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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브][현미경] 증권사 29곳, 1년간 국내외 부동산투자 손실 '5.5조원'

-29개 증권사 누적손실, 국내외 부동산금융자산 42.5조원의 12.9%달해
-대손비용과 영업외비용 합산. 작년 4분기에만 약 2조원 손실. 
-대형사는 해외, 중소형사는 국내서 주로 손실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 전경.[사진=키움증권]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2022년 4분기부터 23년 4분기까지 29개 국내 증권사들이 국내외 부동산투자에서 입은 누적손실은 모두 5.5조원으로, 전체 국내외 부동산금융자산 약 42.5조원(23년 9월말 기준)의 12.9%에 달한다는 집계가 나왔다.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신평이 신용등급을 부여한 대형사 9개, 중소형사 20개 등 모두 29개 국내 증권사들이 22년4분기부터 23년4분기까지 국내외 부동산 익스포져에서 인식한 관련손실을 추산한 결과 대형사들이 약 4조원, 중소형 증권사들이 약 1.5조원의 누적손실을 입은 것으로 분석되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관련 손실은 대출채권 관련 손실, 충당금 전입액, 기타 대손상각비 합산 등의 대손비용과 지분적용투자주식 손상차손, 관계회사투자지분 처분손실, 기타자산 손상차손 합산 등의 영업외비용 등을 모두 합한 개념이다.

 

 

이같은 손실규모는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 국내외 부동산금융자산의 각각 12.7% 및 13.6%에 달하는 규모다. 23년 4분기에만 국내외 부동산금융자산의 대략 4.7%(약 2조원)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신평은 밝혔다.

 

이처럼 국내외 부동산투자에서 많은 손실을 입는 바람에 29개 증권사들 중 무려 14개사(대형 5개, 중소형 9개)가 작년 4분기 분기 손손실을 냈다. 4분기에만 별도기준 1백억원 이상 당기순손실을 낸 증권사는 하나(-2600억원), 키움(-2272억원), 신한(-1229억원), 한국투자(-787억원), 하이투자(-335억원), 삼성(-327억원), IBK(-289억원), SK(-197억원), 미래에셋(-165억원) 증권 등이다.

 

하나증권(2904억원 적자) 등 일부 증권사는 작년 전체로도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22년 4분기와 23년 4분기에 분기별 손실인식 규모가 급격히 증가한데 대해 한신평은 “평가손익이 분기에 즉각적으로 반영되기 어려운 해외대체투자자산 등 비시장성 유가증권에 대한 자산재평가 결과가 일시에 반영된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형 증권사들은 주로 2018년 이후 집중적으로 투자해온 해외 상업용부동산 투자에서, 또 중소형 증권사들은 국내 부동산PF투자에서 각각 손실을 많이 입었다. 해외 부동산 총 익스포져(위험노출액) 약 13조원의 75% 이상을 메리츠, 미래에셋, 하나, 신한, NH, 대신증권 등 국내 6개 대형 증권사가 보유하고 있다.

 

한신평은 미국 핵심 지역에서의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어 상업용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기 전까지는 향후 만기가 도래할 해외부동산 익스포져에 대한 손실 인식 우려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만기는 올해와 내년에 특히 집중적으로 많이 돌아온다.

 

한신평은 중소형사의 실적 저하는 주로 국내 부동산PF 충당금 적립 부담에 기인한다면서 이 중 하이투자증권(-84억원)과 다올투자증권(-606억원)이 작년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영업기반 내 PF 부문 의존도가 높았던 업체의 실적 저하폭이 더욱 컸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당국은 지난 1월 말 장기간 본(本) PF 전환이 되지 않은 브릿지론 분양률 또는 공정률이 저조한 본PF 사업장에 대해 충당금 적립을 더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2023년 9월 말기준 증권사의 전체 부동산PF 익스포져 대비 충당금 적립률은 대형사 7%, 중소형사 10% 수준으로 추정된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점, 아직까지 본PF로 전환되지 못한 브릿지론의 양적 부담, 후순위성 익스포져 비중 등을 감안했을 때 증권사들의 전반적인 충당금 적립 수준은 (아직) 전반적으로 미진한 수준이라고 한신평은 평가했다.

 

앞으로도 충당금을 더 많이 쌓아야하는 형편이어서 브릿지론 수요기반이 열위한 유형(지식산업센터, 생활형숙박시설, 저온물류센터 등)의 본PF 익스포져, 후순위성 익스포져가 많은 중소형 증권사들은 충당금 적립 부담으로 수익성 저하 및 재무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증권사의 PF 신용공여 잔액 추이를 보면 2022년 6월 말 48조원에서 2023년 9월 말 40조원까지 감소했다. 이는 신규 PF 딜 감소 영향 외에도, 금융당국의 대출에 대한 NCR

 

위험값 완화조치(100% → 32%) 등으로 최근 다수의 증권사가 신용공여 형태에서 직접대출로 전환한 영향도 있다고 한신평은 설명했다.

 

한신평은 증권사의 단기자금 시장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으나, 우발부채 익스포져가 직접 대출로 바뀐 것일 뿐 최종 손실 관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유동화 시장 의존도 축소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유동성 확보 부담이 있을 수 있어 대체자금조달능력(모회사 지원 등)이 열위한 업체의 경우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