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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현미경] 최성환 사장의 아리송한 보유주식 대거 처분...진짜 속내는

-최성환 사장, SK㈜ 지분 전부와 SK네트웍스 지분 대부분 갑자기 매각
-회사측은 증여세 납부 때문이라고 설명...투자자들 의문 제기
-블록딜의 과다한 할인율로 주가 급락.
-캐시 카우인 렌터카 매각 추진도 혼란...신용평가사의 부정적 평가 받기도

 

 

SK네트웍스 최성환 사장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그동안 SK그룹 지주사인 SK㈜ 주식을 계속 팔고 대신 SK네트웍스 주식을 사모으던 최성환 SK네트웍스 총괄 사장이 최근 남은 SK㈜ 지분 전량과 SK네트웍스 지분 대부분까지 갑자기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나 그 배경이 주목된다.

올해 43세인 최 사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조카로, 고(故)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차남인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의 장남이다.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2021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부친 최신원 전 회장 대신 SK네트웍스 총괄사장을 맡아 회사 경영을 진두지휘하며 그룹 내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SK그룹 오너가 3세 중 가장 빠르게 경영 수업에 뛰어 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성환 사장의 SK네트웍스 지분 대량매각 관련 공시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성환 사장은 지난 22일 보유 중이던 SK네트웍스 주식 7만700주를 주당 5396원에 장내 매도했다.

또 같은 날 671만1044주를 주당 4878원에 시간외 매매로 매각했다.

대량 장외매매라 매각가격을 10% 정도 할인해 준 것으로 보인다.

이 두 차례 매각으로 최 사장은 330.8억원을 확보했으나, SK네트웍스 지분은 직전 3.38%에서 0.32%로 크게 줄어들었다.

이에 앞서 지난 18, 19일에는 보유 중이던 SK㈜ 지분을 전량 매도했다. 5484주와 5616주는 장내매도로, 나머지 8만5204주는 시간외 매매로 각각 매각했다.

이 매각으로 종전 0.13%이던 최 사장의 SK㈜ 지분율은 0으로 바뀌었다. SK네트웍스 측은 이 두 종류 지분 매각대금들을 모두 합하면 479억원 정도라고 밝혔다.

 

최성환 사장의 SK(주) 잔여지분 전량매도 관련 최근 공시

 

 

최 사장은 최근 몇 년간 보유 중이던 SK㈜ 주식을 내다 팔고, 대신 SK네트웍스 주식을 계속 사모으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를 두고 훗날 SK네트웍스의 계열 분리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거나 아니면 계열분리까지는 안가더라도 아버지에 이어 SK네트웍스를 SK그룹 내 소그룹으로 사실상 장악하려는 포석이라는 등의 다양한 추측과 해석들이 그동안 나돌았다.

실제 최 사장의 SK네트웍스 지분율은 2021 말 1.89%에서 22년 말 2.63%, 23년 9월 말 3.12%, 23년 말 3.38% 등으로 그동안 꾸준히 상승해왔다. 그가 보유한 SK 지주사 지분은 2018년 최태원 회장이 증여해 준 것이다. 이를 자꾸 팔고 자신이 직접 경영하는 SK네트웍스 지분을 늘려나가는 모습이었기에 다양한 추측들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최 사장 외에 부인인 최유진씨도 SK㈜ 주식을 매도하고 SK네트웍스 지분을 사들여왔다. 작년 6월 처음 SK네트웍스 지분을 매입했으며 자녀인 최현서 양과 최현호 군도 작년에 처음 SK네트웍스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최근에는 지분을 더 늘렸다.

최신원 전 회장 등 최성환 사장 일가의 지분율은 작년 말 총 4%를 넘기도 했다. 최 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은 25일 현재까지 아직 SK네트웍스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있다.

 

 

SK네트웍스의 각 사업부문별 매출 비중

 

 

SK네트웍스 측은 최 사장이 그동안의 기조를 바꾸어 이렇게 보유 주식을 갑자기 대량 매도처분한 이유를 증여세 때문이라고 언론에 설명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SK㈜ 주식 48만주에 대한 증여세 납부 절차를 종료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48만주는 당시 시가로 약 1300억원 정도이고, 이에 대한 증여세는 8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진다. 최 사장은 관례대로 5년 분할 납부방식을 택해 지금까지 주식담보대출 등을 통해 분할 납부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이제 납부기한 5년이 되면서 남은 세금을 완납하고, 그동안 빌린 주식담보대출을 갚는데 479억원이 쓰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작 SK㈜ 보유주식 일부나 전부를 팔아 미리미리 증여세를 냈다면 주식담보대출 이자라도 절감할 수 있었을텐데, 지난 5년 동안 SK㈜ 주식을 조금씩 매각해 SK네트웍스 지분을 사모으다가 갑자기 이렇게 다시 보유주식 대량 매각이라는 번거로운 절차를 굳이 왜 거쳤을까?

우선 자신이 직접 경영하는 SK네트웍스 주가를 사모은 후 주가를 최대한 올려 세금도 내고 다른 차익도 챙기는 일종의 재태크 가능성을 거론해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취지였다면 성공적인 재태크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SK네트웍스 주가는 2021년 말 5020원, 2022년 말 3870원, 2023년 말 5750원선이었고, 지금은 5000원선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최 사장은 2022년과 23년 SK네트웍스 지분을 주로 많이 사모았다. 최근 SK네트웍스 주식 매각 가격은 장내매도가 주당 5396원, 장외대량매도가 4878원이었다.

그동안 주식을 팔고 사며 낸 양도세 등까지 감안하면 이 매각에서 최 사장이 큰 차익을 남겼다고는 보기 어렵다. 10% 할인까지 해주다 보니 오히려 손해를 봤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보통 대주주가 자사주를 장내에서 계속 매입하면 투자자들은 호재로 보고 뒤따라 주식을 매입하기 때문에 주가는 상승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 달리 여러 이유로 주가는 계속 횡보하거나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증여세 최종 납부시한은 다가오자 최 사장이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보유 지분 대부분을 부랴부랴 팔았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미국 월스트리트식의 재태크나 각종 투자기법에 밝다는 최 사장이 이런 어리석은(?) 재태크를 할 리가 있겠느냐는 해석들도 적지 않다. 증여세는 형식상 이유이고, 다른 진짜 매각 이유가 있는게 아니냐는 추측들이 여기서 나온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SK네트웍스 최대주주인 SK㈜ 지분이 40%가 넘어 최 사장 일가가 지분 사모으기로 최대주주가 되는데는 한계가 있고, 각종 신사업 추진에도 SK네트웍스의 성장성에 한계가 보이자 최 사장이 지분을 대거 매각, 매각자금을 개인사업 같은 다른 개인적 용도로 쓰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증시에서는 최 사장의 보유주식 대거 매각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때문에 당분간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블록딜 장외매각 때 주가 할인율이 10%에 달할 정도로, 시세 대비 과도하게 낮은 가격에 대량 매도한데 대해 부정적 시각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안그래도 대주주 또는 오너 일가의 블록딜 매도는 개미 투자자 입장에선 악재다. 여기에 장외 대량매도 할인율까지 통상적인 관례보다 과도하게 높으니 추가 주가 하락 여지가 상당해 진다는 것이다.

투자자들 입장에선 SK네트웍스 경영진인 최 사장이 자기 회사의 기업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있다고 우려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우려 때문인지 주식 대량매도 공시 직후인 지난 25일 SK네트웍스 주가는 전일 대비 8.12% 하락한 509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SK네트웍스의 각 사업부문별 매출과 영업이익 추이

 

 

최 사장은 중국 푸단대와 런던비즈니스스쿨에서 MBA를 마친 뒤 2009년 SKC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SK㈜ 사업지원담당, SK㈜ 글로벌 사업개발실장, SK네트웍스 전략기획실장, SK㈜ BM혁신실 임원 등의 보직을 거쳤다. 2019년 초부터는 SK네트웍스 기획실장을 겸직하며 부친이 경영하던 회사에서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2022년 말 SK네트웍스 사장 승진 이후로는 이 회사를 미래 유망 업종에 대한 초기 투자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사업형 투자회사’로 변모시키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SK네트웍스의 모체는 고(故) 최종건 SK그룹 창업주가 1953년 설립한 선경직물이다. 이 회사는 이후 ㈜선경, SK상사, SK글로벌 등으로 바뀌었고, 최 창업주에 이어 아들인 최신원 전 회장과 손자인 최성환 사장이 지휘봉을 넘겨 받았다.

최 사장과 SK네트웍스는 2016년 패션사업 부문을 현대백화점그룹에 매각한 데 이어 2017년과 2020년 각각 유류 도매와 소매 사업을 SK에너지에 팔았다. 2020년엔 철강 무역 사업에서 철수하며 상사 부문 비중을 크게 줄였다.

대신 가전·모빌리티 등 렌탈 중심 신사업을 키웠다. 2016년 SK매직을, 2019년에는 당시 업계 3위 AJ렌터카를 인수해 보유하고 있던 SK렌터카와 합쳐 영향력을 확대했다. 2022년부터는 사업 영역을 ‘모빌리티’까지 확장했다.

2030년까지 SK렌터카 보유차량 20만대를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계획 아래 렌터카와 연계해 전기차 충전사업도 키우고 있다. 이를 위해 전기차 완속 충전업체 에버온(100억원)과 급속충전업체 SK일렉링크(옛 에스에스차저) 지분 728억원을 각각 인수하기도 했다.

휴대폰 중심의 정보통신 유통사업과 글로벌 트레이딩, 자동차 렌털과 정비, 가전 렌털, 호텔 등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했던 SK네트웍스의 구조 자체를 뒤바꾸는 변화였다.

이러던 SK네트웍스와 최 사장이 올들어서는 전기차 충전사업의 모태가 될것이라는 렌터카 사업을 갑자기 매각하겠다고 나서 약간의 혼란을 주고 있다. 렌터카 부문은 이 회사의 핵심 캐시카우다.

지난 16일 SK네트웍스는 SK렌터카 지분 매각과 관련,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를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고, 계약 조건을 협상하기 위해 당사자들의 권리와 의무 등이 포함된 구속력 있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현재 당사자 간 구체적인 조건들에 대해 협의 중에 있으며, 매매예정금액은 당사가 보유한 SK렌터카 지분 100% 기준 8500억원 내외라고 밝혔다. 렌터카 지분 100% 모두를 팔 수도 있다는 얘기다.

렌터카 중심으로 모빌리티를 크게 확장한다더니 갑자기 렌터카 매각을 들고 나온 것이다. 또 다른 신사업 진출을 위해 렌터카 매각 카드를 들고 나온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성과는 없이 신사업 구상이 계속 이러저리 바뀌고 있는 듯한 양상이다.

이에 대해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 지분 매각이 완료될 경우, 매각대금 유입과 레버리지 높은 사업의 이탈로 차입부담이 경감되고, 부채비율도 상당폭 개선되겠지만 핵심 수익기반인 렌터카 사업의 연결실적 제외에 따른 사업포트폴리오 위축과 이익창출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 이런 점과 신사업 투자성과 불확실성 등을 (종합)감안할 때, 자체신용도 상 부정적 영향이 더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SK네트웍스가 적극적인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사업구조 변화에 따른 영업 및 재무적 영향에 대한 확인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