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큐브홀딩스, 작년 600억 중간배당 실시...창립 후 첫 배당
-김 의장이 카카오서 받는 배당의 20년치 이상을 한꺼번에 수령
-배당 재원은 이 회사 보유 카카오 지분 팔아 마련
-케이큐브홀딩스, 과거 경영권승계 관련 구설수 자주 올라...현재 공정위 고발로 소송중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카카오그룹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김범수 카카오 CA협의체 공동의장이 지난해 자기 개인회사인 케이큐브홀딩스에서 한꺼번에 600억원의 대규모 중간배당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케이큐브홀딩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회사 설립 이후 첫 중간배당 600억원을 지급했다.
이 중간배당은 2007년 회사 설립 이후 첫 중간배당일 뿐 아니라 첫 배당이다. 작년 이전까지 배당이 전혀 없었다.
케이큐브홀딩스는 김 의장이 설립 때부터 계속 지분 100%를 보유한 일종의 개인기업이다. 때문에 중간배당 600억원은 모두 김 의장에게 돌아갔다.
김 의장은 이 회사 외에 그룹 중심기업인 카카오에도 13.3%을 지분을 소유, 작년 연말배당으로 36억원을 지급받았다. 지난 10여년 간 매년 15억~36억원대의 배당을 카카오에서 받고 있다. 케이큐브홀딩스의 작년 중간배당이 주력기업 카카오가 주는 배당 20년치 이상에 이르는 규모인 셈이다.
2022년까지 카카오에서 매년 5억원~10억원 정도의 연봉도 받았지만 22년 카카오 이사회의장직에서 물러난 후 작년에는 카카오의 5억원 이상 연봉자 명단에 김 의장이 없었다. 매년 카카오에서 받고있는 배당과 연봉이 합쳐서 50억원에 못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카카오그룹은 공정위 지정 자산순위 15대 그룹으로, 147개 계열사에 2022년 말 총자산 34.2조원, 22년 매출 10.58조원, 당기순익 9,07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런 대그룹 총수 치고는 다른 비교 그룹 총수들에 비해 배당과 연봉이 아주 과다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김 의장은 또 오래 전부터 틈날때마다 자신의 카카오지분 등을 ‘부의 사회환원’이란 명분으로 재단에 기부하거나 친인척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이런 김 의장이 작년에 개인회사에서 갑자기 대규모 중간배당을 받아갔으니 화제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김 의장은 어디에 돈이 필요해 이런 대규모 중간배당을 받아 갔을까?
케이큐브홀딩스는 지난 2007년 김 의장이 개인자금 100억원을 들여 설립한 회사다. 처음에는 소프트웨어 개발과 임대업 등이 사업 목적이었지만 지금은 금융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투자회사다.
임직원은 4명에 불과하나 작년말 기준 카카오 지분 10.41%를 보유, 13.30%의 김범수 의장에 이어 2대 주주다. 김 의장은 자기 직접지분과 자신이 지분 100%를 보유중인 케이큐브홀딩스가 보유한 카카오 지분을 합친 23.71%로, 현재 카카오그룹을 장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케이큐브홀딩스는 보유 투자자산들에서 생기는 예치금 및 유가증권 이자, 배당금수익, 매도가능증권 및 만기보유증권 처분이익, 임대수익 등으로 돈을 버는 회사다. 작년 매출(영업수익)은 369억원으로, 이 중 카카오가 지급한 배당수익이 27.7억원, 매도가능증권처분이익이 314억원이었다.
임직원 4명으로 판매관리비도 별로 들지 않아 영업이익이 329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그룹 재단인 브라이언임팩트에 300억원 등 기부금만 312억원에 달해 작년 당기순익은 13억원에 불과했다. 22년 당기순익은 71억원이었다.
이런 순익으로 600억원의 중간배당을 주기는 어려워 2021년 보유중이던 카카오 지분 일부를 팔아 쌓아둔 이익잉여금을 배당에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설립 이후 각종 투자를 한다고는 했지만 잘 안됐던지 2020년까지는 거의 계속 적자상태였다. 2017년에는 단기차입금이 2,129억원으로 급증하기도 했다.
결국 2021년 보유중이던 카카오 지분 중 0.67%를 매각, 한꺼번에 2978억원을 벌어들였다. 덕분에 2020년 175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21년 3085억원으로 급증했고, 단기차입금을 거의 대부분 갚았는데도 당기순이익도 2179억원에 달했다.
이 순익이 회사에 그대로 쌓여 생긴 이익잉여금으로 작년 중간배당을 실시한 것이다. 22년 말 2344억원까지 늘었던 이익잉여금은 이 중간배당 한 방으로 작년 말 1758억원으로, 그만큼 다시 줄었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설립 직후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사업을 주로 벌였지만 실적이 시원치 않자 2010년 보유자금 31.6억원을 투자, 카카오 지분 37.68%를 사들였다.
그후 카카오가 다음과 합병하고 계속 덩치가 커지다보니 작년 말 기준 이 지분의 장부가만 2.51조원에 달한다. 이 회사 총자산 2.66조원의 94%에 이르는 규모다.
사실상 카카오 지분 관리를 주 목적으로 하는 회사라고 볼 수 있다. 불과 31억원으로 사둔 카카오 지분이 이제는 회사에 엄청난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 최대주주가 되기 전까지 한게임, NHN, 네이버 등에서 최대주주 또는 대표이사 등을 거쳤다. 이때 상당한 개인소득도 챙긴 것으로 보인다. 그 돈으로 카카오를 만들고, 케이큐브홀딩스 초기자본금 100억원 등도 댔을 것으로 추정된다.
카카오 설립 이후 카카오에서 공식적으로 받는 배당과 연봉이 그리 많지 않았고, 또 꾸준히 보유지분 등을 기부하거나 나눠주는 것을 보면 초기 사업들에서 번 돈이 아직도 상당히 남아있다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이처럼 오랫동안 돈에는 비교적 초연(?)하게 지내오던 김 의장이 작년 갑자기 대규모 중간배당을 가져간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자기 개인회사의 부실도 한꺼번에 털어낼 겸 개인적인 급전도 필요해 카카오지분을 내다판게 아닌가 싶다”며 “겉으로는 김 의장이 연봉을 전문경영인들보다 훨씬 덜 받고, 배당도 많이 받지 않았지만 그러다보니 개인적으로는 생각보다 훨씬 더 쪼들렸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2022년 케이큐브홀딩스가 카카오 및 카카오게임즈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한 것을 문제 삼아 시정명령을 내리고,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카카오는 이에 불복, 현재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자산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금융업 또는 보험업을 영위하는 금융회사가 자신이 소유한 국내 계열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카카오 지분 등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케이큐브홀딩스를 금융회사라고 규정짓고, 이 회사가 2020년과 2021년 카카오와 카카오케임즈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해 보유 주식 전부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한 것이 공정거래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당시 “영업수익 대부분이 금융수익이(어서 사실상 금융회사이)고, (케이큐브가 2020년 7월) 정관을 바꾸어 업종에 금융투자업까지 추가해 놓고도 2021년에 또 의결권을 행사해 고의성이 있다고 봤다”고 언론에 설명했다.
케이큐브홀딩스 감사보고서의 기업개황자료를 보면 2019년말까지만 해도 이 회사의 업종은 ‘경영컨설팅업’으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2020년말에는 업종이 ‘기타금융투자업’, 21년 말에는 ‘그 외 기타분류안된 금융업’으로 바뀌었다. 지금도 같다.
케이큐브홀딩스는 공정위 제재 후 완강히 반발했다. 금융업을 하지 않는 회사를 금융회사로 판단한 것부터가 잘못됐다는 입장이었다. 일반 기업처럼 보유자산을 운영 관리하는 금융상품 소비자에게 불과하기 때문에 제3자 자본을 조달해 사업하는 금융회사의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카카오와 케이큐브홀딩스측은 정관상 사업목적에 ‘기타 금융투자업’을 추가한 것은 “주식배당 수익이 매출의 대부분인 우리 같은 비금융회사의 한국표준산업 분류상 마땅한 분류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언론에 해명하기도 했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카카오측 주장대로 금산분리 취지상의 금융회사라고 보기 어려운 점이 많은게 사실이다. 한국형 금산분리 제도는 과거 재벌들의 은행 소유를 막기위한 것이었다. 자기 돈이 아닌, 투자자들이 맡긴 은행이나 금융회사 돈으로 재벌들이 기업 지배력을 늘리고 문어발식 기업확장을 할까봐 만든 제도다.
이런 취지의 금산분리와 금융회사라면 케이큐브홀딩스는 금융회사로 보기 어렵다고 해야할 것이다. 은행이나 보험회사처럼 일반투자자나 기관투자자들의 투자나 예금을 받은 적이 없다. 김범수 개인자금과 차입금으로 굴러온 일종의 투자관리회사다.
투자회사가 자기 보유 지분의 의결권을 행사하는게 문제라면 현재 많은 다른 재벌들이 운용하고 있는 순수 지주회사나 준지주회사들과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생길수 있다.
케이큐브홀딩스나 김범수 의장 입장에서는 초기에 31억원으로 카카오 지분을 사둔 게 문제라면 문제가 되어버렸다. 한편으로는 큰 효자가 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오해를 받게 만들었으니까 말이다.
공정위도 이런 점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고발까지 강행한 것을 보면 장부상으로 알 수 없는 다른 숨겨진 문제가 있거나 카카오측의 업종분류 실수 가능성, 아니면 다른 정치적(?) 이유 등도 생각해볼 수 있다.
당시 IT정보통신업계 등에선 금융회사로 판정하기에 상당한 애매모호성 때문에 그냥 넘어가도 될 것을 굳이 검찰고발까지 해버린 당시 공정위의 기류가 큰 관심대상이었다. 공정위의 의지나 판단보다 당시 갓 출범한 윤석열 정부 핵심부의 기류가 반영된 것은 아닐까 추측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지난 2013년부터 2020년초까지 7년여 동안 김범수 창업자의 친동생으로 알려진 김화영씨가 대표이사를 맡았다. 2020년 말부터 현재까지는 김탁흥이라는 사람이 대표이사로 되어있다.
김화영씨는 20년초 일신상 이유로 회사를 그만 둔 것으로 전해진다. 대표이사 교체후 큰 폭의 매출과 흑자가 난 것으로 보아 그동안의 경영실적 등이 교체의 한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범수 창업자의 아들인 상빈씨(31)와 딸 예빈씨(27)도 삼촌 퇴사 후인 21년 5월부터 이 회사에 들어와 벤처투자업무를 배웠다고 한다. 이 사실이 알려져 화제와 비판의 대상이 되자 21년 9월 쯤 퇴사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 의장 부인도 이 회사의 기타비상무이사라는 보도가 있었으나 확인되지는 않는다. 동생과 아들 딸 때문에 이 회사는 김 창업자의 경영권 승계문제에까지 얽혀 여러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2021년 초까지만 해도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그동안 고생해온 가족과 친인척들에게 시가 1400억원이 넘는 카카오 주식 33만주를 나눠준다는 소식 때문에 훈훈한 미담과 화제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곧이어 아들과 딸이 케이큐브홀딩스에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결국 이 회사를 지주회사화해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승계시키려는 포석 아니냐는 의혹이 쏟아졌다. 김 창업자 지분이 100%인 회사이고, 카카오 지분도 10%가 넘어 지주회사화가 이론상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지주사로 바꾸려면 좀 복잡하고 돈도 들지만 못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경영권 승계의혹이 쏟아지자 김 의장은 이를 강력부인하면서 전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발표로, 한발 물러섰다. 그후 문어발식 기업확장, 카톡 먹통사태, 쪼개기 상장, 시세조종 및 분식회계의혹, 카카오 수뇌부 구속 등 안좋은 일들이 계속 생기면서 이 문제는 현재 쑥 들어가 있는 상태다.
김 의장이 공정위 제소에 따른 검찰수사 등에 부담을 느껴 케이큐브홀딩스 청산을 검토했지만, 최근 검찰이 법인 청산 시 책임자(개인)를 입건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자 검토를 철회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카카오 관계자는 당시 “김 의장이 케이큐브 청산 등과 관련한 의중을 드러낸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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