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호황에도 젠투펀드 피해자 보상 때문에 작년 3분기 순익은 적자전환
-지금까지 지급된 펀드 보상금만 5770억, 충당부채 2640억원
-신한금융 최고경영진의 무리한 외형 압박 때문인듯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라임, 헤리티지, 젠투펀드 등 지난 10여년간 팔아온 각종 금융상품의 환매중단 또는 부실판매 때문에 증권사들 중에서도 특히 신한투자증권이 지금까지도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일반 증권사 영업에서는 큰 흑자를 냈음에도 이 부실판매 상품들의 사적화해를 통한 보상 등 때문에 번번이 당기순익은 적자로 계산되고 있다. 신한증권이 이들 상품 부실판매로 그동안 입은 직간접 손실은 공시된 것만 해도 무려 8410억원에 이른다.
26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보통의 다른 증권사들에서는 액수가 그리 많지 않은 기타영업외비용이 신한투자증권에서는 작년 1~9월 1205억원이나 발생했다. 전년동기인 22년 1~9월 신한증권의 기타영업외비용은 25억원에 불과했다.
이 기타영업외비용이 포함되지 않은 신한증권의 영업이익은 22년 1~9월 2939억원에서 작년 1~9월 4407억원으로, 상당폭 증가했다. 그러나 이 비용을 포함한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5697억원에서 2312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영업이익 급증에도 불구하고 당기순익이 절반 이하로 급감한데는 다른 이유들도 있지만 이 기타영업외비용의 존재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특히 이 기타영업외비용이 작년 3분기에 1201억원이나 반영되는 바람에 작년 3분기 신한증권의 분기 당기순이익은 187억원 적자로, 적자전환했다. 신한증권은 22년 4분기에도 2001억원의 분기 적자를 기록한 적이 있는데, 이때도 기타영업외비용 1182억원이 결정적 원인이었다.
작년 3분기의 이 기타영업외비용이 뭐길래, 이렇게 ‘기타’라고 두루뭉술하게 기장해 놓았는지 궁금해 두루 알아본 결과 ‘젠투(GEN2)’라는 펀드 투자자들이 입은 피해 보상을 위해 새로 적립하는 충당부채였다.
충당부채란 시기와 금액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언젠가 지급할 의무가 있는 채무를 대충 추정해 미리 비용으로 마련해두는 것을 말한다. 충당부채를 새로 쌓는 만큼 비용이 늘어나므로 순이익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젠투펀드는 홍콩 소재 자산운용사 젠투파트너스가 설계한 사모펀드로, 2014년부터 지난 2018년 9월까지 판매되다 2020년 7월 총 1조원 규모의 환매중단 사태를 맞았다. 피해자는 개인과 법인을 합해 총 700여명으로, 당시 신한투자증권은 4200억원 규모로 펀드를 판매한 최대 판매사였다.
신한증권의 작년 3분기 분기보고서를 보면 “당사는 환매 중단되어 상환이 지연되고 있는 Gen2 관련 신탁상품에 대해 2021년 9월 28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투자원금의 40%에 해당하는 금액을 가지급하기로 결정, 당분기말까지 1260억800만원 및 1753만6234달러를 지급했으며, 2023년 8월 29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사후정산 방식의 사적화해 진행을 결정, 당분기말 1199억6200백만원을 충당부채로 계상했다”고 공시하고 있다.
원화로 환산해 이미 2490억원 가량을 가지급했고, 앞으로 추가지급을 예상해 1200억원 가량의 충당부채를 새로 설정했다는 설명으로 보인다.
사적화해는 증권사와 투자자 등 당사자들이 소송까지 가지 않고 서로 간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금융당국은 장기화하고 있는 부실판매 펀드 피해자 보상책으로 사적화해를 은행, 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들에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신한증권 분기보고서에는 젠투 외 다른 환매중단 금융상품들의 보상관련 공시들도 나와 있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사상 최대의 피해금액이 발생했던 라임펀드 피해자들에게는 지금까지 668억원이 가지급되었고, 계상된 충당부채는 521억원이다. 독일헤리티지DLS 신탁상품 투자자들에게는 지금까지 3438억원이 지급되었고, 남은 충당부채는 없다.
비상장주식신탁상품 ‘위워크’ 투자자들에게도 174억원이 지금까지 지급됐다. 이밖에 다른 금융상품 10종에 대해서는 모두 920억원의 충당부채를 설정해두고 있다.
이 공시들만 다 합쳐도 지금까지 지급된 보상금이 5,770억원, 추후 지급을 위해 쌓아둔 충당부채가 2640억원에 각각 달한다는 얘기가 된다.
합치면 8410억원으로, 신한증권이 지난 10여년간 각종 펀드나 금융상품을 대신 팔아주다가 환매중단 등으로 입은 직간접 손실이 최소한 이 정도라고 보면 된다. 여기에다 공시되지 않은 사소한 피해와 보상들도 더 있고, 아직 본격보상 절차가 시작되지도 않은 금융상품들도 적지 않아 피해금액은 계속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신한증권을 비롯한 관련 금융회사들은 “사적화해로 가지급하거나 충당부채를 설정하면 당장은 비용이나 손실로 계상되지만 추후 원금이 회수돼 정산 절차를 밟으면 금융회사의 손실이 확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라임펀드 사태 등에서 보듯 원금회수 전망은 까마득하다. 펀드를 설계하고 기획한 자산운용사 등은 현재 실체도 없어진 곳이 많다. 펀드 판매대행사 격인 은행이나 증권사들은 이런 펀드 수백억원어치를 팔아줘봐야 받는 수수료는 수억 내지 많아야 수십억원 정도라고 한다.
자칫하면 수억, 수십억 벌려다 수백억, 수천억원을 날려야할 판이다. 그런데도 은행이나 증권사들이 지금도 펀드판매를 계속 대행하고 있는 것은 무조건 외형을 늘리라는 최고경영진의 압박 때문인 것으로 알려진다.
다른 은행이나 증권사들도 환매중단 금융상품들에 많이 연루되어 있지만 신한증권과 신한은행 등 신한금융지주 계열사들은 다른 금융지주들에 비해 연루 상품들이 많고 연루 금액도 큰 편이다.
금융회사마다 자세한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전모를 알기는 어렵지만 신한증권이나 신한은행의 연루 규모는 증권업계나 은행업계 중 최상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작년 국회 정무위 제출자료를 보면 신한은행도 지난 2017년부터 2023년 8월까지 모두 7333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판매했으며, 환매 중단 등의 이유로 자율조정·사적화해를 통해 모두 4168억원의 손실을 보상한 것으로 나온다.
신한금융 계열사들의 펀드 판매 연루가 이처럼 유달리 많은 것은 당시 금융지주 최고 경영진의 공격적인 성향과 관련성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 2022년 말 3연임이 유력해 보였던 조용병 당시 신한금융지주 회장(현 은행연합회장)이 갑자기 중도하차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게 당시 많은 정부 및 금융계 관계자들의 추정이었다.
실제 2021년 8월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신한금융투자(현 신한투자증권) 지부는 신한금투의 천문학적인 금융사고들의 원인이 신한금융지주와 낙하산인사 때문이라면서 조용병 당시 회장의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적이 있다.
회견에서 노조는 그때까지 신한금투가 판매한 사모상품 사고금액 총액이 1조3388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2017년 3월 신한금융지주가 증권업 경험이 거의 없는, 은행 출신을 신한금투 사장으로 낙하산 인사를 단행했고, 이 사장이 ‘사모상품의 밤’ 행사까지 열어가며 신한금투를 사모상품 판매 1위 증권사로 도약시켰다고 주장했다.
또 금융지주의 WM그룹장(지주 부사장)이 주문형 사모상품 판매를 ‘핵심경영전략’에 반영, 사모상품 판매를 강하게 밀어부친 것이 타사 대비 천문학적 규모의 금융상품사고 발생의 주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실제 CEO를 만나 상품사고 해결을 위한 조치를 요구하면 ‘상품사고 해결은 (금융지주)전략기획그룹장이 총괄하고 있으니 그 사람과 이야기하라’는 대답뿐이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노조 주장과 폭로라 참작해 들어야 할 부분도 있겠지만 유달리 신한투자증권에서 펀드사고 가 많이 났고, 손실도 컸던 것은 금융지주 차원의 판매독려가 한 원인이었던게 사실로 보인다.
아무튼 이런 오랜 후유증으로, 신한증권은 현재 증권사 고유 영업은 잘 하는 편이면서도 펀드 보상 부담 때문에 수시로 적자 전환하거나 여전히 증권업계 최하위권인 각종 자산건전성 지표들을 유지하고 있다.
부실채권비율을 뜻하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작년 9월 말 기준 신한증권이 4.62%로, BNK-하이투자-현대차증권 등에 이어 증권사들 중 5위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각종 채무보증의 부실 가능성이 높아 미리 설정해두는 채무보증 충당부채 잔액은 신한증권이 1319억원(23년 9월말)으로 증권업계에서 가장 많다.
부동산PF가 많다는 메리츠증권(869억원), KB증권(825억원), 하이투자증권(671억원) 등도 신한증권보다 적다. 사용처를 구체적을 밝히지 않고 설정해둔 기타충당부채도 신한증권이 무려 2763억원으로, 증권업계에서 압도적 1위다. 2위 KB증권(1183억원), 3위 대신증권(850억원) 등과 차이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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