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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브][현미경]끝없이 주식 사모으는 한화 김동선 부사장, 그 이유는?

-23년4월12일이후 지난 16일까지 82회 걸쳐 한화갤러리아 주식 338만주 장내매수. 작년 8,9월만 제외하고 모두 40억 투입, 계속 매수행진
-주가부양이 1차 목적인듯. 그러나 아직 재상장 직후 주가 회복 못해 절반만 성공. 
-경영권승계와 그룹 분할 등에도 대비하는 듯. 보유지분만으로도 유통-레저부문 독립에는 문제없어. 그러나 덩치 작고 성장성 적어 만족할지 관건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작년 4월 이후 지금까지 한화갤러리아 주식을 끊임없이 장내에서 매수하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 지분이 하나도 없던 김 부사장이 이 회사 지분을 처음 장내에서 매수한 것은 작년 4월12일이다. 작년 3월1일 한화갤러리아가 한화솔루션으로부터 인적 분할로 독립, 3월31일 재상장된지 12일후다.

 

 

이날 5만주를 주당 2059원에 장내매수, 지분율 0.03%를 기록했다. 이후 김 부사장은 틈만 나면 한화갤러리아 주식을 장내에서 매수했다. 이틀, 사흘 연속은 물론 최대 6일 연속 사모으기도 했다. 작년 8, 9월 두달만 잠시 쉬었을 뿐 작년 4월 이후 매월 장내매수 공시 기록이 남아있다.

 

이달 들어서도 2월7, 8일과 13,14,15,16일에 계속 주식을 매수했다. 1월에도 1월8~11일, 1월19~26일, 그리고 1월29, 30일 등 거의 쉴 틈없이 장내매수 행진을 거듭했다.

 

작년 4월12일 이후 지난 16일까지 10여개월 사이에 모두 82회에 걸쳐 338만9860주를 사모았다. 이 기간 김 부사장의 한화갤러리아 지분율은 0에서 1.75%까지 치솟았다. 현재 한화갤러리아의 최대주주는 한화그룹 모기업인 한화(지분율 36.31%)이고, 김 부사장은 작년 말을 기점으로 한화솔루션(1.39%)을 제치고 2대주주로 올라섰다.

 

 

이 지분 확보에 김 부사장이 투입한 돈은 모두 40억1193만원 정도. 김 부사장은 현재 드러난 보직만 한화갤러리아 상근(미등기) 부사장(전략본부장겸 신사업전략실장),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무(미래전략실장), 한화로보틱스 부사장 등이다. 각각 회사의 연봉이 아직 5억원이 안되지만 3개사 연봉을 다 모으면 꽤 될 것이다.

 

여기에 지분 2.14%를 갖고있는 한화로부터 작년에 연말배당 9.37억원을 받았고, 지분 25%를 보유중인 한화에너지(당시 에이치솔루션)로부터는 2020년과 21년 모두 110억원의 배당을 받기도 했다. 이런 연봉과 배당을 다 모으면 한화갤러리아 지분 확보에 들어간 40억원은 충분히 자력 조달이 가능하다.

 

김 부사장은 무슨 이유로, 이렇게 끊임없이 한화갤러리아 주식을 사모으고 있을까?

 

우선 회자되는 이유는 한화갤러리아 주가 부양이다. 보통 최고경영자나 오너 일가가 회사 주가가 떨어졌을 때 자사주를 사모으기 시작하면 이들이 무슨 내부정보를 알고 주식을 사모으거나 회사실적과 주가를 부양하겠다는 책임경영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고 일반 투자자들도 이 회사 주식을 따라 매수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되면 주가는 올라갈 수 밖에 없다. 김 부사장도 이런 목적으로 틈만 나면 한화갤러리아 주식을 사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한화갤러리아 주가는 작년 3월31일 재상장 날 2130원, 그리고 4월3일 최고 2375원까지 올라갔다가 그 이후에는 맥없이 계속 꼬꾸라지다가 잠시 회복, 또 다시 하락하는 행태를 반복해왔다.

 

작년 10월20일에는 1005원까지 떨어지며 1천원선이 위협받기도 했으나 이후 다시 올라 2월 들어서는 1200~1300원대에 머물다 20일부터 큰폭의 상승세로 돌아섰다. 21일에는 1700원대까지 한때 올라왔으나 언제 또 하락으로 돌아설지 모른다. 작년 재상장 직후 2300원대에 비하면 아직도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다.

 

한화솔루션에서 백화점 유통업 부문만 인적 분할로 독립한 이후 이처럼 주가가 계속 힘이 없었던 이유는 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업 자체가 쿠팡 등 온라인 유통 강세에 밀려 성장성등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화의 백화점 부문은 롯데나 신세계 백화점 부문 등 다른 오프라인 유통 강자들에도 밀리면서 뚜렷한 강점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김 부사장의 한화갤러리아 주가 부양 목적은 ‘절반 정도만 성공’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같다. 주가가 1천원 밑으로까지 추락하는 것을 그때 그때마다 막아주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재상장 직후 수준까지는 못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은 작년 한화갤러리아 입성 후 전략과 신사업개발을 담당하면서 신성장동력을 찾는데 총력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다. 김 부사장 주도 하에 작년에 론칭한 햄버거브랜드 ‘파이브가이즈’가 대표적이다. 올해 4월 MZ세대를 겨냥한 신규 사업 목적으로 895억원을 들여 토지와 건물을 최근 매입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김 부사장이 폭풍매수할때만 주가가 잠시 반등했다가 다시 힘을 쓰지 못하고 비실비실대온것은 한화갤러리아 업종도 업종이지만 김 부사장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이 아직 완전한 신뢰를 보내고 있지 않기 때문이 아니겠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과거의 음주 난동이나 폭행같은 안좋았던 이미지들이 아직 일부 남아있는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주식 계속 사모으기’에는 주가 부양 목적 말고, 아버지 이후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그룹 분할을 김 부사장이 내다보고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들도 적지 않다.

 

재계에서는 김승연 이후 한화그룹 경영권 구도가 지난 20여년간의 꾸준한 사전 정지작업 끝에 이제 거의 완성단계에 접어 들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한화와 한화솔루션 등 대부분의 주력기업들을 물려받고,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금융부문, 3남 김동선 부사장이 한화갤러리아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 유통과 레저부문을 각각 맡게된다는게 그 줄거리다.

 

이에 대비해 미리부터 김 부사장이 한화갤러리아 주식부터 꾸준히 사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 이후 세 형제가 공동경영 방식으로 그룹을 꾸려갈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계열분리가 정답일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재계는 또 김 부사장이 현재 들고 있는 한화 지분 2.14%와 한화에너지 지분 25%만으로도 유통-레저부문 기업들을 인수하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분 맞교환이나 한화 및 한화에너지 지분 매각으로 인수자금을 조달하면 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특히 한화에너지는 비상장기업이지만 기업규모가 계속 커지고 사업영역도 계속 확장 중이어서 지분가치도 계속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두 형들에 비해 김 부사장이 맡게된다는 유통 및 레저부문의 덩치가 너무 적고 성장성도 떨어진다는게 문제가 될 수 있다. 김 부사장이 만족하지 못할 경우 아버지나 두 형들에게 더 많은 몫을 요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향후 십수년 안에 후계구도 등을 놓고 한화그룹 내에서는 다양한 일들과 사건들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부사장의 ‘폭풍 주식 매수’의 의도와 목표도 점점 더 분명히 드러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