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말 390억 투입해 윈팩 인수
- 어보브반도체 재무 악화의 인계철선…윈팩
- 원팩 영업손실 228억, 당기순손실 306억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황유건 기자
팹리스(반도체 설계) 회사 어보브반도체가 ‘승자의 저주’를 겪고 있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인수한 윈팩의 실적이 악화하며 전체 실적에 영향을 줬다. 윈팩 업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올해도 재무 리스크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란 성장동력 확보, 시너지 확대 등을 노리고 M&A(인수합병)에 나섰지만, 과도한 대가를 치른 탓에 심각한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의미한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어보브반도체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51억원으로 전년(258억원) 대비 적자전환 했다. 매출 역시 전년(2426억원)과 비교해 2291억원으로 5.6% 감소했다. 연결종속회사에서 지분법평가손실이 대규모로 발생한 영향이다. 적자의 원인이 된 연결종속회사는 윈팩이다.
원팩은 지난해 영업손실 228억 당기순손실 30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862억원으로 전년(1526억원) 대비 43.5% 감소했다.
2006년 1월 11일 설립된 어보브반도체는 2009년 6월 5일 코스닥에 상장했다. MCU(Micro Controller Unit)을 설계·생산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MCU는 중앙처리장치와 메모리(D램과 낸드플래시), 그리고 주변장치(입출력 및 타이머)가 하나의 칩에 통합된 구조를 띄는 반도체다. 주요 고객사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위니아, 메이디(중국), 샤오미(중국), 유니버셜일렉트로닉스(미국) 등이다.
어보브반도체는 2021년 말 사업 다각화를 위해 390억원을 투입해 반도체 후공정 기업인 윈팩을 인수했다. 윈팩의 이전 최대주주인 티엘아이는 윈팩 경영권 매각을 위해 티엘아이가 보유한 윈팩의 지분 12.67%, 계열사 세소니아 지분 3.1%, 이한규 윈팩 대표 지분 2% 등 총 19.22%를 시장에 내놨다. 윈팩은 2002년 설립, 반도체 후공정 절차에서 패키징·테스트을 담당하는 회사다.
어보브반도체는 경영권 지분 인수(240억원)와 유상증자 참여(150억원)를 병행해 윈팩 지분 25.99%를 취득했다.
2021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시기다. 실제로 인수 직후 어보브반도체는 반도체 후공정 업체인 윈팩의 실적 수혜를 봤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업황 변동성이 커지면서 윈팩은 어보브반도체 재무 악화의 인계철선이 됐다.
일각에서는 윈팩과의 시너지를 과대평가해 적정 가격 이상의 베팅 등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불황이 극심했는데 원팩의 손실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업황 침체가 지속되고 있어 올해도 손실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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