장과 일부 자녀들이 검찰에 고발되거나 공정위가 일감몰아주기 의혹 등으로 SM 계열사들을 조사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진위는 아직 공식확인 되지 않았지만 고발이나 조사 내용들이 내부 제보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내용들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