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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브][현미경]공사중단 10개월 넘은 일산 CJ아레나, 2천억 CP발행 긴급수혈

-CP발행으로 들어오는 1912억원 전액 채무상환자금 투입 22일  공시
-공사비인상과  경기도와의 완공기한 연장갈등 등으로 작년 3월이후 공사중단 상태 지속
-견해차 커 협상 타결 불투명. 자금난은 가중. 우선 안기도래 차입부터  갚자고 CP 또 발행

 

'CJ라이브시티 아레나' 조감도.[사진=한화 건설부문 제공]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경기도 일산에 대형 공연장(아레나) 등을 짓다 공사가 중단돼 어려움을 겪어온 CJ라이브시티가 2000억원의 공모 기업어음증권(일반CP)을 발행한다고 지난 22일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할인 발행이어서 이 CP의 발행가액은 1912억원, 금리는 연 4.40%, 상환기일은 2025년 1월31일로, 1년물이다. 청약 및 납입기일은 오는 2월1일, 인수 주선을 한 SK증권(700억원)과 키움증권(1300억원)이 총액인수하는 방식이다.

 

 

CJ라이브시티는 CP 발행으로 들어온 1912억원 전액을 만기도래 단기사채 등 채무상환자금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 회사는 2022년과 작년에도 긴급하게 필요한 공사비용이나 모자라는 자금 등을 주로 CP 발행으로 막아 왔다.

 

CJ라이브시티는 CJ그룹이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 일대에 야심차게 추진 중인 세계 최초 K-콘텐츠 경험형 복합단지 ‘CJ라이브시티’를 만들기 위해 세운 회사다. CJ그룹의 종합엔터테인먼트기업 CJ ENM이 이 회사 지분 90%를 갖고 있다.

 

이재현 CJ회장의 숙원사업이라는 이 사업을 위해 CJ그룹은 총사업비 1조8000억원을 투입해 2026년까지 K팝 공연장(아레나), 쇼핑센터, 숙박시설, 업무지구 등을 조성한다는게 당초 목표였다.

 

지금까지 투입된 사업비만 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CJ는 2021년 한화건설과 시공 계약을 맺고 2만석 규모 K팝 전문 공연장 ‘아레나’ 공사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작년 3월 공정률 17% 상태에서 공사는 중단됐다.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건설 경기 침체, 자재비·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한 자금 문제 때문이었다. 공사비 대폭 인상문제를 놓고 시공사와의 입장 차이가 너무 컸다.

 

여기에 완공 기한 연장 이슈 문제까지 더해졌다. 원래 아레나 완공 기한은 2020년 12월이었다. CJ라이브시티는 개발계획이 3차례나 변경됐다는 점을 들어 공사 기한 연기를 요청했다. 하지만 땅을 빌려준 경기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향후 빚어질 수도 있는 ‘특혜시비’ 때문인 것으로 알려진다.

 

경기도는 공사 기한 초과에 따른 지체보상금을 요구했다. 양측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공사중단이 장기화하자 국토부는 작년 9월부터 중재에 들어갔다. 작년 12월27일 국토부 중재안이 양 측에 통보되었지만 아직까지 타결되었다는 소식은 없다.

 

공사비 조정협상과 관련해서는 22일 공시에서 “도급 공사비 변경 협의 완료 후 세부 계약변경에 대해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만 밝혔다. 공사비 협상도 아직 완전한 합의를 못 보고 있는 것이다.

 

 

 

모그룹 CJ의 전체적인 자금 상황이 썩 좋지 못하다는 것도 문제다. 특히 지금까지 차입금 지급보증을 주로 서 온 모기업 CJ ENM의 재무상태가 특히 문제다.

 

CJ ENM의 작년 1~9월 연결기준 매출은 3조1087억원으로, 전년동기 3조3283억원보다 감소했으며, 22년 1~9월 1308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3년 1~9월 733억원 적자로, 적자전환했다.

 

CJ그룹은 또 엔데믹 이후에도 계속 고전 중인 국내 최대 극장기업 CJ CGV를 지원하느라 허덕대고 있다. 작년에는 1조원 유상증자 계획이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려 지금도 해법을 제대로 못찾고 있다. CJ라이브시티 지원까지는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랄 수 있다.

 

공사 중단이 벌써 10개월 이상 장기화하고, 시공사나 경기도와의 협상은 여전히 미타결 상태인데다 그룹이나 모기업은 지원에 한계가 있다보니 CJ라이브시티의 상태도 거의 한계 상황에 와 있다.

 

22일 공시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CJ라이브시티의 자산총계는 5964억원, 부채총계는 6227억원으로, 부채가 더 많다. 2021년 말까지만 해도 540억원이던 자본총계는 결손금의 증가로, 2022년 말 -119억원, 23년 9월말 -263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CJ라이브시티의 차입금 내역

 

 

22년 말 4600억원이던 각종 차입금은 작년 9월 말 5669억원으로, 9개월 사이에 1000억원 이상 급증했다.

 

22일 공시자료에서도 “당사의 유동비율은 점차 악화되고 있으며, 추가적인 유동성이 확보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우선 만기도래하는 차입금부터 갚기 위해 부랴부랴 또 이번에 CP를 긴급 발행하는 셈이다.

 

공사비와 지체보상금 협상이 무난히 타결되고 공사가 다시 재개될 수 있을지는 아직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22일 공시는 “공사재개는 변경계약 체결 및 경기도와의 민관합동 PF조정위원회 조정안에 대한 협의 완료 후 진행될 예정”이라며 “다만 피하지 못할 외부 요인 등으로 적시에 공사가 진행되지 못할 경우에는 본 사업의 진행에 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투자자들은 유의해 달라”고 밝혔다. 최악의 경우 사업중단 등까지도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CJ그룹이 CJ CGV와 CJ라이브시티라는 2개의 늪에서 아직도 허우적대는 듯한 모습”이라며 “아레나 공사가 조기 재개되지 못할 경우 그룹 전체 부담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