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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브][현미경] 부산 국제저축은행, 작년 예금 감소율 '전국 최고'

-부산 국제저축은행, 작년 예금 감소율 32%로 전국 1위...다음은 인천 모아(-27%), 대신(-26%), 페퍼(-24.8%) 순
-국제저축은행, 대출도 31%나 급감. 부실 우려해 대출 매각하거나 축소
-작년 대출 20%이상 줄어든 저축은행 무려 15곳

 

 

저축은행들의 공동 브랜드마크(저축은행중앙회 제공)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작년 부동산경기와 실물경기 침체로 대부분의 저축은행들이 부실 심화와 적자 반전 또는 흑자폭 대폭 축소 등의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 작년 예금과 대출이 20% 이상 격감한 저축은행들도 수두룩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대출 축소는 조달 금리 부담과 대출 부실 우려 등 때문에 저축은행 스스로 예금과 대출을 줄이거나 다른 금융권의 고금리 등을 좇아 예금 가입자 스스로 예금을 해지하는 경우가 많지만 저축은행 부실화 우려 등에 따른 예금 이탈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실제 작년 7~8월 새마을금고 부실화 우려 등 때문에 새마을금고 예금이 7조원 이상 이탈(뱅크런) 했다가 이후 진정된 적이 있다. 작년 4월쯤에는 일부 저축은행의 부실화 소문으로 저축은행 예금도 일시적으로 빠진 적이 있다.

작년 9월 이후에는 새마을금고들이 수신 회복을 위해 금리를 상대적으로 크게 올리면서 저축은행 예금들이 새마을금고로 많이 빠져 나간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22일 저축은행중앙회 공시포털에 따르면 작년 한해 동안 예금 감소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부산 국제저축은행(-32.1%)이었다.

 

부산 국제저축은행의 예금잔액(왼쪽부터 23년말, 22년말 순, 단위 원)

 

이 저축은행의 각종 예금잔액(예수부채)은 22년 말 2,230억원에서 23년 말 1,514억원, 같은 기간 대출잔액(대출채권)은 2,056억원에서 1,422억원으로 각각 줄었다. 대출금 감소율도 30.8%에 달한다. 예금과 대출 모두가 작년 한해 동안 각각 3분의 1 가까이 줄었다고 보면 된다.

국제저축은행 다음으로 예금 감소율이 높았던 곳은 인천 모아(-27%), 대신증권 계열 대신(-26%), 페퍼(-24.8%), 상상인플러스(-22.3%), 웰컴(-21.4%), 부산 동원제일(-21.4%), 전주 스타(-21.1%), 유안타(-20.4%) 저축은행 등이었다.

예금 감소율이 15%를 넘은 저축은행들도 수두룩하다. 서울 소재 조은(-19.4%), 경남 진주 소재 진주(-19.3%), 경기 광명 융창(-19%), 서울 소재 민국(-18.4%), 대구 유니온(-18.4%), IBK기업은행 자회사인 부산 소재 IBK(-18.2%), 경기 안양 소재 안양(-18%), 일본계인 JT친애(-16.9%), 창원 SNT(-16.9%), 경기 구리 소재 남양(-16.3%), 충북 옥천 한성(-15.1%) 저축은행 등이 그들이다.

전국 79개 저축은행들 중 예금이 조금이라도 증가한 저축은행들 찾기가 하늘에서 별을 딸 정도다. 강원 지역이 기반인 CK저축은행, 포항 머스트삼일 저축은행 등 극히 일부 저축은행들만 작년에 예금 증가세를 유지했다.

 

국제저축은행의 부동산관련 여신 현황

 

 

예금 감소율 전국 1위를 기록한 국제저축은행은 1971년 부산에서 설립된, 임직원 20명의 소형 저축은행이다. 최대주주인 이은지씨(지분율 72.7%) 등 자매, 가족으로 추정되는 4인이 주주들이다.

이 작은 저축은행도 과다한 부동산PF 등 부동산금융 비중이 작년 회사 전체를 괴롭혔다. 부동산PF 등 부동산관련 대출이 873억원으로, 전체 대출의 61%에 달했다. 이 873억원 중 연체 등이 전혀 없고, 이자를 제대로 꼬박꼬박 받는 정상 여신은 단 3억원에 불과했으며, 연체 1~3개월의 요주의여신이 무려 816억원, 연체가 3개월을 넘거나 원리금을 사실상 떼인 고정이하여신이 54억원이었다.

 

 

부산 국제저축은행의 대출잔액(왼쪽부터 23년 말, 22년 말 순, 단위 원)

 

 

전체 여신(대출) 중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2년 말 2.23%에서 23년 말 9.86%, 연체대출비율은 같은 기간 0.99%에서 10.04%로, 크게 치솟았다. 이 때문에 작년에 3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새로 쌓아야 했고, 그만큼 비용이 늘어 순익이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한해 전인 22년에 새로 쌓은 대손충당금은 1.95억원에 불과했었다.

여기에다 작년 치솟은 연체율 등 때문에 대출금 이자수익은 22년 142억원에서 130억원으로, 12억원이나 줄어든 반면 예금금리 급등으로 각종 이자비용은 같은 기간 59억원에서 80억원으로 21억원이나 늘었다. 이자부문 순손익만 작년에 22억원 적자였다.

 

 

부산 국제저축은행의 이자부문 수지

 

 

대손충당금에 이자 순순실까지 겹쳐 이 저축은행의 영업이익은 22년 60억원에서 23년 1.7억원, 같은 기간 당기순익은 50억원에서 3.6억원으로 각각 크게 줄었다. 그나마 대출 못지 않게 예금이 크게 줄어든 덕에 적자는 간신히 면했다.

다른 웬만한 저축은행들도 작년 부실 구조나 손익 구조가 비슷하다. 작년 말 자산규모 2.58조원으로, 준 대형저축은행인 예금 감소율 2위 모아저축은행 역시 예금 못지 않게 작년 대출도 29.3%나 줄었다.

이 저축은행도 작년 말 총 대출의 47%가 부동산관련 여신이었다. 2022년 727억원이었던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작년에도 820억원에 달했다. 재작년부터 일찌감치 대출 부실화에 적극 대비했다. 전체 대출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2년 3.67%에서 23년 9.57%, 연체대출비율은 3.44%에서 7.75%로 각각 치솟았다.

 

모아저축은행의 예금 감소현황

 

 

재작년부터 대손충당금을 적극적으로 많이 쌓은 덕에 그나마 이 비율들을 이 정도 선에서 관리 가능했을 것이다. 22년 333억원에 달했던 이 저축은행의 당기순익은 작년 8.99억원으로, 역시 간신히 적자를 모면했다.

부실이 많은 대출과 고금리의 예금을 작년에 거의 같은 비율로 많이 줄이지 않았다면, 또 재작년부터 일찌감치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지 않았다면 이 회사도 작년 큰 적자가 불가피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예금 감소율 3위 대신저축은행은 22년 134억원의 당기순이익이 작년에는 440억원 적자로, 큰 폭 적자전환했다. 2022년 314억원이었던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23년 614억원으로, 2배 가량 늘어난 것이 우선 큰 영향을 미쳤다.

예금 감소율(-26%)보다 대출 감소율(-20%)이 많이 낮았던 것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이자수익 증가율보다 이자비용 증가율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나마 고정이하비율을 22년 2.82%에서 23년 6.49%로 관리한 것은 작년 대손충당금 전입을 크게 늘렸던 덕으로 보인다.

 

대신저축은행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익

 

한편 작년 대출 감소율이 20%를 넘었던 저축은행들은 페퍼(-35.7%), 국제(-30.8%), 모아(-29.3%), 파주 안국(-26.1%), 상상인(-24.1%), SNT(-23.7%), 상상인플러스(-23.3%), 동원제일(-23.2%), 스타(-23.2%), 민국(-22.6%), 융창(-22.2%), 조은(-21.6%), 평택(-21.1%), 애큐온(-20.5%), 대신(-20.3%) 저축은행 등이다.

예금과 달리 저축은행들의 대출까지 많이 줄어든 것은 주로 부실화된 대출금을 매각하거나 상각-제각 등 부실정리를 많이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부실화를 우려, 웬만한 위험성 대출을 자제한 것도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3월 저축은행 영업실적 브리핑때 박상원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저축은행들의 수신이 감소했지만 그만큼 대출자산도 감소해 유동성은 충분하다”면서 “저축은행중앙회와 실시간으로 예금변동 사항을 파악하고 있고, 유동성 지원장치도 마련돼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또 저축은행들의 수신잔액 급감에 대해서는 “재작년 고금리로 유치한 예금을 저금리로 바꾸면서 작년 수신이 줄었다. 고객 이탈보다는 수신 전략에 기인한 것으로, 대출 감소 만큼 수신이 감소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 회장도 “저축은행들의 작년 건전성이 나빠졌지만 아직 위험한 수준은 아니다”라면서 “업황이 좋지 않았던 2011년이나 2014년과 비교하면 연체율이 높지 않으며 특히 가계대출은 상대적으로 연체율이 많이 올라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적자가 나고 연체율이 올라갔으나 대손충당금과 자기자본 등을 보면 이 정도 충격에 대한 흡수 능력은 아직 있다는 설명들이다.

그러나 작년 저축은행 부실을 크게 증가시켰던 부동산 경기와 실물 경기는 올해도 아직 개선 조짐이 별로 없다. 고금리 장기화, 미국 금리인하 시기 연기 등으로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때문에 막아 놓았던 부동산PF 관련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위기설’도 다시 나돌고 있다. 금융권 중에서도 특히 저축은행 업계가 어렵다는 얘기도 많이 돌고 있다. 저축은행들의 이런 지표들이 올해 또 어떻게 달라질지 당분간 더 지켜볼 도리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