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게이트

[저축은행 리스크 점검]②페퍼, 1년새 예금·대출 40%증발 ‘적자폭 확대’

- 저축은행 79개 중 55곳, 올해 1Q 영업실적 악화
- 9곳 1Q 영업적자 100억원 넘어서 '경고등'
- ‘페퍼저축’ 지난해 영업적자 1위 이어 올해 1Q도 1위

 

작년에 이어 올 1분기에도 영업적자폭이 가장 컸던 페퍼저축은행 분당 본사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대부분 저축은행들의 각종 부실지표들이 올들어 더 크게 악화한데 대해 금융당국과 저축은행중앙회 등은 좀 색다른 설명을 내놓고 있다.

진짜 부실이 확대된 탓도 있겠지만 신속한 부동산PF 부실 정리를 위해 저축은행의 건전성 분류기준을 작년 말부터 선제적으로 강화한 여파도 크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PF시장 연착륙을 위해 금융권의 대주단 협약시 만기 연장 동의 기준을 강화하고 연체이자를 고려해 건전성을 재분류하도록 올들어 강하게 독려중인데, 특히 PF 부실 우려가 큰 저축은행에 대해선 작년 말부터 선제적으로 이를 적용해왔다는 것이다.

현재 저축은행들의 경우 부동산PF 뿐 아니라 토지담보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 등 담보가 있는 다른 기업대출 부문의 건전성도 악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부동산PF 부문부터 선제적으로 정리한다는 방침 아래 더는 사업을 끌고 갈 수 없다고 판단되는 PF사업장들을 부실자산으로 재분류하도록 거의 반강제하고 있다는게 당국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를 거꾸로 말하면 저축은행들에 그만큼 그동안 숨겨진 부실들이 많았다는 얘기가 된다. 없던 부실을 만들어낸게 아니라 여러 이유로 그동안 감추거나 드러내지 않았던 부실들이 당국의 반강제에 따라 이제 제대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설명이라고도 볼 수 있다.

어찌됐든 부실로 재분류된 자산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저축은행들은 그만큼 더 많은 대손충당금부터 새로 쌓아야 한다. 대손충당금은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미리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비용이 늘어난 만큼 흑자폭이 줄거나 적자가 확대될 수 밖에 없다.

 

 

올 1분기에 영업적자폭이 컸던 저축은행들

 

실제 부실과 충당금 급증 등의 영향으로 많은 저축은행들의 올 1분기 영업실적은 크게 악화하고 있다.

특히 페퍼(-489억원), 상상인(-480억원), 바로(-310억원), 상상인플러스(-209억원), IBK(-141억원), 부산 동원제일(-124억원), 키움예스(-119억원), 우리금융(-115억원), 파주 안국(-105억원) 등 9개 저축은행은 올 1분기에만 1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적자가 50억~100억원 구간 저축은행들도 7곳에 이른다.

특히 호주계로 자산순위 6위인 페퍼저축은행은 작년 전체 영업적자도 1,390억원으로, 적자규모 1위를 기록했던 곳이다. 올 1분기 영업적자 480억원도 작년 1분기 229억원 적자보다 적자폭이 더 늘어났다. 상상인, 바로, 상상인플러스,IBK 저축은행 등도 모두 작년 1분기보다 적자폭이 더 늘었다.

자산 순위 10대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페퍼·다올·신한·상상인·OSB)의 올 1분기 당기순손실도 모두 362억원으로, 전년 동기(-45억원)보다 8배나 늘어났다. 자산순위 1위 SBI저축은행부터가 올 1분기에 적자로 전환했다. SBI저축은행은 작년 상당수 저축은행들이 적자에 빠졌을때도 영업흑자 1,090억원으로, 흑자규모 1위를 했던 곳이다.

 

SBI저축은행의 올 1분기 손익계산서

 

올들어 영업실적이 안좋아진 저축은행들 중에는 부실 확대로 충당금을 크게 늘리다보니 이익이 격감한 곳이 많다. 충당금은 작년보다 줄었지만 시장금리가 내려가는 상황에서 예대금리차를 더 넓히기 어려워 적자폭이 늘어난 곳도 적지 않다.

이런 와중에서도 웰컴, 애큐온, 다올, OSB, KB 등 24곳은 올 1분기 영업손익이 전년동기보다 조금씩이라도 나아졌다. 그러나 작년 1분기 155억원 영업적자에서 올 1분기 240억원 영업흑자로 크게 흑자전환한 KB를 제외한 나머지 23곳의 실적 개선폭은 미미하다.

적자폭이 줄거나 간신히 흑자전환한 곳들이 많다. 작년에 미리 충당금을 많이 쌓았거나 실적 개선을 위해 다소 무리해서라도 대출금리는 더 올리고 예금금리는 내리면서 그나마 실적을 조금씩이라도 개선했다.

 

페퍼저축은행의 올 1분기 손익계산서

 

작년에 이어 계속 영업적자 1위인 페퍼저축은행의 경우 대손상각(대손충당금 신규전입) 규모가 작년 1분기 692억원에서 올 1분기 664억원으로 줄었는데도 영업적자폭은 더 늘어난 케이스다.

부실자산들을 크게 줄이기위해 작년부터 상각이나 부실자산 매각을 많이 하다보니 예금과 대출자산 규모가 너무 줄어든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작년 3월말 5.09조원이던 이 저축은행의 대출채권은 지난 3월 말 2.87조원으로, 1년 사이에 무려 43.6%나 줄었다.

같은 기간 예수부채는 5.37조원에서 3.19조원으로 40.5%, 자산은 6.03조원에서 3,67조원으로 29.1%씩 각각 감소했다. 대부분 저축은행들이 작년 이후 자산, 예금, 대출을 모두 줄이는 경향이긴 하지만 페퍼의 감소폭은 지나치다고 할 정도다.

올들어서도 3월말까지 석달동안 정기예금 잔액은 23.5%, 자산은 22%, 대출채권은 14.3%씩 각각 줄었다. 이 때문에 올 1분기 이자수익과 이자비용이 전년동기대비 각각 35.3%, 33.5%씩 감소했다.

 

페퍼저축은행의 지난 1년간 대출, 예금, 자산 감소 규모

 

이런 상황에서 작년 1분기에 비해 평균예금금리는 소폭 올린 반면 평균대출금리는 내렸다. 여기에 대손상각 등 다른 영업비용도 많이 줄이지 못해 영업수익 감소폭(-33%)이 영업비용 감소폭(-17%)보다 커지면서 영업적자폭이 더 커졌다.

부실을 작년부터 많이 정리했다는데도 이 저축은행의 부실성 자산비율은 여전히 높다. 지난 3월말 총 대출기준 고정이하자산비율은 16.83%로 1년전 6.61%보다 10%포인트 이상 급등해있는 상태다. 같은 기간 연체율도 5.82%에서 12.40%로 껑충 뛰었다.

3월말 총 대출잔액 3.15조원 중 부동산여신은 6,566억원으로 20% 정도다. 다른 저축은행들에 비해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다. 부동산PF대출의 연체율은 17.32%, 고정이하자산비율은 15.5%다. 부동산여신의 부실도 문제지만 다른 일반 대출의 부실도 큰 것으로 보인다.

 

페퍼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 지표

 

상상인저축은행은 부동산PF대출의 고정이하자산비율이 무려 29%(3월말 기준), 연체율이 18.97%로, 상당히 높다. 이 때문에 대손상각 규모가 작년 1분기 564억원에서 올 1분기 659억원으로 더 늘었다. 자매사인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상황도 비슷하다.

서울 소재 바로저축은행은 총대출의 고정이하비율이 17.97%로 높고, 부동산여신 중 건설업체대출(34.4%)과 부동산업체대출(30.8%)의 고정이하비율도 많이 높다. 이 저축은행도 대손상각 규모를 작년 1분기 40억원에서 올 1분기 404억원으로 크게 늘리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었다.

IBK기업은행 자회사인 IBK저축은행이나 부산 동원제일저축은행, 다우키움그룹 소속인 키움예스및 키움저축은행, 우리금융지주 자회사인 우리금융저축은행 등도 비슷하다. 1년전보다 부실이 급증하면서 대손충당금을 크게 늘리다보니 적자폭이 확대되었다. 1년전보다 예금금리는 내리고 대출금리는 올렸는데도 별 소용이 없었다.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