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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뉴스웨이브][게이트]페퍼저축은행, 유상증자로 가려진 BIS비율

- 유상증자로 위기 모면? 구조적 문제 여전
- 희망퇴직으로 드러난 경영난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정민휘 기자

페퍼저축은행이 또다시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지난해 9월 100억원을 수혈한 데 이어 불과 5개월 만에 추가적인 자금 투입이 단행됐다. 업계에선 지속적인 재무 악화와 경영 위기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수익성 악화, 부실 대출 증가, 인력 구조조정까지 겹치며 페퍼저축은행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페퍼저축은행은 지난달 20일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유증 방식은 주주배정증자이며, 보통주 20만주가 새로 발행된다. 출자금은 페퍼저축은행의 지분 100%를 보유한 페퍼유럽(Pepper Europe(UK) Limited)이 전액 대기로 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인 11%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반복적인 증자로 BIS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페퍼저축은행이 최근 2년 동안 4차례에 걸쳐 총 500억원 규모의 증자를 진행했지만, 근본적인 수익성 개선 없이 자금 수혈에만 의존하고 있는 모양새다.

페퍼저축은행의 BIS비율 추이를 보면, 2023년 1분기 10.81%로 떨어진 뒤 200억원의 유상증자로 11.53%까지 올렸지만, 불과 몇 개월 만에 다시 하락하며 같은 해 4분기 11.03%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증자를 통해 BIS비율을 유지하고 있으나, 단기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며 지속적인 자본확충 없이는 안정적인 경영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유상증자와 함께 진행된 대규모 희망퇴직은 경영 위기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페퍼저축은행은 전 직원(2024년 9월말 기준 503명)의 20%에 해당하는 100여 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하며 조직이 흔들리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인력 조정이 아니라, 급격한 자산 감소로 인해 직원 유지조차 어려운 상태에 빠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페퍼저축은행 CI

페퍼저축은행은 2017년(1조3000억원)에서 2020년(3조7000억원대) 사이 자산을 확장하며 업계 3위까지 급성장했다. 2022년엔 자산이 6조2000억원대로 증가했다. 이 과정에선 타 저축은행에서 심사에서 거절된 대출 수요도 대거 흡수했다. 특히 자영업자 대출 중심의 영업 전략은 독이 됐다. 2020년 말 기준 기업대출 중 자영업자 대출은 75%에 달한다. 2023년부터 신규 대출 중단을 시행했지만, 이미 손실이 크게 발생했다. 

2024년 분기별 순손실은 1분기 –379억원, 2분기-287억원, 3분기 –9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손실이 762억원이다,

대출 중단으로 자산은 2022년 6조원대에서 이듬해 4조원대로 측소됐다. 자산 감소와 연동해 인력 생산성도 쪼그라들었다. 직원 1인당 생산성은 2021년 4억1700만원에서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5300만원까지 급락하며 내부 효율성이 심각하게 저하됐다.

페퍼저축은행은 부실채권(NPL) 매각을 통해 건전성을 회복하려 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은 분위기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부실여신 규모는 1945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5.7% 줄었지만, 이는 단순한 회계상의 조정일뿐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전히 연체율 상승과 대손충당금 부담이 페퍼저축은행의 발목을 잡고 있으며, 추가적인 부실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체율 상승으로 인해 신규 대출을 확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단순히 자산을 줄이고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방식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페퍼저축은행이 향후 추가 유상증자 안을 발표 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는 한 증자 없이 현행 BIS비율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페퍼저축은행이 무리한 확장 정책의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한 채 악순환을 반복하는 모습이다”라며 “지금처럼 유상증자만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한다면, 결국 지속 가능성이 의문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