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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뉴스웨이브][게이트]현대엔지니어링, 공사하고 못 받은 돈 3.4조 근접

- 연초 대비 매출채권 65% ↑, 미청구공사 34% ↑
- 돈 떼일 가능성 낮지만, 현금창출력 급감에 현금 소진
- 현대차發, 자동차 부품·배터리 해외 공장 ‘수주 싹쓸이’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이재근 기자

국내 4위 건설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발주처로부터 받지 못한 공사대금이 3조4000억원에 근접 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연결기준 현대엔지니어링의 매출채권과 미청구공사 합계는 3조3914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채권은 1조7509억원, 미청구공사는 1조6404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초 대비 각각 6920억원(65%), 4136억원(34%) 늘어난 금액이다.

매출채권과 미청구공사는 발주처로부터 받지 못한 공사대금을 의미하는 자산 항목 계정이다. 회계기간 안에 매출을 인식하고 지급 요청을 했는데 현금이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면 '매출채권'으로, 매출로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공사가 진행되지 않아 발주처에 청구하지 않은 돈은 '미청구공사'로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건설사의 미청구공사는 시간이 흐른 뒤 매출채권으로 전환된다.

현대엔지니어링 전 사업장 중 매출채권과 미청구공사 비중이 큰 사업장은 인도네시아와 미국 현장이다. '인도네시아 RDMP 발릭파판(정유공장)' 현장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매출채권 71억원, 미청구공사 4636억원으로 전 사업장 중 가장 큰 규모를 보였다. 이어 '미국 조지아주 HMGMA 현대차공장 신축공사(전기차 전용 생산시설)' 현장이 미청구공사 1980억원을 기록하며 2위에 올랐다. 

두 곳 현장 모두 돈을 떼일 가능성은 적은 발주처로 알려졌다. 회사 역시 안정적으로 현금이 회수될 것을 판단하고 대손충당금을 낮게 설정한 상태다. 지난해 3분기 말 매출채권과 미청구공사의 대손충당금 설정률은 각각 0.8%와 1.5%다. 

현대엔지니어링 본사.  사진=뉴스웨이브 배건율 기자

매출채권과 미청구공사는 수중에 들어온 현금이 아니기 때문에 지나치게 많으면 불안한 건 사실이다. 다만 미청구공사란 표현이 자칫 떼일 수도 있는 돈이라 하여 부실 위험 지표로 여기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공사대금이 제때에 들어오지 않으면 현금흐름 악화의 요인이기는 하다. 재무제표에 매출을 인식했다 하더라도 실제 현금(cash)이 회수되기까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출채권과 미청구공사가 급증한 지난해 현대엔지니어링의 현금창출력은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3분기 누계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2851억원을 보였다.

회사는 기 보유한 현금및현금성자산으로 운영자금과 투자 비용을  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가용 현금(단기금융상품 등)은 1조320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초 대비 21%(3554억원) 감소한 수치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3분기 누계 매출액 9조1654억원, 영업이익 1703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와 비교해 매출액은 45%, 영업이익은 49.9% 증가했다. 이 가운데 해외 매출은 4조8000억원이다.

지난해 해외 수주액이 크게 늘며 외형을 키우는 모양새다. 해외 현장은 대부분 현대자동차그룹사 일감이다. 계열사의 자동차 부품이나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는 현장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해외건설 시장에서 자력으로 수주한 사업은 전체의 10%대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