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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뉴스웨이브][게이트]先이자를 떼고 돈 빌리는 ‘신세계디에프’…유동성 확보戰

- 2020년 이후 단기 차입 급증
- 지난해 CP·단기사채 총 6700억 찍어
- 신세계로부터 6년간 6575억 수혈 받아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임백향 기자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가 최근 단기 차입 구조로 자금조달 방식이 변화했다. 

고금리 상황에서 금융권 차입이 보다는 CP(기업어음)와 단기사채 시장으로 우회조달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신세계디에프의 1년물 CP(신용등급은 A2+) 이자율은 4% 후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대 금융 기관 대출 금리 대비 낮은 수준이다. 다만 CP의 경우 통상 만기가 짧아 경기침체기 차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일반적 CP 만기는 90일 이내다. 특히 만기 1년 미만의 단기 CP를 발행할 때는 증권신고서 제출 등의 복잡한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장점 있다. 조건이 맞는 브로커(할인기관)와 투자자가 확보되면 선(先)이자를 떼고 곧바로 자금을 빌리면 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CP는 주로 급전이 필요한 기업의 대체 자금 조달 수단으로 많이 활용된다.

회사채 시장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이 부담스러운 저신용도 기업들은 CP 이외의 자금 조달 수단이 마땅치 않다"라고 말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디에프는 지난해 총 6700억원 규모의 CP(4700억원)와 단기사채(2000억원)를 9차례에 걸쳐 발행했다. CP는 ▲1월 800억 ▲2월 1700억 ▲3월 700억 ▲5월 200억 ▲6월 1000억 ▲12월 300억, 단기사채는 ▲1월 700억 ▲7월 700억 ▲8월 600억을 찍어냈다. 

회사는 지난 22일 200억원 규모의 CP(만기 363일물)를 발행했다. 이 역시 1년물 미만이기 때문에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면제된다. 이 돈은 다음 달 만기가 다가오는 1700억원 규모의 CP 차환에 사용될 것으로 점쳐진다. 

신세계디에프 홈페이지 갈무리.

신세계디에프가 시장성 조달에 적극적으로 나선 된 배경은 모회사인 신세계의 유동성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세계는 2021년 G마켓 인수에 3조원 규모의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계열사에 대한 지원 여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신세계의 신용등급은 AA0로 우량한 편이다. 다만, 최근 보유 현금은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  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은 전년 동기 대비 701억원 줄었다. 연결 기준 영업 창출 현금 흐름(2864억원) 감소율 역시 2배 가까이 감소했다. 

최근 6년 간 신세계의 타법인 출자 현황을 살펴보면 2018년 4563억원, 2019년 9174억원, 2020년 4888억원, 2021년 3570억원, 2022년 3433억원, 지난해 3분기에는 1900억원을 지출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디에프에는 총 6575억원을 출자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기업마다 재무전략이 상이하고 CP 발행 이유도 서로 다르다"면서 “당장 그룹사 지원을 받기 어려운 대기업 계열사뿐만 아니라 금리 안정을 기다렸다가 회사채를 발행하려는 기업들도 CP 시장을 찾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은 회사채 대체 자금 조달 수단으로 CP시장을 활용하는데 단기 신용등급 중 최우량 등급인 A1에 한 단계 못 미치는 A2+ 기업들의 CP 발행이 많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