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EBITDA/총금융비용 배수는 롯데가 2.3배로 최저...현대차 30배, 삼성 33배로 차이 커
-작년 부채비율 상승폭 최대는 SK-LG-GS 순
-단기차입금 의존도는 LS, 코오롱, 롯데 순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국내 주요 16개 대그룹들 중 작년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 등 총금융비용을 커버하기가 가장 빠듯했던 그룹은 롯데, 두산, 코오롱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작년 중 부채비율이 가장 급격히 높아진 그룹은 SK, 단기차입금 의존도가 가장 높은 그룹은 LS, 단기차입금 의존도가 가장 급격히 높아진 그룹은 두산으로 각각 조사됐다.
22일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가 주요 대그룹 주력 계열사들의 작년 결산 영업실적들을 합산해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 16대 그룹 중 작년 EBITDA(상각전영업이익)/총금융비용 배수가 가장 낮은 그룹은 롯데그룹으로 나타났다.
롯데그룹은 2.3배로 전년의 2.5배보다 더 떨어졌다.
EBITDA는 감가상각비와 세금, 이자 등을 빼기 전의 영업이익으로, 특정 설비하에서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현금창출능력을 말한다. 이자보상배율 비슷한 개념이다. EBITDA/총금융비용 배수가 2.3배라는 말은 기업의 영업이익이 총차입금에 드는 총금융비용보다 2.3배 정도 많다는 얘기다.
작년 두산의 이 수치는 2.7배, 코오롱은 2.8배, 한화는 2.9배로 모두 3배가 되지 않았다. 반면 포스코는 10.4배, 현대차는 30.3배, 삼성그룹은 33.2배에 달했다. 주요 그룹들간에 격차가 크다.
이 배수의 절대 수치도 중요하지만 작년 한해 동안 이 배수가 얼마나 떨어지거나 올랐는지도 중요하다. 두산그룹은 이 절대수치는 아직 낮아도 22년 1.6배이던 이 수치가 작년 2.7배로 높아졌다. 현대차그룹도 같은 기간 25.4배에서 30.3배로 올라갔다. 그룹 주력사들이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작년에 많이 늘었든가, 차입금을 많이 줄였든가 둘 중 하나다.
그러나 작년에 이 수치가 좋아진 그룹은 이 2개 그룹 밖에 없다. 나머지 14개 그룹들은 모두 나빠졌다. 특히 재작년에 비해 작년 이 수치가 크게 떨어진 그룹들이 대부분이었다.
SK그룹은 22년 16.9배에서 23년 5배로 크게 떨어졌으며, 같은 기간 GS그룹도 17.1배에서 6.8배, 코오롱은 7.7배에서 2.8배, 현대백화점은 13배에서 7.2배, LG는 12.7배에서 7.6배, 포스코는 18.4배에서 10.4배로 각각 크게 떨어졌다.
한화도 같은 기간 5.2배에서 2.9배, LS는 7.8배에서 3.9배, HD현대는 7배에서 4.3배, 한진은 9.1배에서 5.8배, CJ는 8.1배에서 5.5배, 신세계는 6.6배에서 4.5배로 각각 하락했다. 삼성도 절대수치는 33배로 아직 좋지만 작년 하락폭은 컸다. 22년 79.3배에서 작년 33.2배로 크게 떨어졌다.
현대차그룹 등 일부만 제외하고 대그룹들의 작년 영업이익이 대부분 크게 줄었거나 차입을 크게 늘린 증거로 보인다. 고금리 지속으로 이자 등 금융비용이 급증한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말 기준 그룹 주력 계열사들의 총차입금 합계는 현대차가 143조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SK(86조원), LG(60.7조원), 롯데(32.9조원), 삼성(23.6조원) 순이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그룹의 속성상 아직 총차입금이 가장 많기는 하나 작년에 매출이나 영업이익을 가장 많이 늘린 그룹이어서 각종 재무지표는 가장 많이 좋아졌다.
작년 한해 동안 총차입금을 가장 많이 늘린 그룹은 포스코(+32.3%), 코오롱(+25.2%), LG(+19.9%), 한화(+12.4%) 그룹 순이었다. 총차입금에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뺀 순차입금이 작년에 가장 많이 늘어난 곳도 포스코(+325%), 한화(+45.1%), 코오롱(+32.1%), LG(+25.4%), SK(+12.99%) 그룹 등이었다.
재무상태가 아직 초우량인 포스코의 경우 2차전지 등 신성장산업투자 때문에 작년에 차입을 많이 늘렸다. 나머지 그룹들도 신사업투자, 대형 인수합병, 부실 계열사 지원 등 여러 이유가 복합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작년 말 순차입금은 16대 그룹들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75.5조원이었다. 차입금보다 현금성자산이 75조원이나 더 많다는 얘기다. 그러나 22년 말(-102조원)보다는 마이너스 폭이 많이 줄었다.
자기자본(자본총계) 대비 부채총계의 비율을 뜻하는 부채비율은 작년 말 한진(204.7%), HD현대(166%), CJ(160.3%)그룹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항공사나 조선기업들은 원래 부채비율이 높다.
작년 중 부채비율이 가장 급격히 높아진 그룹은 SK그룹으로 22년 말 113%에서 23년 말 126%로 1년만에 13%포인트나 높아졌다. 같은 기간 LG도 118%에서 129%, GS는 113.4%에서 124.3%, 포스코는 41.4%에서 52%, 두산은 95.8%에서 107.7%로 모두 많이 높아졌다.
총차입금 중 단기차입금 비중을 뜻하는 단기차입금의존도는 LS(24.5%), 코오롱(23.9%), 롯데(18.1%), 두산(17.7%), 한화(17%), CJ(15%) 순으로 높았다. 두산은 1년전 13%에서 작년 말 17.7%로, 이 비중 오름폭이 특히 컸다.
그룹의 특수한 속성 때문에 차입금이나 부채비율 등이 높은 그룹들도 있기는 하나 대체로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소문 난 그룹들에서 나쁜 수치들이 많이 나타났다.
한편 미국 증시에 상장된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최근 현지 당국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서 국내 일부 재벌그룹의 여신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언급한 바 있다.
문제 그룹 명단을 직접 밝히지는 않았지만 대기업 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이는 중소기업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기평은 이번에 내놓은 수치들과 관련, 삼성의 경우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SDI 등 3개 주력기업, 현대차는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4개사의 결산재무재표들을 합산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그룹들도 모두 전체 계열사가 아닌 3~4개 주력기업들의 각종 수치들을 합산한 것이다.
전체 계열사들을 합한 경영실적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발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가 지난 15일 발표한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금융 계열사들을 포함한 전 계열사 합산 매출은 삼성이 359조원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현대차(285조원), SK(201조원), LG(135조원), 포스코(93.6조원), GS(84.3조원), 한화(72.6조원), HD현대(70.7조원), 롯데(67.6조원), 농협(55.6조원) 순이다.
전 계열사 합산 당기순이익은 삼성 43.5조원, 현대차 20.5조원, SK 0.65조원, LG 2.1조원, 포스코 2.59조원, GS 3.37조원, 한화 1.94조원, HD현대 2.39조원, 롯데 1.17조원, 농협 3.57조원 등이다. SK와 LG그룹이 덩치에 비해 작년 당기순익 규모가 작았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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