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지속, 해외오피스빌딩 공실률 급증 등으로 해외 손실 장부상으로도 속속 드러나. 그동안은 소문만 무성
-국내외 자회사 작년 1~9월 손상차손 2665억...전년동기 3.6배 급증
-이때문에 영업이익 늘어도 당기순익 급감. 작년 4분기 연결기준 순손실 전망 잇따라. 2022년 이후 실적악화의 주원인인 듯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자기자본 기준 국내 1위 증권사, 미래에셋증권의 해외 부동산투자 손실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증권사들 중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가 가장 많고, 또 그동안 투자 선도 역할을 해온 증권사다.
고금리 장기화와 사무실 근무환경 변화 등으로 특히 미국과 유럽 오피스빌딩들의 공실률이 커지고 건물가격이 급락하는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그로 인한 투자손실이 해외 부동산 투자 덩치가 큰 미래에셋증권에서부터 본격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대체투자는 직접 대출이나 투자도 있지만 지분투자, 수익증권, 사모펀드, 투자조합 등 그 투자 형태가 다양하다. 또 본사에서 직접 투자하기도 하지만 해외 자회사를 통해 투자하기도 해 그 전모를 웬만해선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투자손실이 점점 확대되면서 미래에셋증권 같이 해외 부동산투자가 많은 증권사의 경우 손실 확대의 흔적들이 장부상에서도 이제 본격적으로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30일 미래에셋증권의 2023년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종속 자회사로 국내외 부동산투자 전문 수익증권인 다올KTB칸피던스일반사모투자신탁제101호(미래에셋증권 투자지분 99%)의 취득원가는 1085억원인 반면 작년 9월말 현재 장부가는 249억원에 그쳤다. 분기보고서는 이 수익증권이 작년 1~9월 중 940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고 밝혔다.
손상차손은 자산 시장가치의 급격한 하락 등으로 자산 회수가능액이 장부가보다 현저하게 떨어질 경우 그 차액 만큼 미리 장부상 비용 또는 손실로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자산가치가 많이 떨어진 만큼 미리 장부가를 확 줄이는 것으로, 손상차손 액수만큼 당기순익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자산가치가 회복되면 ‘환입’이라고 해서 다시 회복된 만큼 수익 또는 이익이 늘어난다.
이 수익증권 외에도 작년 1~9월 중 대규모 손상차손을 인식한 미래에셋증권의 수익증권 또는 투자조합들로는 미래에셋맵스미국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9-1호(손상차손 인식액 858억원), AIP에너지미드스트림전문투자형사모특별자산1호(716억원), 멀티에셋해외부동산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제6호(625억원), 멀티에셋해외부동산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제6-1호(241억원) 등이 더 있다.
모두 미래에셋증권 투자지분이 최소 70%가 넘어 종속 자회사로 분류된 부동산투자전문 수익증권들이다. 종속기업들인 만큼 이들의 손실은 그대로 미래에셋증권의 손실로 연결회계 처리된다.
비록 작년 중 손상차손 인식은 없었지만 그 이전에 입은 손상차손 또는 상각, 평가손실 등으로 취득원가 대비 장부가가 현저하게 떨어진 수익증권 내지 투자조합들도 수두룩하다.
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미국사모부동산투자신탁6-2호의 작년 9월말 장부가는 1278억원으로, 취득원가 2133억원보다 40% 가량 떨어져 있다. 이 수익증권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페어몬트 호텔에 투자하기 위해 2015년 9월 설정된 것이다.
미국 하와이 와이키키호텔 투자를 위해 설정된 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미국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7호나 AIP에너지미드스트림전문투자형사모특별자산1호,미래에셋맵스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62호,미래에셋글로벌유니콘사모투자합자회사.미래에셋맵스인디아프런티어사모부동산투자신탁1호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작년 1~9월 미래에셋증권이 국내외 종속 자회사들에서 인식한 손상차손은 모두 2665억원으로, 22년 1~9월의 736억원에 비해 3.62배나 급증했다. 이중 분기보고서에서 투자부동산 손상차손이라고 명기한 손실만 같은 기간 117억원에서 1365억원으로, 11.6배 증가했다.
미래에셋증권의 투자지분이 적어 종속기업은 아니지만 관계기업인 미국 소재 투자업체 Transwestern Corporate Properties I LLC.같은 회사도 취득원가는 1212억원인데, 작년 9월말 장부가는 533억원에 불과하다. 작년 1~9월 미래에셋증권이 이 관계기업에서 입은 지분법손실만 576억원에 달한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보면 미래에셋증권은 ‘기타자산 손상차손’이란 것도 다른 증권사들에 비해 유별나게 많다. 많을 뿐 아니라 그 규모가 최근으로 올수록 급증추세다.
이 금액은 작년 1분기 857억원, 2분기 627억원, 3분기 1181억원으로, 작년 1~9월 합쳐서 2665억원에 달한다. 정확히 분기보고서상의 종속기업투자자산 손상차손액과 일치한다. 국내외 종속 자회사들로부터 입은 손상차손을 ‘기타자산 손상차손’으로 분류해놓은 것으로 추정된다.
미래에셋증권의 기타자산 손상차손은 2017년에는 전혀 없었고, 2018년 20억원, 2019년 35.8억원에 불과하다가 코로나사태가 터진 2020년 2564억원, 2021년 3761억원으로, 급증했다. 코로나가 잠잠해진 2022년 735억원으로 줄었다가 작년에 다시 급증한 것이다. 작년 4분기 통계까지 더해지면 작년에 역대 최대 손상차손을 기록했을 가능성도 있다.
2020년 이후 이처럼 손상차손 금액이 급증하고 있음에도 손상차손 ‘환입’ 기록은 없었다.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자산 장부가가 다시 회복되면 ‘환입’이란 이름으로, 장부가를 늘리면서 그만큼 이익도 늘어날 수 있다. 그 기록이 없는걸 보면 2020년 이후 주로 해외부동산투자에서 계속 손실이 확대되고 있음을 추정해볼 수 있다.
기타자산 손상차손은 영업외비용으로 분류돼 그 금액이 커질수록 영억이익이 아닌 당기순이익을 까먹는다. 실제 기타자산 손상차손이 1181억원이나 인식됐던 작년 3분기 미래에셋증권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730억원으로, 전년동기 1497억원보다 15.5%나 늘어났다. 그러나 같은 기간 순이익은 1094억원에서 768억원으로, 오히려 29.7%나 줄어들었다.
그 배경으로 미국 부동산에서 약 600억 원, 프랑스 부동산에서 약 480억 원, CJ CGV 전환사채 관련 손실 약 100억 원 등이 3분기에 미래에셋증권이 인식한 대표적 손실이라고 한 증권사 리포트는 설명했다.
다른 원인들도 일부 있었지만 해외 투자부동산 손상차손의 존재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본격화되고 있는 해외 부동산투자 손실이 미래에셋증권의 수익성을 점점 더 크게 깎아먹고 있는 셈이다.
아직 작년 4분기 및 작년 전체 영업실적이 공시되지 않았지만 일부 증권사들은 미래에셋증권이 해외 부동산경기 악화 때문에 작년 4분기에 아예 순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작년 4분기 연결기준 지배주주 순손실을 1041억원, 현대차증권은 770억원을 각각 예상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별도기준으로는 분기별 적자를 낸 적이 더러 있지만 연결기준으로까지 분기별 적자에 빠지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이 2022년 이후 추세적으로 실적 악화에 빠진 것은 해외 부동산투자실적 악화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면서 “고금리 현상이 사라지더라도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사무실 근무행태가 다시 바뀌지 않는 한 적어도 해외 오피스 투자에서의 고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십수년전부터 앞장서서 줄기차게 부르짖던 사안이다. 실제 호텔 투자 등에서 그동안 재미도 쏠쏠하게 많이 보았다. 세계적인 초저금리까지 닥치자 많은 국내 증권, 보험사들이 ‘박현주’의 뒤를 좇아 묻지마 투자대열을 이루기도 했다.
‘미래에셋과 박현주의 신화’가 여기서 한계를 드러낼지, 아니면 또 다시 다른 탈출구를 찾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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