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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뉴스웨이브][게이트]수협, 유동성 흔들…‘뱅크런’ 뇌관될까?

- 90곳 중 5곳만이 유동성 비율 100% 넘겨 
- 100% 미만, 지난해 6월 말 61곳 → 지난해 말 85곳…6달 새 24곳 늘어
- 인천수협, 고객 돈 63%만 돌려줄 수 있어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정민휘 기자

수산업협동조합(수협)이 지급 능력 지표인 유동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수협 단위 조합 90곳 중 유동성 비율 100%를 넘긴 곳은 5곳이다. 나머지 85곳은 100%를 밑돌며 지난해 6월 말보다 유동성이 더 악화된 단위 조합이 증가했다. 유동성이 약한 영세 조합들이 타격을 받게 될 경우 예금 보호를 받지 못하는 고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사의 유동성 비율은 3개월 이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3개월 이내에 갚아야 하는 부채로 나눈 값으로 단기 채무 지급 능력을 의미한다.

9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단위 조합 90곳 가운데 85곳이 유동성 비율 100% 기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6월 말 61곳 보다 24곳이 증가한 수치다.

수협의 유동성 비율이 낮아진 이유는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 기조 영향이다. 특판 상품을 출시 등 고금리 경쟁에 가세하며 연말에 예금만기가 몰리면서 일시적으로 유동성 비율이 낮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상호금융권(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에 대한 유동성규제비율 정책도 한몫했다. 현재 상호금융권은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 등과 달리 유동성 비율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규제를 받지 않는다. 

느슨한 규제가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금융당국은 2021년 상호금융업감독규정(유동성 비율 강화)을 개정했다. 법령의 부칙인 3년 유예 기간은 올해 말 종료된다. 이에 따라 올 연말부터 ▲자산총액 1000억원 이상인 수협 단위 조합들은 유동성 비율 100% ▲1000억원 미만인 조합의 경우 90%, ▲300억원 미만인 조합은 8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수협 CI

개정 기준을 맞추지 못한 단위 수협은 수두룩하다. 지난해 말 기준 90곳 가운데 76곳이 미달했다. 자산총액 1000억원 이상 65곳, 1000억원 미만 11곳이 새로 시행되는 유동성규제비율에 부합하지 못했다. 소형 조합의 경우 예금 이탈이 살짝만 몰려도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유동성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위 조합 중 가장 큰 자산규모를 가진 인천수협(자산총계 2조2301억원)의 경우, 유동성비율은 63%로 집계된다. 다른 2조원대 단위 조합인 경기남부수협(84%)의 유동성 비율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만일 뱅크런(인출 요구가 일시에 몰리는 현상)이 터지면 가지고 있는 현금성 자산을 총동원해도 원금의 63%밖에 못 돌려주는 셈이다. 

자산총계 1조원 이상인 단위 조합별 유동성 비율을 살펴보면 고흥군수협이 97%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는 경기남부수협(84%), 강구수협(87%), 대형기선저인망수협(89%), 통영수협(85%) 조합 등이 뒤를 이었다.

금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유동성비율규제가 도입되지 않은 사이 상호금융권은 건전성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라며 “손실흡수능력 지표인 고정이하여신(NPL) 커버리지 비율도 악화되는 모양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관계자는 “부실 우려 여신을 모니터링하고 부실채권 매각, 채무조정 등 리스크 관리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