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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경] 캐피탈사 '15~19% 고리대' 눈총...메리츠, 99.5% 차지

-메리츠캐피탈, 신용대출 평균금리 19.62% '업계 최고'
-올들어 연체율 급등, 부실 확대되며 영업익 격감
-3월말 대출연체율 14.48%까지 치솟아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메리츠금융지주 계열인 메리츠캐피탈이 법정최고금리(연 20%)에 육박하는 신용대출 평균금리를 유지하는 등 초고금리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초고금리 적용대상은 주로 저신용자이거나 위험성 높은 부동산PF 대출 등일 수 밖에 없어 이에 따른 연체 등 부실도 계속 급증하고 있다.

21일 여신금융협회 공시정보포털에 따르면 20일 게시된, 지난 4월 말 기준 신용카드 및 캐피탈사들의 5월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메리츠캐피탈로 19.62%에 달했다.

메리츠캐피탈 다음으로 높은 곳은 한국캐피탈(18.61%), JB우리캐피탈(17.58%), 현대캐피탈(16.17%), 롯데카드(15.76%), 롯데캐피탈(15.30%) 등의 순이다. 법정최고금리에 거의 근접한 19%대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메리츠캐피탈이 전 신용카드 및 캐피탈사들 중 유일하며, 다른 곳들과의 평균금리 격차도 크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정보포털의 5월 신용대출 평균금리 공시

 

메리츠캐피탈은 오래 전부터 이런 초고금리를 유지해왔다. 작년 말 19.59%에서 올들어 3개월 연속 상승, 3월 말 19.80%까지 올랐다가 4월 말 다시 하락한 것이 이 정도다.

작년 11월 말까지만 해도 OK금융그룹 소속인 OK캐피탈의 평균 신용대출금리가 19.98%로 메리츠캐피탈보다 더 높았으나 작년 12월 말부터 OK캐피탈은 신용대출 평균금리 공시 명단에서 빠졌다. 여러 이유로 신용대출 취급을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말 기준 신용대출을 받은 개인 및 기업들 중 연 16~20% 고금리 적용자들의 비율도 메리츠캐피탈이 무려 99.52%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메리츠캐피탈보다 높은 곳은 RCI파이낸셜이란 곳으로 100%였다. 그러나 이 회사의 4월 말 평균 신용대출금리는 13.70%로 공시됐다.

RCI파이낸셜은 프랑스 르노자동차그룹 한국 자회사로, 한국에서 자동차금융 관련 할부 및 리스를 많이 취급하는 곳이다. 일반 신용대출도 일부 취급, 올해부터 여신금융협회 공시대상 기업에 올랐다.

신용대출 중 16~20% 고금리적용자 비율(여신금융협회 공시정보포털)

 

RCI 및 메리츠캐피탈 다음으로 16~20% 고금리 적용자 비율이 높은 곳은 JB우리캐피탈(82.80%), 현대캐피탈(58.97%), 롯데캐피탈(51.34%), 롯데카드(50.28%) 등의 순이다. 모두 메리츠캐피탈과는 차이가 크다.

일반 캐피탈 및 신용카드사들 중 메리츠캐피탈의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유달리 이렇게 높은 것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영업으로 유명한 메리츠금융그룹 소속이라는 점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금융 주력사들인 메리츠화재나 메리츠증권 모두 과거부터 고수익이 보장되는 곳이면 다소간의 위험이 있더라도 과감하게 투자, 고수익률을 잘 내는 금융회사들로 유명한 곳이다.

메리츠캐피탈도 부실 위험이 높은 저신용자나 부동산PF 등을 대상으로 일부 부실을 감수하면서 고금리 신용대출 영업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캐피탈 분기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의 지난 1분기(1~3월) 영업취급실적 1조3281억원 중 대출금이 1조1098억원(83.57%)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리스 1302억원, 할부금융 879억원 순이다.

대출 중에서는 일반대출이 8948억원, 오토론이 2150억원이다. 신용대출은 일반대출 중 담보없이 신용으로 해준 대출들로 보인다.

지난 3월 말 기준 연결기준 자산은 모두 8조5598억원이며,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281억원, 당기순익은 265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작년 전체 영업이익은 2623억원, 당기순익은 2175억원이었다. 작년 1분기 영업이익은 666억원이어서 전년동기 대비 올 1분기 영업이익 감소폭은 58%에 달한다.

 

메리츠캐피탈의 무수익여신 현황(분기보고서)

 

올들어 영업이익 폭이 이처럼 격감한 것은 고금리로 인한 자금조달환경 악화, 경기하락에 따른 가계부채 대손비용 상승, 부동산PF 시장 경기 악화 등 때문이라고 이 회사의 올 1분기 보고서는 설명하고 있다.

작년 1분기에 비해 올 1분기 이자수익과 수수료수익은 모두 줄어든 반면 이자비용, 수수료 비용, 기타영업비용 등 영업비용은 1518억원에서 1759억원으로 늘어났다. 특히 대출 부실 급증에 따른 대출채권 대손충당금 전입액 등 대손상각비가 작년 1분기 161억원에서 올 1분기 304억원으로 급증하면서 영업이익 악화의 주범 노릇을 했다.

고금리를 목표로 위험을 다소 감수하고 저신용자들에 대한 가계대출과 부동산PF 등에 대출을 많이 늘렸다가 올들어 부실과 손실을 많이 입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캐피탈 대출채권의 연체율현황

 

실제 장기 연체 등으로 사실상 떼인 돈을 뜻하는 무수익여신 잔액은 지난 3월말 4512억원으로 전체 여신의 6.93%에 달했다. 2022년 말만 해도 이 비율은 1.14%에 그쳤으며, 작년 말은 4.41%였다. 올들어 3개월 동안에도 이 비율이 크게 치솟은 것이다.

이 회사의 전체 자산 연체율도 22년 말 1.80%에서 23년 말 7.92%, 지난 3월 말 10.14%로, 계속 치솟고 있다. 이 중 특히 대출금 연체율은 같은 기간 2.45%, 11.30%, 14.48% 등으로 오름폭이 더 가파르다.

특히 부동산금융이 많은 계열사 메리츠증권, 메리츠화재 등과의 연계영업이 많다보니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부동산PF 등에서 많은 연체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