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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뉴스웨이브][게이트]완전 자본잠식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분 물 타는 중?

- 적자 누적에 CB 150억 발행...‘자본확충 나서’
- 30일 서울PE 납입 예정, 상장 가능성에 무게
- 서울PE 주식 전환시 2대 주주 등극, 사실상 ‘리픽싱 구조’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황유건 기자

네이처리퍼블릭이 사모펀드로부터 15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진행한다. 사업다각화 노력에도 적자 누적과 2022년부터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자 3년 만에 자본확충에 나섰다. 

네이처리퍼블릭은 150억원 규모의 제2회 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한다. 투자자는 SPE스페셜시츄에이션스펀드1호다. SPE스페셜시츄에이션스펀드1호는 올해 초 설립된 사모펀드인 서울프라이빗에쿼티(서울PE)가 출자한 특수목적회사(SPE)다.

CB 납입일은 오는 30일, 전환가는 1주당 1만2000원, 표면 이자율 4%, 만기 이자율 8%, 전환청구기간은 2025년 4월 29일부터 2027년 3월 29일까지다. 서울PE가 주식 전환을 선택할 경우, 네이처리퍼블릭 총 주식수 827만2590주 중 13.13%(125만주)의 주식을 취득하며 2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만약 전환가액이 최저 전환가액(9600원)까지 하향 조정되어 주식 전환 선택권을 행사한다면 주식 전환비율은 더 높아져 서울PE가 쥐게 되는 네이처리퍼블릭 지분율은 15.9%(156만2500주)까지 올라간다. 주식 전환비율이 높아진 만큼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지분율은 희석된다.

비상장사인 네이처리퍼블릭의 전환가액 조정 방식은 실적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매년 목표 실적 달성 여부에 따라 전환가액 하향 조정(리픽싱) 금액이 변동된다. ▲2024년 매출 1000억원 미만, 영업익 40억원 미만 시 전환가액은 80% ▲2025년 매출 2000억원 미만, 영업익 80억원 미만 시 전환가액은 80% ▲2026년 매출 2400억원, 영업익 120억원 미만 시 전환가액은 80%로 조정된다. 

2022년부터 흑자 전환 했다지만 지난해 1400억원대 매출액을 낸 회사의 사정을 감안하면 내년까지 두 배에 가까운 실적을 달성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이번 CB는 사실상 리픽싱 구조 성격이 강한 셈이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그래픽=뉴스웨이브 배건율 기자

네이처리퍼블릭의 2023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439억원, 4억원이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소폭 감소 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88.1% 증가했다. 회사는 2022년 2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내며 턴어라운드 추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매출액 역시 144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1255억원) 대비 15.4% 성장했다. 

투자업계는 서울PE가 투자수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주가 상승을 통한 차익을 노려야하기 때문에 네이처리퍼블릭의 기업공개(IPO) 추진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시각이다. 

통상 비상장사의 자금을 조달 방식인 상환전환우선주(RCPS)가 아닌 CB 발행 방식을 택한 것도 네이처리퍼블릭 상장에 무게를 싣는다. RCPS는 이익에 대한 배당 권리만 행사할 수 있는 반면 CB는 원금에 이자까지 함께 받을 수 있고, 주식 전환 시 주가 상승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서울PE 입장에서 네이처리퍼블릭 CB투자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IPO까지 가지 않아도 만기 이자 8%를 얻을 수 있고, 조기상환 시엔 이자 5%를 챙길 수 있다. 더욱이 투자자에게 유리한 구조로 짜여 있어 가져가는 지분율도 쏠쏠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처리퍼블릭의 투자 유치 이력은 2015년 4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2021년 12월 쿠지인터내셔널의 출자 전환이 전부다. 쿠지인터내셔널은 최대주주인 정 대표의 특수관계자다. 당시 쿠지인터내셔널은 네이처리퍼블릭에 50억원을 대여한 후 출자 전환했다.

2016년 정 대표는 해외 원정 도박과 전방위 로비 의혹에 휘말려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같은 해 회사는 적자 전환했다. 2019년 네이처리퍼블릭 6개(홍콩, 중국, 미국, 일본) 해외법인 중 홍콩, 중국(상하이·베이징), 미국 법인의 순자산가액은 마이너스를 기록,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이후 2021년까지 6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