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입부채 작년 경쟁사 대비 급증...'차입부채 15.84조↑'
- 이자비용 22년 1.67조 → 23년 3.95조원..."2.28조' 늘어
- 경쟁사와 비교해 작년 영업익, 당기순익 등 실적 악화.
- 순익 증가한 경쟁사들과는 다른 행보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지난해 다른 경쟁 증권사들에 비해 미래에셋증권의 각종 차입부채 잔액이 과도하게 급증했다. 연간 이자비용은 경쟁사와 비교해 지나치게 많았고 증가폭 역시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증권이 지난해 경쟁사 대비 영업실적이 좋지 않았던 이유는 해외 부동산투자 손실 등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무리하게 급증한 각종 차입이 보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된다. 자금조달과 운용에 어딘가 문제가 많은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5일 미래에셋증권의 의결권대리행사권유참고서류에 첨부된 2023년 재무제표에 따르면, 작년 말 미래에셋증권의 차입부채 잔액은 67.89조원(연결기준)으로, 22년말 52.05조원에 비해 1년 사이에 15.84조원이나 늘었다.
여기에 발행 회사채는 제외된 것이다. 작년말 발행 회사채 잔액은 6.97조원으로, 22년말 8.68조원에 비해 1.71조원 줄었다.
증권회사들은 보통 자기자본과 투자자예수금 등의 예수부채, 그리고 RP(환매채)매도, 차입금, 발행어음, 회사채 같은 차입부채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 영업을 한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차입부채 중에서는 RP매도, 차입금, 회사채, 발행어음 순으로 비중이 크다. 작년의 경우 22년말에 비해 RP매도나 회사채 발행 등은 줄였으나 차입금과 발행어음은 많이 늘렸다.
21년 말 미래에셋증권의 차입부채(회사채 제외) 잔액은 50.33조원이었다. 한해 동안 차입부채 증가액이 22년 1.72조원에서 23년에는 무려 15.84조원으로, 증가규모가 9.2배나 급증한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15년 대우증권과 합병한 이후 발행어음 등 더 많은 자본 융통과 여신서비스가 가능해지는 종합금융투자사와 초대형IB(투자은행) 자격을 차례로 따기위해 맹렬히 몸집을 불려왔다.
2015년 말 연결기준 4.38조원이던 자기자본이 23년 말 11.23조원으로 커진 것은 물론 각종 차입부채 잔액도 같은 기간 12.53조원에서 67.89조원으로 5배 이상 커졌다. 차입부채는 16년 말 18.94조원에서 17년 말 49.39조원, 18년 말 72.36조원, 19년 말 86.45조 원 등 2016~19년 사이에 매년 계속 급증했다.
그러나 2020년 말과 21년 말에는 각각 69.06조원, 50.33조원으로 2년 연속 다시 크게 줄었다. 22년 말에도 52.05조원에 머물렀다. 그러다 작년에 한꺼번에 다시 15조원 이상 크게 늘린 것이다.
고금리가 충분히 예상됐던 작년에 이처럼 차입부채를 크게 늘린 이유는 아직 설명하지 않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여건이 나빠져 발행어음 등 다른 차입부채들을 크게 늘린 것 같다”면서 “2위 한투증권과의 몸집 불리기 경쟁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고금리를 감수하면서까지 차입부채를 다소 무리하게 늘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본사만의 실적인 별도기준 차입부채도 22년 말 29.18조원에서 23년 말 33.69조원으로, 1년 사이에 4.5조원 증가했다. 연결기준 차입부채 증가규모가 별도기준보다 3배 이상 큰 것으로 보아 미래에셋증권 본사보다 해외 자회사들이나 국내 종속 자회사들의 차입부채가 훨씬 더 많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작년 한해 차입부채가 급팽창하면서 연간 이자비용도 22년 1.67조원(연결기준)에서 23년 3.95조원으로, 2배가 넘는 2.28조원이나 급증했다. 반면 같은 영업비용이면서 해외 부동산투자 등에서 주로 생기는 것으로 알려진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22년 611억원에서 23년 1497억원으로, 886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자비용에 비하면 증가규모가 새발의 피 수준이다. 또 해외 부동산투자 평가손실 같은 것은 영업외손익으로 주로 잡힌다. 23년 미래에셋증권의 영업외손익은 -1419억원으로, 22년의 136억원 흑자보다 흑자규모가 1555억원 줄었다. 영업외손익 감소액과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 증가액을 모두 합쳐봐야 2141억원으로, 이자비용 증가액의 10분의1도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작년 이 회사의 연결기준 잠정 매출은 20조9531억원으로 전년대비 9.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8.8% 줄어든 5110억원, 당기순익은 57.8% 감소한 2980억원에 각각 그쳤다. 특히 작년 4분기(10~12월) 당기순익은 1612억원 순손실을 기록, 대규모 적자에 빠졌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물론 작년 각종 이자 수익도 전년대비 2.14조원 늘었지만 그래도 순이자손실은 1400억원 이상”이라며 “작년 실적 악화의 진짜 주범은 해외 부동산투자보다 차입부채 급증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법한 수치”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과 버금 가게 차입부채를 많이 활용하면서 자기자본규모가 미래에셋증권 다음으로 업계 2위인 한국투자증권과 비교해보면 미래에셋증권의 차입부채는 절대수치가 유별나게 클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고금리가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비상장기업인 한투증권은 작년 사업보고서는 물론 의결권대리행사 권유참고서류 같은것도 공시하지 않아 작년 말 차입부채 수준을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작년 1~9월 분기보고서를 통해 유추해볼 수는 있다.
작년 9월말 연결기준 한투증권의 차입부채 잔액(연결기준)은 43.82조원으로, 22년 말의 35.12조원에 비해 8.7조원 정도 늘었다. 여기에는 회사채 3.18조원이 포함된 것이다. 작년 연말까지로 추정해보면 규모가 더 늘었을 수는 있겠지만 아무튼 전체 차입부채 규모는 미래에셋증권보다 훨씬 적고, 또 작년 증가규모도 상대적으로 적다.
작년 1~9월 한투증권의 이자비용은 1.26조원으로, 전년동기 5261억원에 비해 역시 2배 이상 늘었다. 작년 전체 이자비용은 1.7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차입부채 덩치는 한투증권이 미래에셋증권의 60% 안팎인데 연간 이자비용은 미래에셋증권의 절반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의 차입부채들이 한투증권보다 상대적으로 고금리가 많음을 대충 추정해볼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에 비해 이자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일반 운용손익도 호조를 보임에 따라 한투증권은 미래에셋증권과 달리 작년 연결기준 당기순익은 5,974억원으로, 22년의 5,357억원보다 오히려 늘었다. 미래에셋증권 못지 않게 국내외 부동산투자 손실이 적지 않고, 차입부채도 많이 쓰는데도 당기순익은 미래에셋증권과 달리 작년에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한투증권의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22년 6010억원에서 23년 6430억원으로 늘었음에도 당기순익은 같은 기간 4137억원에서 2953억원으로 줄었다. 이에대해 한국투자금융지주측은 “BK(위탁매매) 거래대금 확대 및 운용손익 호조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부동산관련 충당금 및 평가손실이 큰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업이익으로 잡히는 충당금 보다 영업외손익으로 당기순익에만 잡히는 한투증권의 국내외 부동산투자 평가손실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은 별도기준이든 연결기준이든 당기순익, 영업이익 모두 22년보다 줄어들었다. 특히 연결기준 영업이익 감소폭이 컸다. 이자비용 급증 부담이 엄청 컸음을 알 수 있다.
자기자본규모 업계 3, 4위권인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의 연결 차입부채(모두 회사채 포함)는 각각 17.31조원(작년 9월말)과 19.71조원(작년말) 수준이다. 전체 덩치 차이에 비해 미래에셋증권과 차이가 많이 난다.
또 이 두 증권사의 차입부채는 22년에 비해 모두 줄었다. 작년 한해 동안 15조원 이상 늘어난 미래에셋증권과 크게 대조적이다. NH증권의 작년 1~9월 연결 이자비용은 6093억원, 삼성증권의 작년 전체 이자비용은 9615억원에 각각 불과했다. 작년 연간 3.95조원에 달한 미래에셋증권과 역시 차이가 크게 난다.
NH증권의 작년 연결 영업이익은 22년보다 39% 늘어난 5213억원, 당기순익은 무려 84% 늘어난 5564억원에 각각 달했다. 삼성증권의 작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익도 모두 22년보다 28~29% 늘었다.
이들도 모두 국내외 부동산투자 손실 부담과 다른 악재들에 비슷하게 시달렸음에도 영업실적은 미래에셋증권과 큰 격차를 보였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의 과다한 차입부채와 상대적인 고금리 자금조달 등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어 보인다”면서 “더 정확한 원인 및 평가와 왜 미래에셋증권이 작년에 이런 자금조달과 운용을 했는지는 작년 사업보고서 등이 공개돼 봐야 더 정확하게 알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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