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솔리다임 1분기 매출 75% 늘면서 흑전...낸드사업 인수효과 이제 나타나"
-SK, 2020년 90억달러에 인수...업황악화로 지난 2년간 7.4조 누적 손실
-AI 붐 일면서 분위기 급반전...HBM과 함께 올 1분기 하이닉스 대폭 흑자의 최대 공신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삼성증권은 “누적되는 적자로 존폐를 걱정하던 SK하이닉스 자회사 솔리다임의 올 1분기 매출이 전 분기 대비 75%나 늘면서 흑자 전환했다”면서 “인텔에서 낸드 사업을 인수할 때 기대했던 효과가 이제서야 나타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삼성증권은 이날 SK하이닉스 관련 보고서에서 올 1분기 SK하이닉스 깜짝 대규모 영업흑자 전환의 최대 공신이었던 AI용 HBM에 이어 이제 AI용 낸드인 SK 솔리다임의 QLC SSD가 각광을 받고 있다면서 이같이 평가했다.
솔리다임은 미국 반도체회사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로, 2020년 10월 SK하이닉스가 무려 90억 달러(당시 환율 기준 11조원 이상)에 인수했다. 낸드플래시로 만드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의 실력자를 손에 넣기 위한, SK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 투자였다.
하지만 인수 직후부터 낸드 업황이 곤두박칠치며 솔리다임은 2021~23년 합계 7조4천억원에 달하는 누적 손실을 입었다. 이 대형 투자와 SK온 투자 등으로 SK그룹 총차입금이 100조원을 넘어선데 반해 SK하이닉스와 SK온은 대규모 적자를 지속하면서 SK그룹은 그동안 심상치 않은 자금난에 줄곧 시달려왔다. ‘SK의 실수’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솔리다임은 QLC 낸드로 고성능-저전력-대용량 SSD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쿼드러플레벨셀(QLC) 낸드플래시는 기본 저장단위인 셀에 4비트를 저장할 수 있다. 비트 2개를 저장할 수 있는 멀티레벨셀(MLC), 3비트를 저장할 수 있는 트리플레벨셀(TLC) 낸드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어 고용량 구현이 쉽다고 한다. 생산 원가도 저렴하다.
AI시대가 본격 도래하면서 AI용 서버 수요 급증으로, 저전력 대용량 저장 장치인 기업용 SSD 주문이 폭증하면서 덩달아 QLC 낸드 수요도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SSD는 낸드플래시를 활용하기 때문에 HDD 대비 크기가 작고 전력을 적게 쓰면서 용량을 비교적 자유롭게 키울 수 있다.
델 같은 서버기업들부터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기업용 SSD로 교체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구글, 아마존 같은 빅테크 구매 담당자들도 솔리다임에 남들보다 먼저 기업용 SSD를 납품해달라고 요청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 때문에 반도체 업계에선 ‘솔리다임이 AI반도체 시대의 승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벌써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은 솔리다임의 P5430 낸드는 HDD 대비 용량을 키우고, 전력소비를 4배 이상 줄여 전체 비용을 26%나 줄여준다면서 확보한 전력 회선이 제한된 데이터센터가 초거대 모델을 기반으로 연산을 크게 늘리면서 소비 전력을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또 HBM(고대역폭메모리)과 관련, 올 1분기 HBM은 이미 D램 매출의 20% 수준이 되었다며 물량으로는 아직 5% 수준이지만 가격이 범용보다 4.3배 비싸다고 밝혔다.
삼성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HBM 가격은 작년에는 6~7배 더 비쌌지만 범용 가격이 상승하며 격차는 줄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올해 생산하는 HBM은 고객의 주문을 기반으로 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이미 판매가 완료되었다.
보고서는 내년에 HBM이 공급 과잉이 될 수 있다고 시장은 우려하지만 SK하이닉스는 M15X 팹을 후공정 TSV보다 차세대 전공정에 투입하기로 했으며, 환율 상승을 감안, 최근 기존의 설비투자 계획도 다시 하향 조정하고 있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삼성증권은 이는 HBM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SK가 무조건 짓고 보자는 공격적인 증설보다 고객의 수요에 따라 긴밀하게 움직이는 것을 우선시한다는 말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올해 SK하이닉스의 설비투자가 매출 대비 20% 중후반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D램업체 마이크론도 투자 효율성과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해 설비 투자를 매출의 35%(사이클 평균)로 제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최근 발표한 바 있다. 과거 산업 평균 매출 대비 설비투자인 평균 40% 초중반과 비교하면 낮은 것이고, 그만큼 무분별한 공급 증설을 자제한다는 뜻이다.
삼성증권은 현재 AI기술의 진보는 마치 90년대 초반 PC 기술의 진보와 같아 스마트폰 성장이 안정되었던 지난 10년 정도의 수요 예측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도 먼저 뛰어들어 현재 가장 큰 수혜를 입고 있다. 최근 시장 3위인 마이크론이 앞으로 엔비디아에 신제품인 HBM3E를 납품한다고 밝히면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간 혈투가 벌어지고 있고, 삼성전자도 맹렬히 추격하는 모양새다.
시장조사업체 욜그룹에 따르면 HBM 시장 규모는 작년 54억달러(약 7조원)에서 올해는 141억달러로, 약 3배 가량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9년에는 380억달러(약 50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 HBM을 세계 최초로 만든 회사가 SK하이닉스다. 2013년에 1세대 HBM을 개발했다. 2011년 최태원 SK 회장은 반도체 불황기인데도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하는 결단을 내리고 대규모 투자도 해줬다.
당시만 해도 HBM은 각광받는 제품이 아니었다. 고사양에 가격이 비싸 수요가 한정적이었다. 주로 게임용으로 쓰였다. 삼성전자는 당시 이 HBM보다 시스템 반도체와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등에 더 관심을 집중하다 HBM개발에 뒤쳐진 것으로 알려진다.
작년 SK하이닉스의 전 세계 HBM 시장점유율은 55%로 추정된다. 삼성전자가 40%, 마이크론이 3% 정도를 각각 차지한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증권은 작년 말 보고서에서도 “(작년) 3분기 SK하이닉스 D램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10%로 판단된다”면서 “이는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경쟁사와 적어도 15%에서 많게는 30%까지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아주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며 처음 보는 현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증권은 당시 “(작년) 2분기부터 SK하이닉스의 HBM은 경쟁사와 큰 차별요인이 되었고, 3분기에는 그것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이같이 추정했다.
당시 보고서는 “보통 D램 업체의 영업이익률은 차이가 나도 10%포인트를 넘기가 어렵다”면서 “우선 판가에서 HBM과 범용 D램은 6~7배의 차이를 보이므로, HBM비중이 높은 (특히 고가의 HBM3 시장을 장악한) 하이닉스의 D램 평균 판가는 많게는 10%까지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이것으로는 이익률 차이를 모두 설명하지 못한다. 그 말은 하이닉스가 이제는 원가에서도 우월하다는 말이 된다. 높은 선단공정 비중, 그리고 안정되고 높은 수율 등 여러 요인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삼성증권은 SK하이닉스의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같은 삼성그룹 소속이다. 이런 삼성증권이 하이닉스 HBM의 경쟁력을 당시 보고서에 객관적으로 생생하게 밝힌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 들여졌다.
삼성증권 당시 보고서는 이와 함께 “D램이 이익으로 전환된 것에 반해 하이닉스의 낸드메모리는 여전히 70% 이상의 영업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올 1분기 낸드 부문도 흑자로 돌아서면서 이런 평가가 불과 1분기 만에 다시 크게 바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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